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손승원 ‘헤드윅’ 손승원

▲ ‘헤드윅’ 손승원 ‘헤드윅’ 손승원 ⓒ 쇼노트


배우 손승원을 인터뷰하며 상반되는 부분이 느껴졌다. 다름 아니라 인터뷰이 손승원은  굉장히 섬세한 배우인 반면에, 극 중 주인공인 헤드윅은 속에 담아두었던 것을 마음껏 뿜어내는 캐릭터라서.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섬세한 배우. 그가 뿜어내는 연기를 어떻게 자유자재로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인터뷰 하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필자의 기우였다. 지면에는 모두 소개하지 않았지만 배역을 위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가 하는 성실함이 손승원의 내면에 깃들어 있었다. 역대 최연소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 손승원을 백암아트홀에서 만났다.

- 평소 록에 관심이 있었나.

"전작인 <트레이스 유>를 공연하기 전까지는 록을 전혀 알지 못했다. 록 음악은 박자가 뒤에 있다. 전형적인 뮤지컬 노래만 배우다가 록을 하려다보니 록 발성부터 몰랐다. 음악감독님이 밴드 활동을 하던 분이라 이번 <헤드윅>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공연을 위해 록 음악과 록 공연 실황 영상을 일부러라도 많이 접하다보니 록에 친숙함을 느끼고 있다."

- 필모그래피가 <헤드윅>을 하기 전과 한 이후로 구분될 것 같다.

"맨 처음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모르는 분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오디션도 아니고 '같이 합시다' 하니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 줄로만 알았다. 제 나이에 과연 <헤드윅>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서 전화 받은 자리에서 하겠다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나흘 동안 아는 형들에게 캐스팅을 수락해야 하는가를 물어보았다.

이 때 대부분 제가 돌아온 답변은 수락하라는 답변이었다. '어리기 때문에 네가 손해 볼 건 없다.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이 신인이나 네 또래 배우가 아니라 공연계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송)창의 형이나 (조)승우 형이기 때문에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라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캐스팅을 수락할 수 있었다."

- 형들(조승우·송창의)의 공연을 감상했는가.

"제가 연기하기 전에는 영화나 공연 실황으로만 보았지 <헤드윅>을 직접 보지 않았다. 공연을 보지 않은 게 어쩌면 장점일 수 있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으니까. 두 형들의 연기를 보며 느낀 공통점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다는 점이다.

공연의 전형적인 형식이 아니라 일인극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저의 연기가 형들과 다른 점을 손꼽는다면 두 형들의 공연을 보면 관객으로 하여금 큰 언니같이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연륜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는 친구나 동생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은 친숙함이 있다. 연출님은 제게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하라'고 조언한다. <헤드윅>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제가 연기하는 공연으로 입문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본대로 연기하다 보니 처음 보아도 이해가 쉽게끔 설명이 많다."

‘헤드윅’ 손승원 ‘헤드윅’ 손승원

▲ ‘헤드윅’ 손승원 ‘헤드윅’ 손승원 ⓒ 쇼노트


- <헤드윅> 주인공으로 낙점되었을 때 손승원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제가 헤드윅으로 낙점되었을 때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한 게 사실이다. 어리고 <헤드윅>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어서, <헤드윅> 팬층이 워낙 두터워서 말이다. 저에 대한 우려는 첫 공연을 하고 나서 많이 가신 것 같다. '우려했던 것보다 손승원만의 연기 색깔이 나온 것 같다'는 평을 해주어서 처음 제가 캐스팅 되었을 때의 걱정은 기우가 될 수 있었다."

- 손승원이 추구하는 연기는 무엇이고 무대는 어떤 곳인가.

"저를 아껴주는 많은 팬은 저의 감정 연기를 좋아한다. 감정 연기를 표현하는 것이 돌직구 같아서 가슴에 와닿는다는 평이 많다. 꾸미지 않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걸 팬들은 좋아한다. 무대는 평소에 제가 억누르고 절제하는 김정을 쏟아내는 장소이자 이중적인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다."

- 공연을 위해 하이힐을 신어보고 치마도 입어보고 진한 화장을 해봤다. 여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았는가.

"하이힐을 난생 처음으로 신어보았는데 정말 불편하더라. 공연하는 내내 하이힐을 신고 뛰어다니거나 점프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무릎에도 무리가 갔다. 여자 분장을 한 제 모습을 보고는 많이 부끄러웠다.

화장을 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지우는 것도 큰일이다. 그런데 분장을 자주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보일까를 고민하게 되더라. 꾸미기 위해서 정말로 많은 노력을 하는구나를 실감하면서 동시에 더 예쁘게 보이고자 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헤드윅> 이후의 손승원은 어떤 배우가 될까.

"부끄럽지만 <헤드윅>을 할 때만큼의 각오와 오기, 마음가짐으로 공연한 적이 이전에는 없었다. 주인공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다 보니 연기적인 면에 있어 남는 점도 많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좋은 평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었다. 공연을 처음 시작하면서 왜 이런 마음가짐으로 출발하지 않았는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만일 제가 공연했던 모든 작품을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더라면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렸을 텐데 하는 후회 말이다. <헤드윅>을 공연하고 나서는 항상 <헤드윅>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것처럼 어느 공연이든 최선을 다해 공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손승원 버전의 <헤드윅>을 관람하는 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걱정과 우려로 바라보기보다는 <헤드윅>을 준비하면서 마음가짐이나 각오가 얼마나 남달랐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제가 공연하는 <헤드윅>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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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윅’ 손승원 ‘헤드윅’ 손승원 ⓒ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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