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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국가는 파리협약을 무시하거나 석탄&오일샌드에 머리를 파묻는 식으로는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 - 호르헤 비뉴알레스, 케임브리지대학교

2004년 6월, <석유자원의 한계:새로운 위험의 문턱에 다가선 세계>라는 저서를 펴낸 폴 로버츠는 세계 석유자원의 고갈을 경고하며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영향을 경고했다. 그는 석유 생산이 몇 십년안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 예측하며, 세계가 석유자원이 풍부하면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들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1]

5년 뒤인 2009년 6월, <머니투데이>는 석탄-석유 등 인류가 의존해 온 에너지 자원들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빨리 고갈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화석연료의 고갈이 문명을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했다.[2]

반면 2015년 3월 대한석유협회에서는 '자원고갈론의 진실'이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의 세일오일 생산과 이로 인한 석유가격 하락과 같이, 인간의 지식과 기술발전이 지구에 묻혀 있는 더 많은 석유를 채굴할 수 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직 넉넉하다고 주장했다.[3]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셰일오일 생산량 최고치 경신, OPEC와 러시아의 석유 증산(增産), 대형 석유기업 로열 더치 셸社의 '주가 최고치 경신'과 같은 뉴스들을 보면, 인류가 여전히 '넉넉한' 양의 석유를 보유하고 있고 석유시대의 종말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은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올해 6월 발표된 영국 케임브리지와 통신대학, 마카오대학, 영국 경제연구소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의 학자들과 정책 전문가들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2035년 이전에 석유시대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4]

이유는? 석유자원의 고갈이 아닌, 석유자원에 대한 '수요 급감'때문이다. 수요 급감은 어떻게 가능할까?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에서 결의한 대로 지구의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막으려면 2011~2050년까지 사용 가능한 화석연료는 CO2기준 565기가 톤에 불과한데 반해, 이용 가능한 매장량은 2795기가 톤으로 이중 80%가 쓸모가 없게 된다.

에너지 산업과 운수산업의 기술변화, 그리고 주요 국가들의 저탄소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필연적으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는 변곡점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5]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가격이 최소 2040년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에 그간 이 분야에 장기적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 왔는데, 수요 급감으로 인해 화석 연료 생산시설이 자본을 흡수했지만 이윤은 낼 수 없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탄소 버블'이라고 하며, 1조에서 4조 달러 사이의 규모로 추정된다. 대부분 '재고로 남게 되는' 화석연료 비축분에 묶이는 자금이다(2008년 금융위기는 2500억 달러의 증발로 촉발됐다).[6]

하지만 세계 주요 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중 20~30%가 관련되어 있다는 100대 화석연료 에너지 기업들의 주식시장에서의 자산 평가액에는 이러한 정보가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탄소 버블이 터지는 시점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라드바우드 대학의 논문 대표 작성자 메르큐르 교수는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기후정책의 가능한 영향에 주로 신경을 썼지 지속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모든 변화는 필연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뒤에 남겨놓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에서 몰락한 노키아(NOKIA), 산업혁명의 태동기에 러다이트 운동을 전개했던 노동자들처럼 모든 변화와 혁신의 그늘에는 도태가 뒤따랐다. 결국 석유시대도 종말을 고할 것이다. 하지만 불과 20년도 남지 않은 부도예정 수표가 4조 달러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 참고문헌
[1] VOA, 2004-06-17, 에너지 전문가들, 세계 석유자원의 고갈 경고
[2] 머니투데이, 2009-06-01, 문명을 위협하는 화석연료의 고갈
[3] KPA Journal, 2015-03, 자원고갈론의 진실
[4] 뉴스위크 코리아, 2018-07-02, '탄소거품'붕괴로 4조 달러 증발?
[5] 이투뉴스, 2013-06-10, 탄소 버블(Carbon bubble)
[6] 지속가능저널, 2018-08-10, 탄소 버블은 무엇이고 거품이 꺼지면 어떻게 되는가


태그:#기후변화, #에너지, #경제정책, #화석연료,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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