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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서초구의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국토부 산하의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한국소비자협회 BMW 차량 화재 집단소송지원단의 원인규명 조사 관련 협의회가 열렸다.
 5일 서울 서초구의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국토부 산하의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한국소비자협회 BMW 차량 화재 집단소송지원단의 원인규명 조사 관련 협의회가 열렸다.
ⓒ 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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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잇따른 베엠베(BMW) 차량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이지알(EGR,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모듈의 바이패스(배출가스 우회로) 밸브를 열어 둔 채로 주행 실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민간 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들은 앞서 자체 실험을 통해 바이패스 밸브의 과도한 작동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5일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아래 연구원)과 한국소비자협회(아래 협회)는 서울 서초구의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BMW 차량 화재 원인 조사와 관련한 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류도정 연구원장과 실무 책임자를 비롯해 협회 집단소송지원단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날 자리를 통해 협회가 연구원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항은 2가지다. 첫번째는 명확한 화재 원인규명이 있을 때까지 바이패스 밸브를 물리적으로 닫아버리는 것이다. 협회 쪽은 엑추에이터 모듈의 커넥터를 제거해 바이패스 밸브를 닫혀 있는 상태로 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쉽게 말해 바이패스 밸프를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제거하자는 것. 협회는 바이패스 밸브 폐쇄가 당장의 추가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이로 인한 단점도 있다.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이 이전보다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이 교수는 "바이패스 밸브를 닫으면 배출가스 기준을 넘어설 수도 있으며 이는 환경부와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 그는 "환경부, 국토부 등 담당 부처를 따지기 전에 당장 국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 쪽은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만 답했다. 해당 조치를 결정할 권한이 연구원에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폐쇄 조치 자체가 조사 진행 중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수정 선임연구원은 "올 연말 모든 조사와 실험에 대한 결과가 나와야만 (바이패스 밸브 폐쇄 조치의) 실제 적용 여부에 대한 검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두번째 요청 사항은 실제 차량의 주행 시험이다. 단, 바이배스 밸브를 열어 둔 채로 진행한다. 즉, 자신들이 앞서 실시했던 실험을 재연해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달라는 것. 협회는 자체 실험을 통해 리콜 대상 차량(유로6 배출가스 기준 만족)의 바이패스 밸브가 고속 타력주행 시 곧바로 열리는 것을 알아냈다. 여기서 타력주행은 고속으로 달릴 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연료 공급이 중단되고, 자동으로 기어가 중립으로 바뀐 상태로 주행을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BMW가 화재 원인을 EGR 쿨러와 밸브만의 문제로 국한시켰으면서 기자회견에서는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여야 불이 붙는다고 언급했다"면서 "해당 실험을 통해 (BMW가) 은폐하고 있는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 사고가 비교적 신차에 집중됐던 만큼, 바이패스 밸브의 오작동은 제어 소프트웨어의 오류가 아닌, 의도된 설계에 의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이날 협회 쪽은 바이패스 밸브 오작동 과정에서 고장코드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고장 경고등이 뜨고 주행이 멈춰져야 하는데 피해 차량들은 안전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협회는 연구원 쪽에 BMW의 자동차관리법 등 안전기준 관련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요구했다. 

류 원장은 "BMW 차량 화재 조사와 관련해 과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결과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위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향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게 되면 발표와 더불어 실험실도 공개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협회는 다음주 중으로 차량 주행 실험을 한차례 더 실시한다. 리콜 받은 차량의 바이패스 밸브 개폐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최근 리콜을 통해 BMW가 차량의 EGR 모듈 관련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 협회 쪽은 리콜을 받은 차량의 바이패스 밸브 작동이 이전과 달라졌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최 교수는 "실험 협조 의사를 밝힌 운전자들의 차량 리콜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다음 주 중으로(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구원 쪽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BMW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확보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태그:#BMW 화재, #민관합동조사팀, #국토부, #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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