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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광장으로 가는 길
 
호텔에서 바라 본 노보시비르스크 기차역
 호텔에서 바라 본 노보시비르스크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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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시비르스크에서 우리가 묵을 호텔이 기차역 바로 앞에 있다. 수속을 마치고 방에 들어간 시간이 오전 10시다. 제대로 좀 씻고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횡단열차에서 이틀 동안 제대로 씻고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2시가 넘어 호텔을 나온 우리는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시내 관광에 나선다. 노보시비르스크에 3일 동안 머물 예정이니 여유가 있다.

먼저 레닌광장으로 가 주변의 박물관과 성당을 살펴보려고 한다. 시립박물관, 주립미술관, 성 니콜라이 소성당,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이 꼭 보아야 할 명소다. 그리고는 크라스니(Krasny)대로를 따라 오비강까지 내려가려고 한다. 오비강변에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그곳에서 오비강 유람선도 타 볼 예정이다.
 
비지니스 빌딩
 비지니스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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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레닌광장으로 가면서 보니 노보시비르스크라는 도시가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건물도 새로 지은 것이 많고, 길도 넓고, 교통시스템도 잘 운영되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노보시비르스크는 1893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건설하기 위한 거점마을로 처음 개발되었다. 그렇다면 도시의 역사가 120년 조금 넘는 셈이다.

그런데 그 사이 인구가 150만 정도로 늘어 시베리아 최대의 도시가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성장과 발전이다. 러시아 전체에서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인구가 세 번째로 많다. 이러한 발전의 원동력은 산업과 교통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러시아 서부에 있던 공장들이 안전을 이유로 노보시비르스크로 이전했다. 그 때문에 붉은 군대를 위한 보급기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노보시비르스크 지하철
 노보시비르스크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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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수력발전소가 들어서 전기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과학연구종합센터를 만들어 산학협력을 강화했다. 1962년 인구가 100만에 이르렀고, 1985년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20세기 들어 항공, 핵연료, 전자, 플랜트 등으로 산업분야가 확장되었다. 러시아 대기업 본사가 10개 이상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2001년 이후 우리나라 대전시와 자매도시가 되었다. 그것은 과학과 교통의 중심이라는 공통점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의한 시베리아 개발
 
레닌 광장
 레닌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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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광장은 노보시비르스크시의 한가운데 위치한다. 주변에 시청, 오페라극장, 필하모니아, 시립박물관, 메이데이 공원과 혁명영웅 공원이 있어 볼거리, 놀거리, 쉴거리가 몰려 있다. 그러므로 행정업무를 보려는 사람들은 시청으로, 예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공연장으로, 쉬려는 사람들은 공원으로 간다. 그렇지만 나처럼 역사와 문화를 즐기는 사람은 길 건너 시립박물관으로 간다.

박물관으로 가려면 레닌광장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지하도를 건너야 한다. 이곳 시립박물관 건물은 1911년 지어져 시청으로 사용되었다. 1986년 박물관으로 개조해 노보시비르스크와 시베리아의 역사와 문화 관련 자료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지상층에 러시아 근현대 역사와 문화가, 지하층에 시베리아 원주민의 역사가 소개되고 있다.
 
투구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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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층에서 1700년대 시작된 러시아에 의한 시베리아 개발의 역사를 살펴본다. 노보시비르스크 지역 시베리아 정착은 코사크족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들은 성채를 짓고 군사를 주둔시킨 다음 개발을 했다. 최근 발굴된 움레바(Umreva, 1703), 차우스키(Chaussky, 1713), 베르드스크(Berdsk, 1710-1715) 성채유적이 이를 보여준다. 이들 유적에서는 투구, 화살촉, 칼 같은 무기류가 다수 출토되었다.

1764년에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구리를 제련하는 공장이 세워진다. 이곳에는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동판과 구리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시베리아로의 확장정책은 18세기 러시아제국이 성립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현지에 정착한 사람들은 농업에 종사하고, 일부는 수공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거기다 상인이 유입되어 시장을 형성하면서 도시가 생겨나게 되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소비에트 공산주의 역사를 공부하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안내자료
 시베리아 횡단철도 안내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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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시비르스크 발전의 결정적인 계기는 19세기 후반 이루어진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이다. 1893년 2월 시베리아 철도위원회는 오비역으로부터 크라스노야르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에 이르는 시베리아 중부 철도건설을 결정했다. 그해 5월 공사가 개시되어 오비로부터 동쪽으로 25㎞ 선로가 깔렸다. 그리고 1897년 오비강 철교가 준공되었고, 1898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이르쿠츠크에 이르는 1850㎞의 중부 시베리아 철도가 완성되었다.

중부시베리아 철도가 완성되면서 오비역은 5급에서 3급으로 승격되었고, 1909년 역 이름도 노보니콜라옙스크(Novo-Nikolaevsk)로 개명되었다. 1916년에는 첼리야빈스크(Chelyabinsk)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8,300㎞의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었다. 1926년 오비는 이름을 노보시비르스크로 바꿨고, 1930년대 들어 도시가 크게 확장되었다. 1934년 인구가 287,000명에 이르렀고, 트램이 생겨나고 새로운 기차역사가 지어졌다.
 
20세기 초반의 러시아
 20세기 초반의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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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은 시대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1917년 2월 혁명으로 러시아제국이 몰락하는 때부터 노보시비르스크가 시베리아 지역의 수도가 되는 1926년까지가 제1부다. 국유화 정책이 시행되는 1930년대가 제2부다. 국유화정책은 농업에서는 집단농장, 국영농장으로 나타나고, 산업에서는 기업과 공장의 국유화로 나타난다.

제3부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소련이다. 이곳에 가장 많이 전시된 유물이 총포와 같은 무기류다. 그리고 전투복이나 전투장비가 그 뒤를 잇는다. 1945년 5월 독일의 패배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군중들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전후 귀환하는 아들을 맞이하는 어머니의 사진도 보인다. 이들 가운데 스탈린의 흉상도 있다. 스탈린의 사진을 걸어놓은 집안의 모습도 전시관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이게 진짜 독특한 예술이지
 
동물 인간과 당나귀
 동물 인간과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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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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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박물관에는 이와 같이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전시물만 있는 게 아니다. 정말 색다른 직물공예와 금속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알리나 로멘코바(Alina Lomenkova)가 만든 20점의 오브제와 5점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녀는 톨킨이나 코르타자르 같은 문학작품에 영감을 받아 천을 활용해 콜라주 형식으로 동물들을 만들어냈다. 이들 오브제 동물들은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되었다.

당나귀, 염소, 야크, 코끼리, 개미핥기, 타조가 보인다. 몸은 사람, 머리는 말, 손가락과 발가락은 조류처럼 보이는 존재도 있다. 이들 개개의 작품에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도 '안텔로파 그누(Antelopa Gnu)' '아프리칸츠(Afrikants)', '카주아르(Kazuar)', '마켓 도마(Maket Doma)' 등 러시아투여서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죽음을 본다. 알리나는 2010년 노보시비르스크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무대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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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르셴(Shorshen)
 쇼르셴(Shor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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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르 셰브쳉코(Igor Shevchenko)의 스팀펑크(Стимпaнк) 예술작품 역시 인상적이다. 그는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기계적인 캐릭터를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줄 베르느(Jules Verne), 메리 셸리(Mary Shelly) 같은 19세기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마크 트웨인(Mark Twain)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 나오는 동물들을 금속공예 형식으로 표현했다. 멧돼지, 악어, 도마뱀, 카멜레온, 물고기, 조류, 잠자리, 나비 등이 보인다.

이들은 모두 18점으로 '바보치카(Babochka)' '세투스(Cetus)' '쇼르셴(Shorshen)'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들 동물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이들은 기계복제시대 예술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원래 동적인 생명체를 정적인 예술품으로 변신시키는 작가의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작품이 사실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정적인 예술 속에서 동적인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베리아 원주민의 생활상을
 
순록을 끄는 원주민
 순록을 끄는 원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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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2층에는 이들 외에 도자기, 유리기, 금속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근현대 회화작품도 걸려 있다. 또 다른 전시실에는 이콘화도 있다. 이콘화 역시 근현대 작품이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적은 편이다. 우리는 이제 시베리아 원주민의 생활상을 보러 지하층으로 간다. 사실 러시아인들이 들어오기 전 시베리아는 브리야트 몽골족의 땅이었다.

이들은 추운 시베리아 지방에서 수렵과 목축으로 삶을 영위했다. 그 때문에 이곳에는 사냥도구와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들이 사냥한 동물의 가죽도 있고, 그들이 만든 의류와 장신구도 보인다. 사냥을 위해 그들은 말을 탔기 때문에 마구도 보인다. 또 그들이 사용한 도자기도 전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들 용품은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중시된다.

한 군데는 이들이 살던 생활공간을 재현해 놓았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카펫을 깔고, 벽을 카펫 형식의 태피스트리로 장식했다. 벽에는 털모자가 걸려 있다. 옷도 대부분 털옷이다. 이들이 키웠던 가축은 순록인가 보다. 순록을 끄는 몽골족의 모습을 박제로 만들어놓았다. 가죽과 털, 그것은 생존의 필수조건이었다. 장신구는 금속과 옥으로 만들었는데 소박한 편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회부터는 노보시비르스크 관광이다. 20회까지 박물관, 성당, 영화관, 공원 등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태그:#노보시비르스크, #시립박물관, #알리나 로멘코바, #이고르 셰브쳉코, #시베리아 원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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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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