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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콩나물 시루같은 호텔 대연회장에서 청년농업인 200명을 모아놓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극장식 시설이 아니어서 청년농업인들의 교육 몰입도가 매우 떨어졌었다.
▲ 청년농업인 의무교육 현장 한여름에 콩나물 시루같은 호텔 대연회장에서 청년농업인 200명을 모아놓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극장식 시설이 아니어서 청년농업인들의 교육 몰입도가 매우 떨어졌었다.
ⓒ 박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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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농업인 교육 현장을 다니면서 안타까운 장면을 마주하곤 한다. 시간당 20만 원 넘게 받는 연단의 강사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지만 70% 이상의 교육생들은 어두컴컴한 뒷자리에서 모자란 잠을 청하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농업인 교육의 홍수 시대다. 새해영농설계교육, 농업인대학, 강소농교육, E-비즈니스교육, 귀농귀촌교육, 현장실습교육, 선도농업인 대상 마이스터교육...

교육 주체도 농촌진흥청, 도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 농촌진흥기관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농어촌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산하기관, 각 지역별 인재개발원과 6차산업지원센터 등 다양하다. 게다가 각 지역농협의 조합원교육, 농림축산식품부 교육을 위탁 운영하는 민간 업체들과 각종 포털사이트의 온라인 교육까지 포함한다면 농업 교육의 양은 이미 과잉이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2016년 기준 농촌진흥기관의 교육 총량은 약 100만 명, 농정원 약 7만여 명, 농협 70만 명 등 연간 약 200만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통계청 조사 결과 농업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농업인이 58.6%에 달하는 등 농업인의 1/3만 집중적으로 교육받는 소수에 의한 교육 독점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지역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 교육을 독점하거나, 혹은 교육 담당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동원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사의 수준도 도마에 오르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교육 담당자다. 교육의 최 일선에 서는 농업인 교육 담당자의 상당수가 5년차 미만이어서 경험도 풍부하지 못하며, 그나마 업무에 조금 익숙해질 만하면 인사이동으로 다른 부서로 가버린다. 참고로 20174년 시군 농업기술센터 강소농 교육 담당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1.6년이다.

교육과정 편성도 문제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대부분 내부 컨트롤 타워 없이 담당자별로 일정에 쫓겨 급하게 편성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교육의 전문성도 떨어지고 과정 중복도 피할 수 없다.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이 아닌 강사의 입맛에 맞는 교육이 진행되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강사와 교육담당자간 갑을관계가 바꾸었다고 할 정도다. 청년농업인들은 영농정착지원금을 수령하는 조건으로 연말까지 총 160시간(필수 40, 선택 120)이라는 어마어마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받은 지원금은 회수 조치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필수교육은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선택과정은 이수시간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본인에게 맞는 교육을 보다 능동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머무르지 말고 각 교육기관의 교육 담당자를 미리 만나보고 교육과정이나 강사에 대한 소개를 받는 사전 조사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영농계획이나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1회당 8시간이 인정되는 '청년농업인 컨설팅 지원사업(최대 5회)'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본인이 열심히 알아보았으나 생각보다 유익하지 않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면 제발 강의장에서 그냥 나오지는 마라. 최소한 강사에게 교육 내용에 대해 항의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이다. 청년들의 무서움을 알아야 강사들이 더 철저하게 준비하게 된다.

그마저도 자신이 없다면 해당 사업 담당자에게 강의의 부실함을 알리고 SNS를 통해 전파하라. 제발 출석부에 서명만 하고 그냥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오지 마라. 또한 해당 교육과정이 마음에 안들면 교육 책임자에게 반드시 그 결과를 알리고 의견을 같이하는 동료와 함께 원인을 물어라. 본인의 참사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민원은 합리적으로 제기할 때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다.

다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생 다운 모양새를 갖추어야 한다. 메모장이나 필기구 하나 없이 몸만 달랑 참여하는 것은 애초부터 교육을 받을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에 참여할 때는 하나라도 반드시 배워오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지난 8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 의무교육에 업무 차원에서 참석했었다. 당시 농협중앙회 소속 강사가 강의 도중 <농민신문>을 열심히 읽어야 농업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소개하자 한 청년농업인이 "농민신문이 아니라 농협신문이다"라고 일갈했다. 필자는 이런 모습이 청년 농업인의 패기라고 생각한다. 청년 농업인만이 고착화된 우리나라 농업판을 바꿀 수 있다.

태그:#청년농업인, #농업인교육, #귀농귀촌, #청년창업농, #농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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