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더위가 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더위 때문에 멀리했던 책을 읽다 보면 장면을 상상하곤 한다. 소설이 주는 상상의 재미는 영화화가 되었을 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내가 상상했던 장면 또는 등장인물의 모습에 비해 아쉬움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들은 그런 아쉬움을 최대한 달래주는 영화들이라 할 수 있다. 책도 명작, 영화도 명작인 명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9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책 표지와 영화포스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책 표지와 영화포스터 ⓒ 민음사, Paramount Pictures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어니스트 헤밍웨이 1940 / 샘 우드 1943)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로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을 계기로 쓰게 된 소설이다. 자진하여 반(反)파시스트 의용군에 참가한 작자 자신의 체험이 토대가 된 이 작품은 1943년에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창립 40주년 기념 작품으로 영화화 하여 호평을 받았다. 주연을 맡은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키스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키스신 중 하나로 손꼽히며 교량을 폭파시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자유를 위한 투쟁, 개인의 무력함과 연대의 중요성 등 소설이 담아내는 의식을 잘 풀어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모래의 여자> 책 표지와 포스터

<모래의 여자> 책 표지와 포스터 ⓒ 민음사, Toho Film (Eiga) Co

  
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1962 / 테시가하라 히로시 1964)
 
<모래의 여자>는 아베 코보를 세계적인 작가로 급부상시킨 작품이다. 곤충을 체험하기 위해 모래사막으로 떠난 교사가 모래 구멍 속 여자의 집에 감금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인간이 지닌 적응력을 통해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은 원작에서 중요한 요소인 모래를 작품에 담아낸다. 모래에 갇힌 주인공 준페이의 모습에서 숨이 턱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며 동시에 이에 적응해가는 그의 모습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빠지게 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표지와 포스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표지와 포스터 ⓒ 일신서적출판사, 수도영화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1936 / 빅터 플레밍 1939)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그 자체'라 할 만큼 의미있는 작품이다. 작가 마거릿 미첼은 1037페이지짜리 대작을 약 10년에 걸쳐 완성시킨다.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의 남부여인 스칼렛 오하라와 야성의 암상인 레트 버틀러를 중심으로 애욕을 다룬 대형 로맨스를 세밀한 묘사로 풀어내며 그 해에 100만 부 판매고를 기록하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비비안 리와 클락 게이블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특히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라는 스칼렛 오하라의 명대사는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해리 포터> 책 표지와 포스터

<해리 포터> 책 표지와 포스터 ⓒ 문학수첩,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해리 포터(조앤 K.롤링 1997 / 크리스 콜럼버스 2001)
 
<해리 포터> 시리즈는 풍부한 상상력과 탄탄한 세계관으로 출판 역사상 최고의 브랜드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영화화가 결정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출했다. 작품이 지닌 무한한 상상력과 방대한 세계관을 과연 영화라는 매체에 담아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따랐다. 하지만 크리스 콜럼버스를 시작으로 한 영화화는 큰 성공을 거둔다. 해리, 론, 헤르미온느 세 명의 주인공의 완벽한 싱크율과 아기자기한 마법부터 어두운 음모까지 담아내는 폭 넓은 작품의 표현력이 전 세계 <해리 포터>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1탄과 2탄을 성공적으로 영화화시키며 시리즈의 기반을 닦아놓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책 표지와 포스터

<로미오와 줄리엣> 책 표지와 포스터 ⓒ 민음사, BHE Films

  
로미오와 줄리엣(윌리엄 셰익스피어 1597 / 프랑코 제페렐리 1968)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빼놓을 수 없다. 앙숙인 두 가문의 남녀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인 이 작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영화들이 탄생했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1968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세기의 미녀 올리비아 핫세는 줄리엣이라는 명제로 자리 잡게 되었고 OST 수록곡 'What is a youth'는 청춘의 가슴 아픈 사랑을 절절하게 묘사하며 영화의 감성을 끌어올렸다.
 
 <오만과 편견> 책 표지와 포스터

<오만과 편견> 책 표지와 포스터 ⓒ 민음사, UIP코리아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1813 / 조 라이트 2005)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오만과 편견>은 오늘날까지 크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오만과 편견>은 시대를 타지 않는 작품으로 유명한데 재기발랄한 위트와 유머를 통해 오만과 편견으로 사랑을 바라보는 현실을 건전하게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콜린 퍼스가 완벽한 다이시 캐릭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영화화는 매번 그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다. 2005년 조 라이트의 <오만과 편견>은 키이라 나이틀리의 매력적인 엘리자베스 베넷 연기에 힘입어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게 된다. 과장되지 않은 담백한 매력이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레미제라블> 책 표지와 포스터

<레미제라블> 책 표지와 포스터 ⓒ 민음사,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 1862 / 톰 후퍼 2012)
 
일곱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 훔쳤다가 19년을 감옥에서 산 장발장의 이야기로 유명한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혁명을 바탕으로 인도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인 이 작품은 수많은 영화화를 거쳐 왔고 좋은 원작만큼 좋은 작품들이 탄생하였다. 그 중 톰 후퍼 감독의 <레미제라블>은 뮤지컬과의 결합으로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혁명의 시대가 담아내는 낭만과 위고의 언어적인 사유는 노래가 되어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특히 판틴 역의 앤 해서웨이의 열연은 큰 인상을 남긴다.
 
 <벤허> 책 표지와 포스터

<벤허> 책 표지와 포스터 ⓒ 시공사, (주)팝엔터테인먼트

  
벤허(루이스 월리스 1880 / 윌리엄 와일러 1959)
 
<벤허>는 '그리스도의 이야기'라는 부제에 맞게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배경으로 주인공 벤허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유태 귀족인 벤허가 모든 것을 잃은 채 노예로 팔려가지만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며 결국 예수의 기적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1959년 영화화 되어 대성공을 거둔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차 경주 부분을 완벽하게 영화화 해내며 영화사 최고의 장면으로 표현해내며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큰 성과를 이룬다. 국내에서는 1962년 첫 개봉 이후 2016년까지 무려 8번을 재개봉하며 변치 않는 '마스터피스'임을 과시하였다
 
 <반지의 제왕> 책 표지와 포스터

<반지의 제왕> 책 표지와 포스터 ⓒ 씨앗을뿌리는사람, 디스테이션

  
반지의 제왕(존 로널드 톨킨 1954 / 피터 잭슨 2001)
 
<호빗>의 집필 후 톨킨은 이에 영감을 얻어 12년 만인 1954년 <반지의 제왕>을 출간한다. 이 <반지의 제왕> 3부작은 판타지 소설의 바이블이라 불릴 만큼 작가 톨킨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다. 그의 이 작품 덕분에 현대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가 크게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 전설적인 작품의 영화화는 완성도 높은 3부작을 탄생시키며 호평을 받았다. 1편에서는 전설적인 판타지의 거대한 세계관을, 2편에서는 영화사 최고의 전투 장면을, 3편에서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선사하며 판타지 장르의 완성판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골룸, 레골라스, 간달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유행시키며 판타지 영화의 세계관 확장에도 일조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루나글로벌스타와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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