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목격자>는 오락 영화로 포장되어 있지만 현대 사회의 일그러진 공동체 해체와 개인주의에 만연한 도시 사람들의 피폐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아파트공동체의 극단적 이기주의와 인간성 상실을 그리고 있다.
 
당신은 자기 아파트 한가운데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게다가 범인이 당신의 얼굴을 똑똑이 보았다면 말이다. 영화는 주인공 상훈(이성민 분)을 통해 목격자의 고뇌를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 넥스트엔터테인먼트


우연히 보게 된 살인 사건. 목격자가 된 주인공은 가족들이 범인으로부터 해코지 당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가 느낀 공포가 십분 이해는 가지만, 가족을 지키려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은 아니었을까 하는 답답함마저 밀려온다. 무엇이 저렇게 철저하게 목격을 회피하게 만드는 것인지, 그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인지 궁금케 한다.

비단 목격자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집값 떨어진다며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지 말자고 결의하는 부녀회와 주민들의 모습은 영화가 아닌 실제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혀를 차게 한다. 산사태 방지공사에는 무관심하면서 범인 검거 비협조 연판장을 돌리는 주민들. 실종된 부인을 찾기 위한 남편의 전단마저 아파트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해석하는 이웃의 극단적 이기주의는 살인보다 더 무서운 방관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자의건 타의건 무너진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주민들이 산사태 공사에 무관심해 그 산속에 범인이 그동안 묻어두었던 숨겨진 진실이 무너진 산사태를 통해 드러나는 설정은 그럴 듯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이기심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신고했으면 살수도 있었을 우리의 이웃은 2시간 동안 사경을 헤매다 결국 사망했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포인트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목격자들의 외면은 과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까 아니면 이기적 방관이었을까 말이다.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 넥스트엔터테인먼트


이 영화가 사람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무게감 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보인다. 철저하게 개인화된 사회의 무서움을 통해, 공동체 복원이 필요한 시점에서 적절한 영화라 평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 공동체가 무너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이웃과의 소통은 단절된 적이 오래다. 우리 동네에서, 우리 마을에서 함께 호흡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의 단절은 영화에서 무너진 산사태의 단면처럼 아픈 현실이다. 영화 <목격자>는 살인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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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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