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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카풀서비스는 사실상 24시간 택시 영업을 하는 것과 같다. 생존권을 빼앗긴다는 절박함에 광장에 나왔다."

경기도 안성에서 택시 운전을 한 지 1년 됐다는 택시기사 조영남(60)씨는 말했다. '카카오택시결사 반대'라고 적힌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른 조씨는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 18시간 일하면 15만 원을 벌었다"라며 "지금은 하루에 12만 원 벌까 말까 한다"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량 승차공유 서비스(카풀)를 준비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16일 카풀 운전자 모집공고에 나선 가운데, 택시기사들이 '24시간 파업'은 물론 광화문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카풀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도 터져나왔다.

전국 택시노사단체 4곳이 모여 만든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이 모여 만든 연대체다. 결의대회에 앞서 이들은 이날 오전 4시부터 19일 오전 4시까지 '24시간 파업'을 선언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의 택시기사들이 광화문 북측광장부터 세종대왕상 인근까지 가득 메우다 못해 광화문광장 양옆 차로와 도로 등에도 집회 참석자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불법 카풀앱 영업행위를 즉각 금지하고 택시종사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라고 외쳤다.

택시기사들 "카풀, 사실상 24시간 영업하는 택시" 주장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이들은 카풀 영업 자체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운전자가 동승자를 태우고 돈을 받으면 불법이다. 하지만 출퇴근 때는 예외조항으로 허용하고 있다. 카풀 앱들은 이를 근거로 출근시간(오전 5시~오전10시 혹은 11시), 퇴근시간(오후 5시~새벽 2시)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현행법에 '출퇴근 시간'이 정확히 명시돼있지 않아, 사실상 24시간 내내 카풀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양덕 전국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카풀 플랫폼 업체들은 유연근무제 등을 거론하며 출퇴근 시간을 사실상 24시간으로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카풀업체 '풀러스'는 개인별로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해 택시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서울시가 '자가용 불법 유상운송 알선'이라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양덕 상무는 "카풀은 도심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그 자체는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는 사람들끼리 카풀을 하는 '문화'와 카풀로 '사업'을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라며 "택시 면허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업진출을 철회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택시 어플을 삭제하겠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화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24시간 운영되는) 카풀은 허가와 규제 없는 택시회사와 다를 게 없다"라고 말했다. 박복규 전국택시연합회장은 "법망을 피해 자가용 승용차를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게 하고 대형 IT업체가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다"라며 "이게 무슨 4차 산업이냐.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카풀 앱 근절방안과 택시산업발전 및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카풀을 빙자한 자가용 불법영업을 퇴출하자"라고 외치며 '불법 공유경제', '짝퉁 4차산업'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찢으며 결의대회를 오후 3시 40분쯤 마무리했다. 곧바로 효자동 치안센터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하던 중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영업하는 택시 몇 대를 마주치자 일부 기사들은 "부숴버리자", "배신자"라고 외치며 달려들기도 했다.

"승차거부부터 해결하라"... 시민들 시선은 싸늘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가해 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이날 파업과 결의대회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했다.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A씨(29)는 "회식 등으로 술을 마시면 집에 갈 때 택시를 어쩔 수 없이 타야한다"라며 "승차거부를 당한 적이 많다. 40분 넘게 택시를 못 잡아 추위에 떨었던 경험이 자주 있다"라고 했다. 그는 "카풀 서비스가 택시기사들의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해된다"라면서도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것은 이용자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출근시간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이아무개(31)씨는 "택시 파업으로 오늘 아침에도 지각할 뻔했다"라며 "파업으로 대처하는 게 너무 불쾌하다"라고 했다. 이씨는 "서비스 질과 불친절을 개선하지 않고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이용자들이 편의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택시기사는 옆 사람에게 "자업자득이라는 댓글이 많다"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승차거부, 출퇴근·심야시간 택시 이용이 어렵다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비대위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승차거부를 하지 맙시다"라고 외쳤다. 결의문을 통해서도 "승차거부, 부당요금징수 등 불친절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자정노력을 할 것이다"라고도 밝혔다.

여야 의원 참석해...김선동 의원 "카풀 앱은 IT 아냐"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택시기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더불어민주당 카풀대책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더불어민주당의원은 "택시업계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한 입장, 염려 등을 잘 청취해서 택시업계와 많은 대화와 협의를 거쳐 접점을 찾도록 당에서 적극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하루 12시간 일해도 주머니 속에 몇 닢 안 들어오는 영업하면서 고생하고 계신다"라며 "그런 생존의 장에 카풀 앱이 뛰어드는 것을 허용하는 정책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카풀 앱은 IT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태그:#택시, #카풀, #카카오모빌리티, #택시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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