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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점수가 몇 점인가가 인생의 장래를 좌우하는 나라에서는 자신의 소질과 특기 따위는 대학진학의 고려사항이 아니다. 전국의 수능시험 응시자를 한 줄로 세워 일등에서 몇 등까지는 ○○대학교의 무슨 학과에, 그 다음 몇 등까지는 ○○대학 무슨 학과에, 다음 몇 등에서 몇 등까지는 어느 학교에 입학하도록 서열이 결정되어 있다.

취업을 하거나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도 대학에서 '무슨 과목을 전공했느냐', '그 사람의 사람됨됨이는 어떤가'라는 것은 관심밖의 문제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전공 같은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오직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라고 하는 일류학교의 간판만이 중요할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수학이나 과학의 성적이 좋으면 이과반에, 사회나 국어과목의 성적이 좋으면 문과반으로 편성된다. 그것으로 끝이다.

언론이나 문학·예술·서비스·사무직·교육계열로 진출할 학생은 문과를, 과학이나 공학·전산·통신·농업·천연자원 분야에서 일할 사람은 이과 분야로 진출해야 하지만 그런 것은 배부른 소리다. 다만 나의 수능점수가 몇 점이기 때문에 '어느 대학에 진학이 가능한가'가 중요할 뿐이다.

지금 대학에서는 문과와 이과의 학과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2002년부터는 문과반과 이과반이 없어진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수학이나 과학, 국어와 사회과목을 선택하여 더 수강할 수 있도록 바뀐다.

우리나라에는 대강 2만 5000여 가지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직업이란 단순히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터'라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내가 앞으로 사회봉사 분야에서 일해야겠다는 꿈을 가진 학생이라면 이 분야에는 가정부·간병인·간호조무사·경비원·관광호텔 종사원· 모닝콜·스튜어디스·보육교사 등 21가지의 직업이 있다.

비교적 성실하고 끈기 있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과 봉사정신이 강한 사람이라면 산모 도우미나 실버케어·입원환자 도우미·교통사고 및 산업재해 등 보험환자 도우미·장애인 도우미·치매 및 정신 장애인 도우미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직업은 병원이나 요양소, 기타 산업체 관련 시설에서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병원균에 노출되어 있어 건강한 사람이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느 대학에서 어떤 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하며 어떤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학교에서 가르쳐 주어야 하지만 '수능 점수를 몇 점 더 받느냐'라는 것이 지상목표가 된 나라에서는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다.

사람의 능력이란 개인에 따라 다양한 능력과 취미, 그리고 특기를 가지고 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일의 능률은 물론, 일에 대한 흥미나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여유 없이 살다 보니 먹고 살기 위해서 소질이나 적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학벌이 아닌 능률에 따라 대접을 달리 받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추세에서는 직업선택이 수입원으로만 생각하는 사고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50년 후에는 현재의 지식 중 1%만이 유용한 지식이 된다고 한다. 사회는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학교에서는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한 지식의 기억량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정말 학교가 학생들의 장래 문제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주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내한다면, 학교가 외면당할 이유가 없다. 학생의 장래를 외면하고 지식만 암기시킨다면 학교는 끝내 설 곳을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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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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