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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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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국민연금제도를 놓고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기금 안정'이란 개념에서부터 시작하여 기금 고갈, 보험료 인상, 가입 기간 연장, 소득대체율 조정 등 생소하지도 않지만 익숙하지도 않은 용어들이 언론의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15년 전인 2003년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당시는 1차 재정계산이 있었던 해이다. 제도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매 5년마다 재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1998년 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사회적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과 제도의 무용론을 넘어, 거부 또는 폐지까지 주장하는 입장이 부딪치면서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이 혼란은 현재의 구조를 결정하게 된 2008년까지 5년여 동안 이어졌다. 그 기억 속의 혼란이 2018년 다시 재현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가? 단순히 역사의 반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악순환이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2008년 국민연금 무용론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

이러한 악순환은 국민연금에 대한 두 가지 오해에 기인한다고 본다. 하나는 국민연금을 '전혀 못 받을 것' 혹은 '낸 만큼 못 받을 것'이라는 오해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 하나면 노후 소득보장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즉 국민연금제도가 마치 노후경제문제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오판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오해는 제도의 존립기반인 지속가능성과 노후보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기금의 안정을 전제로 한 지속가능성은 기금고갈론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약속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소득대체율로 의심받고 있다. 오해는 불안의 차원을 넘어 불신으로 확대됐으며, 급기야 폐지라는 용어까지 등장하였다.

왜 국민들은 이러한 오해를 갖게 됐을까? 아마도 이 씨앗은 1988년 제도의 시작과 더불어 뿌려졌을 것이다. 3%의 보험료 부담으로 70%의 소득대체율을 약속했으니, 이보다 확실한 노후보장이 어디 있었겠는가? 처음부터 국민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기대를 안겨준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지난 30년간 실시된 두 차례의 제도개혁 과정에서 붕괴됐다. 소득대체율은 40%까지 낮아졌으며, 지급개시 연령은 65세로 연장됐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노후소득보장 장치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이 들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불안감을 오해와 불신으로 확산시킨 촉매제가 있었다. 일부 언론이었다. 기금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기금고갈의 우려로 덮었으며, 이를 다시 '국민연금 못 받는다', 혹은 '내는 것만큼 못 받는다' 식의 여론으로 변질시켰다.

당시 개혁의 주요내용은 소득대체율 인하였다. 따라서 이를 객관적으로 표현했더라면, '국민연금 원래 약속했던 것보다 적게 받는다'라고 썼어야 했다. 사회보험은 민간보험과 달리 급여율 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만 전달했더라면 문제가 그렇게 커질 상황은 아니었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4가지

국민연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좀 뜯어서 살펴보자.
 국민연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좀 뜯어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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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가 필요하다. 첫째, 과연 국민연금의 기금은 고갈되는가? 둘째, 그로 인해 연금을 내는 것 보다 적게 받거나 혹은 못 받는 것인가? 셋째, 국민연금을 폐지하면 타당한 대안은 있는가?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하나만으로 노후소득문제가 해결되는가?

최근 언론은 우리나라의 연기금은 예상보다 3년 앞당겨져 2057년에 고갈된다고 보도하였다. 일부는 맞지만 완전히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 노동시장의 여건변화 등을 고려한 예측이다. 즉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도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에 동의한다. 하지만 관리를 잘하면 그 시기를 충분히 늦출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또한 국민연금은 민간보험과 달리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국가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기금운용을 현재의 적립방식에서 당해 보험료 수입으로 급여를 주는 부과방식으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기금이 고갈되고, 연금을 받지 못한다고 확정된 사실처럼 믿는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공적연금 지급이 중단된 경우는 없다. 이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현재 검토 중인 연금지급보장의 명문화를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 기금고갈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1) 연금 고갈된다고? 가능성은 기정사실화... 연금지급보장 명문화하자

그럼 낸 돈보다 적게 받는가?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렇지 않다. 현행의 제도에 따라 40년을 가입하고 은퇴 후 20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수익률은 보험료 최저액 납부자의 경우 4.5배, 최고액 납부자의 경우 1.4배이다.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민간의 개인연금과 비교해도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다. 한 경제학자는 개인이 매월 20만원의 보험료를 20년간 납입할 경우를 상정하여 개인연금과 국민연금의 수령액을 비교하였다. 이에 따르면, 월 수령액은 개인연금의 경우 81만 원인데 비해 국민연금은 106만 원으로 훨씬 높았다.

20년 동안 연금을 수령할 경우 총 급여액 또한 국민연금이 3억4200만 원으로 개인연금 1억9400만 원보다 높게 계산되었다. 이런 수치가 복잡하고 귀찮다면, 주변의 민간연금설계사에게 국민연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해 보라. 명확한 답을 얻을 것이다.

2) 낸 돈보다 적게 받는다고? 국민연금보다 높은 수익률 보장 상품 없어

셋째, 국민연금 폐지론은 타당한 주장인가? 일각의 주장처럼, 공적연금을 폐지하고 노후 소득준비를 개인의 선택문제로 남길 수 있는가?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개인은 먼 미래의 지출에 대비하여 저축을 하기 보다는 현재의 지출을 더 중요시 하는 '근시안'적 행동을 한다.

쉬운 예를 들어, 당장 1000만 원이 주어졌을 때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보자. 반응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 20, 30대 젊은 층은 보통 여행, 명품가방 구입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겠지만, 은퇴를 목전에 둔 중장년층은 저축을 선택하는 것이 통상적인 반응이다. 은퇴 후 욕구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저축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현재 우리국민의 62.1%는 공적연금으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으며, 사적연금을 통한 경우는 9.8%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회보험은 강제적이다. 우리는 1963년에 제정된 의료보험법이 개인의 자발성에 근거한 결과 좌초해 버린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노후준비를 개인에게 일임하는 것은 OECD 평균 3.8배에 달하는 현재의 심각한 노후빈곤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그 부담은 세금인상으로 우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 올 것이다. 연금폐지론은 불안감의 끝에서 나타나는 가장 섬뜩한 생각이다.

3) 국민연금 폐지하자고? 노후빈곤 불 보듯 뻔한데, 결국 막대한 세금부담으로 

마지막으로,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이 보장되는가? 제도시행 초기 70%의 소득대체율은 국민들에게 노후의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수치였다. 하지만 이는 기금안정을 위해 지난 두 차례의 개혁을 거치면서 40%로 하향되었다. 100만 원의 소득자가 매월 9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은퇴 후 70만 원을 받을 수 있던 구조에서 40만 원을 받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계산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생애평균근로기간이 20년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령 가능한 연금액은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지난해 노령연금수급자의 평균 연금액은 39만 원이었다. 이는 개인이 노후 최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인 103만 원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인 145.7만 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최소한 두 가지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정부가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개인의 최적생활이 아닌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은퇴 이후 가난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안전망의 운영이다.

세계의 사례를 보더라도, 공적연금 하나만으로 노후를 완벽히 보장하는 사회는 없다. OECD 국가의 평균 평균소득대체율이 우리와 비슷한 40.6%이며,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은 30% 후반대로 우리 보다 낮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4)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보장? 공적연금은 개인의 최적생활 아닌 최저생활 보장

이는 결국 노후준비를 위한 개인의 노력이 추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사회는 이를 위해 퇴직연금제나 개인연금에 대한 세액공제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용직 등 퇴직금을 적립할 수 없는 사람들은 퇴직연금제를 활용할 수 없으며, 민간연금은 개인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

이러한 다층보장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당면 과제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연금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기금고갈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며,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근거 없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공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이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언론의 객관적인 진실 전달이다. 다행스럽게도 2018년 언론들은 15년 전과 달라졌다. 과거 '낸 것만큼 못받는다'는 표현이 지금은 '약속했던 것보다 적게 받는다'는 사실적 보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여전히 '기금고갈', '20~30대 연금수급 불가능' 등을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호도함으로써 국민들을 불안의 절벽으로 몰고 있다. 기금운용실적에 관한 보도도 마찬가지다.

20년 이상을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 성과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1998년 이후 연기금의 전체 기간 평균 수익률은 6.02%, 기금운용본부 설립이후인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수익율은 6.1%로 해외연기금과 비교해도 우수하다.

그럼에도 2017년에 7.26%이었던 수익률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2018년에 1.16%로 하락한 것을 재정위기의 본질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단기적 수익률 하락이 기금운용본부장의 부재와 함께 재정악화의 부분적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 원인은 노인인구의 비대칭적 증가, 고용불안과 더불어 국민들의 낮은 보험료 부담에 있다. OECD 국가의 전체평균을 보더라도, 우리와 비슷한 40.6%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기 위해 우리의 두 배에 달하는 18.4%의 보험료 부담한다. 독일국민은 38.2%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기 위해 18.7%의 보험료를, 일본국민은 34.6%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기 위해 17.8%의 보험료를 부담한다. 이러한 사실도 함께 다루는 것이 바람직한 언론의 자세이다.

소득대체율 높이고 정부 지급보증 명문화, 언론의 침소봉대 중단해야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동의, 정책결정자의 정확한 국민정서 인식, 언론의 객관적 진실 전달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동의, 정책결정자의 정확한 국민정서 인식, 언론의 객관적 진실 전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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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했으면 허락하자! 우리가 그동안 실시한 연금개혁은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했다. 재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보험료인상이다. 하지만 1998년 이후 9%의 보험료는 손을 대지 못한 채 소득대체율 인하, 지급시기 연장 등의 불완전한 방법만으로 20년을 버텨왔다. 국민들이 보험료 인상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불안정의 문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연금액은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용돈연금'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었다. 연금제도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면, 문제해결의 정확한 처방인 보험료 인상을 허락하자.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최근 대통령의 "국민동의 없이는 국민연금을 개편안한다"는 발언의 취지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불신을 넘어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은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허락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책결정자와 언론의 변화도 필요하다. 정책결정자은 국민의 생각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과거 궁핍의 시기에는 '콩조각도 나눠 먹는다'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풍요의 시대에는 '콩이 있어도 있다는 말을 하질 않는' 것이 일반적 정서이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사는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정서이다. 본인이 납부한 보험료가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확신시켜줘야 한다. 가입기간 혹은 지급시기 연장 등은 더 이상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방법이 아니다. 공적연금을 포함하여 노후의 사회적 이전소득이 적정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더 이상 하락시켜서는 안 되며, 오히려 높이는 방안을 적극 궁구해야 한다. 연금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명문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필요하다. 또한 국민의 오해를 불안과 불신으로 확대시켰던 촉매제, 즉 일부 언론은 본질을 왜곡하는 침소봉대(針小棒大)식의 여론조성을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동의, 정책결정자의 정확한 국민정서 인식, 언론의 객관적 진실 전달이 필요하다. 이 3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다시 반복되는, 그리고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의 악순환이 끝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순우씨는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태그:#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기금불안, #지급보증 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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