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가 100% 수입산 쌀과 밀을 사용한 탁주를 '충남술 TOP 10'에 선정해 논란이다. 충남도는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한 전통주에 대한 문화산업 확대 및 소비촉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 충남술 Top 10'을 개최하고 1, 2차 시음평가회를 통해 최종 주품 10개를 선정했다.
5월 25일 사단법인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탁주류(막걸리 포함), 약주류(과실주, 가향약주 포함), 증류주류(기타주류, 리큐르 포함) 등 부문별로 전문가 평가시음회를 통해 1차 충남의 술 45여종을 선정했다. 6월 중순에는 선정된 주품을 일반인, 양조인, 충남도민 그리고 전문가 대상으로 각 2회 이상 평가시음회를 했다. 이를 통해 집단별 TOP 10을 선정하고 이를 모아 충남을 대표하는 술로 최종 10종의 주품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100% 수입산 원재료를 쓴 A쌀막걸리가 충남을 대표하는 TOP 10에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A쌀막걸리는 C양조장에서 출시한 브랜드로 100% 우리 농산물을 주재료로 만들어 판매하다 일찌감치 폐업한 D양조장의 브랜드 B쌀막걸리와 이름이 상당히 유사하다. B쌀막걸리는 지역에서 특산품으로 지정한 쌀을 사용했으나 문제가 된 A쌀막걸리는 수입산 쌀과 수입산 밀을 사용했다.
둘 다 탁주용 첨가물이 들어있지만 원재료 차이는 극과 극이다. 이러한 사실이 뚜렷하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충남도는 100% 수입산 농산물을 사용한 A쌀막걸리를 충남술 TOP 10에 선정한 것이다.
주류 원료 중에 부득이 수입산 재료를 함께 쓴 전통주는 있다. 그러나 A쌀막걸리처럼 주재료 100% 수입산만 사용한 탁주를 충남도가 선정했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지 않는다. 이는 충남도가 전통주를 개발한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도내 생산 농산물을 가공 유통하여 도내 농산물 생산 증대와 농업인 소득 증가에 기여하는 의미도 찾을 수 없다.
충남도 "즉시 선정 취소하는 절차 진행"
주류 제조 연구가 K대 J 교수는 "수입쌀을 국가가 쿼터제로 받았으니 수입쌀을 가공산업에 써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전통주란 명칭보다 지역 술로 가는 것이 좋았을 것이고 충남도는 취지에 맞게 신중하게 출품조건을 제시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련 충남전통주연구회장도 "우리 술이라면 당연히 우리 쌀을 써야 한다. 쌀 누룩 물은 우리 것을 써야 전통주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100% 수입산 원재료만 사용했다면 수입쌀주지 무슨 전통주가 되겠냐"고 질책했다.
우리나라 실정상 수입산이 일정 부분 쓰이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거나 술 생산방식이 전통적인 방법이면 전통주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충남도가 나서서 100% 수입산 농산물을 사용한 탁주를 우리 전통주라고 내놓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충남술 TOP 10에 100% 수입산 주재료를 사용한 술이 선정됐다는 것은 맛과 향미만 대중의 입맛에 맞으면 재료가 수입산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논리와도 같다.
도는 이번에 선정된 '충남술 TOP 10'의 홍보자료 제작, 주점 및 홍보장소 브로슈어 배포, 갤러리 홍보, 주점 및 교육기관 프로모션, 각종 축제 등 행사에서 다양한 판매지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충남도 박상호 농촌산업팀장은 지난 30일 "술 주원료가 국산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100% 수입산 주원료를 사용한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제를 인식하고 기준을 새로 만들어서 다음부터는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조건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해명한 뒤 31일에는 "문제를 확인했다. 즉시 선정을 취소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술 TOP10 1차 선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김준철 원장(와인 아카데미), 명욱 부관장(전통주 갤러리), 이상균 원장(전통주연구개발원), 이승훈 대표(백곰 막걸리) 그리고 박록담 소장(사단법인 한국전통주연구소) 5인이며 2차 평가에는 전문가 4명, 충남도민 135명, 양조인 60명, 일반인 71명 등 총 270명이 참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