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블레스유>의 황인영 피디

<밥블레스유>의 황인영 피디 ⓒ CJ E&M


<밥블레스유>가 오는 4일 다시 방송을 재개한다. 첫 방송에서는 가을철에 맞게 대하를 다룬다고 한다. 벌써부터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런데 벌써 돌아온다고? 올리브TV <밥블레스유>의 황인영 피디는 "너무 오래 쉬면 시청자 분들에게 잊힐 수도 있고 무엇보다 언니들이 다른 프로그램 하실까봐 빨리 예약했다"라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지난 9월 27일 <밥블레스유> '2018 F/W'를 앞두고 서울 상암동에서 황인영 피디를 만났다. 황 피디는 특별한 변화 없이 가을 겨울 먹거리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4일부터 시작하는 <밥블레스유>는 시즌2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황 피디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계절마다 바뀌고 고민도 계절마다 다르니까 시청자 분들과 세월을 함께 보내보자는 느낌으로 <밥블레스유> '2018 F/W'라고 붙였다"면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2019, 2020... 계속 숫자를 더하면서 익어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가을 겨울에 함께 밥을 먹는 기분으로 같이"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 CJ E&M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란 조합은 <밥블레스유> 첫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방송되는 내내 시청자들의 관심은 지속됐다. 사연도 일주일에 400건 가까이 들어오고 '언니들'이 갔던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차는 것도 모자라 사용했던 요리 재료가 동이 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황인영 피디에게서 뿌듯함이 섞인 행복함이 엿보였다. 황 피디는 "원래 피디로 일하는 게 좋긴 하지만 지금은 피디 인생에서 보기 드물게 아주 행복한 시기"라고 말했다.
 
- <밥블레스유>에서 '먹방'도 눈에 띄지만 시청자들과 사연을 주고받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점이 주요한 것 같다.
"예전에도 SBS <진실게임> 같은 일반인 분들이 직접 참여하시는 프로그램을 맡긴 했다. 하지만 <밥블레스유> 같은 경우 일상적인 고민을 다루다 보니,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방송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방송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친밀감의 정도가 다르다. '그거 재밌었어' '내가 봤어'가 아니라 '언니 저도 그거 보고 울었잖아요' '내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라는 식의 반응이 많다."
 
- 시청자들이 사연을 줘야 비로소 완성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획 단계에선 좀 불안했을 것 같은데.
"인공적인 지지대가 없다. 제작진이 머리를 짜서 '이것만 되면 방송 무조건 나간다'는 게 없다. 대신 언니들이 계셨기 때문에 괜찮았다. 너무 재밌게 찍었는데, 돌아서니 물 흐르듯 찍어서 뭘 찍었는지도 모르겠더라.(웃음) 그저 우리도 재밌었으니까 시청자 분들도 재밌겠지? 했다. 예전엔 방송국에서 만든 틀 안에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하는 기본적인 롤플레잉을 재밌어 했다면 요즘은 친하거나 잘 맞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관계를 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편안한 관계에 놓인 언니들의 케미가 대단하다. 제작진으로서 직무유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정도다. 하지만 힘이 있는 콘텐츠를 가진 분들이 모였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언니들의 실제 모습을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는 게 낫겠다 싶었다."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 CJ E&M


- 처음에는 송은이가 있는 비보TV에서 기획을 하고 올리브TV에 편성이 됐다고 들었다.
"네 분이서 가끔 모여서 밥을 먹는데, 사람들이 SNS에 올라온 네 사람의 사진을 보고 재밌어 하더라. 같이 모여서 프로그램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올리브에서 같이 해보면 어때?'라고 제안했다. 올리브TV는 비보TV랑 프로그램을 계속 같이 하고 싶어 했다. 올리브TV는 기본적으로 '일상을 새롭게 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라는 채널을 색으로 가져가고 있으니까. 여성들이 자기다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것, 여자들끼리 모여서 밥 먹고 서로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맛있게 먹는 걸로 고민거리를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어떤 삶의 문제가 생겼을 때 '난 이렇게 생각해' '난 이런 경험을 해봤어'라고 대화하는 게 바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트렌드를 제시하는 게 아니냐면서 회사는 너무나 좋아했다. 회사에서도 발 빠르게 편성을 해주었다."
 
- 비보TV와의 협업은 어떤가?
"비보는 외주제작사 중에서도 신생이고 규모가 작다. 제작사가 콘텐츠의 힘으로 방송국하고 대등한 조건의 계약을 맺고 저작권을 인정받는 좋은 사례를 <밥블레스유>가 남겼다고 생각한다. 은이 언니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랑을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외주 제작 시스템의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것 역시 하나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생각하고 계시더라. 그렇게 비보TV를 좋아하는 분들이 올리브TV를 보게 되고 올리브TV를 통해 <밥블레스유>를 접하신 분들이 비보의 팬이 되는 그런 구조도 작용하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
 
- <밥블레스유> 안에서 송은이씨는 출연자이기도 하지만 '새싹 피디'로서 제작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저희 프로그램에는 굳이 엠시가 필요 없지만 송은이 언니가 제작하면서 진행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영석 피디님 같은 경우 반은 출연을 하시지 않나. 그런 역할이 아닐까.(웃음) 필요한 경우 '인서트컷'도 찍는 진화된 출연자이다. 제작을 하면서 출연자가 대본을 꺼내 읽어도 이상하지 않은 방송은 이것밖에 없다. 출연자가 제작진이니까. 그날그날 소개하고 싶었던 사연을 손에 꼭 쥐고 먹방의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조율하려는 역할을 하신다. 이제 새싹에서 한 단계 진화해 '꽃송이 피디'로 모시려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 CJ E&M

 
- 오래 연출을 한 피디로서 '송은이 피디'의 장점에 대해 말해달라.
"아마 이 대답을 하면 언니가 민망해서 싫어하실 거다. 어쨌든 언니는 좋은 제작자다. 제작자와 출연자가 나뉘어진 시대는 가고 있는데 인스트림에 있던 연기자가 두 가지 간극을 넘나들면서 일하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본다. 꼼꼼하고 추진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고 나도 많이 보고 배운다. 개그맨은 역시 다르다. 자기 코너를 짜던 사람들이고 아이디어를 갖고 콘텐츠를 만들던 분이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언니는 제작진의 마인드로 출연을 하는 출연자이기도 했다. 제작진이 원하는 멘트를 해주고 제작진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연기자였다."
 
- 제작진이 특별하게 하는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웃음) 황인영 피디님이 프로그램에서 계획한 것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
"제작진은 매주 프로그램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리얼 프로그램이 그렇듯 '언니들 이번주에 뭐 드실래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물어보고 지난주와 겹치는 아이템이 있으면 다른 제안을 하고 비싼 걸 먹은 주에는 싼 걸 먹으러 가기도 한다. 언니들이 드시고 싶으신 건 늘 다양하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실생활처럼 먹을 수 있게 메뉴의 다양화를 조율한다. 드시기 싫은 걸 드신 적은 없는 것 같다."
 
- 편집된 사연 중에 아쉬운 사연은 없나.
"많이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자기 어머니가 갱년기인 것 같다는 남학생의 사연이 있었는데 어머니와 직접 전화 통화까지 해놓고 편집을 했다. 근데 어머니 나이가 너무 젊으셔서 갱년기일 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통화도 했는데 아마 왜 방송에 안 나올까 하셨을 것이다. 이날이 첫날이라 언니들 텐션이 너무 좋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그게 아쉽다."
 
- 어떤 음식을 추천해주셨나.
"콩나물국밥을 드시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몸을 뜨끈하게 해서 화를 풀어내라는 뜻에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편집이 됐지."
 
- 사연 채택은 어떻게 하는 건가.
"정말 많이들 보내오신다. 다 읽어본다. 작가들이 1차적으로 쭉 읽어보고 추려서 피디들이랑 작가들이랑 다 함께 읽어본다. 그리고 방송을 위한 사연을 추려서 갖고 간다. 현장에서 언니들이 보시고 본인이 소개하기 편한 사연들 위주로 소개를 하신다. 새싹 피디님께서 (웃음) 이 회차에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시고 여러 차례 걸러진다. 하지만 정말 다 읽어본다. 방송에 소개되기 부적절한 사연이나 어떻게 해도 심의에 걸릴 것 같은 사연들은 제외하고 소개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너무 많이 보내주시는데 다 소개를 드리지 못하는 게 마음 아프기도 하다. 또 어떤 질문은 먹어서 해결이 안 되는 것도 있다. 법원으로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싶기도 하고."
 
"끝까지 먹는 사람은 최화정, 가장 낯을 많이 가리는 건 이영자"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 CJ E&M


- 시청자의 반응도 체크하나.
"솔직히 그걸 안 보는 제작진은 대한민국에 없다고 본다.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톡방이 있지 않나. 내가 본방을 보면서 그걸 안 볼 수는 없다. 댓글도 다 찾아보진 못하지만 다음날 어떤 기사가 올라왔고 어떤 댓글이 올라왔는지 당연히 체크하게 된다."
 
- 반응들 중에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게 있었다면.
"밥 먹으면서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본다는 댓글. '나도 밥 차려놓고 프로그램 기다려요' '언니들이랑 같이 밥 먹는 기분이에요' 이런 댓글이 가장 기분 좋다. 외국에 계신 분들도 '너무 좋은데 한식을 못 먹어서 괴롭다'고 하시기도 하고 또 '한국 음식의 향수를 <밥블레스유>로 달랜다'고 하시기도 한다. 언니들이 진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먹는 밥을 드시니까."
 
- 첫 회부터 김숙씨가 아파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당황했을 것 같다.
"너무 놀랐다. 촬영장에 오지 못할 줄 알았다. 밤사이에 응급실에 두 번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링거도 맞고. 현장에서 죽 드시고 나서 나중에 많이 아쉬워하셨다. 낙지도 재밌게 먹을 수 있는데 재밌게 먹는 법 하나도 못 보여줬다면서. 크래커 위에 낙지도 올려먹을 수도 있다고 (웃음) 노는 것에 최적화된 몸인데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을 하다 보니 고장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지금은 언니들의 건강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 현장에서 봤을 때 가장 많이 드시는 분은 누구인가.
"끝까지 롱런하시는 건 화정 언니다. (웃음) 정신을 차려보면 언니만 드시고 있을 때가 많다. 다들 끝난 와중에도 밥을 김에 싸서 간장에 찍어 먹고 있다. 시청자 분들도 '끝까지 먹고 있는 거 봤냐'고 하시더라. 다들 알아보고 계시는구나 싶다. (웃음) 화정 언니는 매번 반성하면서 시작하신다. '난 계속 먹더라, 계속 먹어' 하면서 방송한 날도 계속 드시고."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올리브TV <밥블레스유> 스틸 사진 ⓒ CJ E&M

 
- 이영자씨는 어떤가?
"영자 언니는 낯을 많이 가리고 수줍어하신다. 작은 일에 감동을 잘 하시고 정말 맛있는 걸 먹을 때의 기쁨을 다이내믹하게 표현하신다. 그리고 많은 것에 신경을 쓰신다. '지금 은이가 사연을 하고 싶어 하나?' 싶어 물 밑에서는 가장 바쁘다. 다음 것 먹으러 가야한다고 속도 조절도 해주시고. 그리고 좋은 건 영자 언니가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덜 방송인처럼 편하게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MC 톤으로 말할 때 언니 특유의 목소리가 있는데 <밥블레스유>에서는 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언니가 여기를 편안하게 여기나보다 싶어서 혼자 개인적으로 뿌듯해하고 있다."
 
- <밥블레스유> '2018 F/W'에서 새롭게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어떤 걸까.
"일단 프로그램의 전체 맥락은 바뀌는 게 없다. <밥블레스유>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가을 겨울에 많이 드시는 제철 음식 위주로 진행을 할 생각이다. 언니들 아이디어가 항상 많다. 영자 언니는 도시락을 먹자고도 하고 음식점에 가지 않고 친구들의 빈집에 가서 음식을 해주고 오자는 소소한 기획들이 기다리고 있다. 많이 기대해 달라."
밥블레스유 김숙 송은이 이영자 최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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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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