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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총후의 기원>을 함께 부른 박세환(朴世煥)과 정찬주(鄭讚柱)는 그밖에도 <승전의 쾌보>라는 군국가요를 역시 함께 불러 발표했다. 이미 간단하게 내용을 소개한 바 있지만, <승전의 쾌보>는 전황을 취재하기 위해 전선으로 간 기자가 목숨을 바쳐 승리의 소식을 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총후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시국가라는 명칭이 붙여져 콜럼비아레코드에서 1938년 1월 신보(음반번호 40794)로 발매되었다.

비록 한 달 간격을 두고 차례대로 발표가 되기는 했으나, <총후의 기원>과 <승전의 쾌보>는 같은 시기에 녹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당시에는 녹음을 하기 위해 일본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작품이 완성되는 데에 따라 수시로 녹음을 해서 발매를 하지 않고 한 해에 서너 차례 모아서 녹음한 것을 몇 달에 걸쳐 순차적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총검은 안 가져도 전선에 나와/ 붓으로 적을 치는 종군기자다/ 오늘도 전사들과 정의의 행진
적진을 바라보며 공격의 나팔/ 호외로 알려 주는 종군기자다/ 날리는 깃발 아랜 승리의 만세
적탄을 헤치면서 정확한 보도/ 동포를 기쁘게 할 종군기자다/ 폭격의 우레소리 하늘 울린다
목숨을 바쳐 버린 결사적 보도/ 지상에 꽃피우는 종군기자다/ 공적은 거리에서 읽는 신문에
(가사지 내용을 현재 맞춤법에 따라 바꾸어 표기한 것이다)


가사는 <총후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이하윤(異河潤)(1906-1974)이 지은 것이다. 이하윤은 우선 시인으로서 문학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가요사에 있어서도 결코 지울 수 없는 자취를 남겼다. 1933년부터 유행가 가사를 발표하기 시작한 그는 1941년 무렵까지 빅터, 콜럼비아, 폴리돌 등 여러 음반사를 통해 100곡이 훨씬 넘는 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 가운데 일부는 1939년에 발간한 시집 <물레방아>에 수록해 내기도 했다.

또한 1935년부터는 콜럼비아레코드에서 문예부장을 맡기까지 했으며, 본명 외에 김백오(金白烏), 김열운(金悅雲), 천우학(千羽鶴) 등 다양한 예명을 사용해 활발한 작사 활동을 펼쳤다. 이하윤이 지은 군국가요로는 이 <승전의 쾌보>와 <총후의 기원> 두 곡이 현재 확인되고 있다.

시인인데다 자신이 이미 중외일보(中外日報), 동아일보 등에서 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던 이하윤이 지은 가사이기는 해도, <승전의 쾌보>는 군국가요로서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은 아닌 듯하다. 정책적으로 동원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라 애당초 진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는 무리였을 테지만, 여타 군국가요에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비장하거나 선동적인 분위기마저도 <승전의 쾌보>에서는 발견하기가 어렵다.

정치적인 통제로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가 쉽지 않았던 당시 언론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적탄을 헤치면서 정확한 보도’ 운운하는 표현은 사실적인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은 정진규(鄭珍奎)가 작곡을 했고, <총후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일본사람인 오쿠야먀 데이키치(奧山貞吉)(1887-1956)가 편곡을 맡았다. 정진규는 1937년 말에서 1938년 말까지 약 1년 동안 콜럼비아레코드와 그 자매상표인 리갈레코드에서만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밖에 행적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혹 다른 작곡가가 사용한 예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대부분의 예명이 그렇듯 확인을 하기는 어렵다.

가수 박세환과 정찬주 역시 콜럼비아레코드에서만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나며, 특히 박세환은 1936년에 미스터콜럼비아라는 예명으로 데뷔한 바 있다. 이후 만 2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열 곡 정도 되는 작품을 부른 것 말고는 박세환에 대해서도 알려져 있는 내용은 거의 없다. 그가 부른 노래들을 보면 유독 작곡자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대개 일본 유행가를 번안한 경우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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