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4%를 넘나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OCN 주말드라마 <플레이어>가 때 아닌 악재를 만났다. 10월 7일 방송된 4회에서 정체가 공개되지 않은 악당의 실루엣 사진이 등장했는데, 이 실루엣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자 결국 <플레이어> 제작진이 공식 사과문을 냈다.
 
다음은 <플레이어> 측의 공식 사과문 전문이다.
 
"먼저 시청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지난 7일 방송된 4회에서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그 사람' 역의 실루엣으로 해당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후반작업에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노출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해당 화면은 방송 후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모든 VOD 서비스를 비롯한 재방송 등에서 삭제 조치할 예정입니다. 또한 엄밀히 조사해 해당 관계자가 합당한 징계를 받도록 할 예정입니다.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작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이렇게 <플레이어> 측이 재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부에서는 "제작진 중 일베 회원이 있어서 일부러 집어넣은 것이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방송가의 '일베 논란'에 의심의 눈초리만 자욱한 셈이다. <플레이어>로선 시청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일베 논란에 휩싸인 OCN 주말드라마 <플레이어>

일베 논란에 휩싸인 OCN 주말드라마 <플레이어> ⓒ OCN

 
방송가 '일베 논란', 언제까지 계속될까
 
사실 방송가의 일베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2013년 무렵부터 방송, 뉴스에 침투하기 시작한 일베의 은어, 사진, 그림 등은 교묘한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노출되었다. 2013년 SBS < 8뉴스>는 노무현 대통령과 코알라의 사진을 합성한 이른바 '노알라' 사진을 도표와 함께 흐릿하게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김성준 앵커는 논란 직후에 "사실을 보도해야 할 뉴스가 실수로 저급하고 뒤틀린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제대로 고치겠습니다"라며 "사과문 한 번 읽고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SBS 뉴스를 지켜보는 시선을 두려운 마음으로 대하겠습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후에도 SBS의 일베 논란은 10번이나 계속됐다.
 
SBS <런닝맨> <스포츠 뉴스> 등에서 일베 사진이 사용되었고, <캐리돌뉴스>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가짜 합성 타임지 표지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본래 '안녕 미스터 노'라고 적혀있던 문구가, '고 투 헬 미스터 노'로 바뀐, 심각하고도 저열한 비하의 의미를 담은 문장이 노출된 것이다. 이후 제작진에게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SBS 뿐 아니라 KBS, MBC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KBS <개그콘서트>는 '부엉이' 코너에서 뜬금없이 부엉이의 안내를 받아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남자를 개그 소재로 활용해 노무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고, MBC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섹션 TV 연예통신> 등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 사진을 썼다가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올해 초,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세월호 비하 논란' 은 단연 충격적이었다. 이영자의 어묵 먹방을 뉴스로 편집하면서 세월호 보도 뉴스 장면을 활용해 전국민의 공분을 산 <전지적 참견 시점>은 한동안 방송을 멈출 정도로 홍역을 앓았다. 일베 문화가 무섭고도 교묘히 방송가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일베 언어를 활용한 연예인들의 발언들 역시 수차례 문제가 됐다. 과거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시크릿은 개성을 존중한다. '민주화'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김진표는 자신이 진행하던 XTM <탑기어 코리아 시즌2>에서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보고 "운지하고 만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후에도 대중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예인들의 일베 논란은 지겹게 계속되었으며, 그 때마다 소속사는 사과를 반복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연예인들이 방송이나 SNS 같은 공개된 매체를 활용하여 여과 되지 않은 언어를 쏟아낸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은 항상 경각심을 갖고 제작에 임해야 한다. 작은 소품 하나라도 꼼꼼하게 살피는 노력이야말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의무'인 것이다. 이 의무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일베 논란은 끊임없이 터질 것이 분명하다.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역시 스스로의 언행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베를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자유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발언을 할 때에는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나 '공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 직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절제와 자성의 기술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셈이다.
 
정치적 입장은 분명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고인이 된 전 대통령들을 비하하고 저주하며, 자랑스러운 민주화의 역사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다. 작금의 일베 논란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임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일베 논란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두의 노력과 의지 없이는 한 발자국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이 재미없는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플레이어 일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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