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긴 기다림이었다. 잘 만들어진 R&B 음반이자 정식 데뷔작 < I AM SAM >이 지난 2016년 4월에 나왔으니 23일 공개된 정규 1집 < Sun and Moon  Part.1 >은 이제 만 20살(1998년생)이 된 음악 청년 샘김으로선 무려 2년 6개월만의 신작이다.

SBS 경연 프로그램 < K팝스타 >의 동료인 정승환, 권진아, 이진아 등이 음원, 공연, 라디오 프로그램 DJ 혹은 고정 게스트로 꾸준히 근황을 알려온 것과 달리 샘김은 상대적으로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송 음원까지 포함해도 지난해 2월 tvN < 신혼일기 > OST가 가장 최근 작업인 탓에 그의 목소리+기타 연주를 좋아하던 팬에게 목마름의 시간은 무척 긴 편이었다.

유희열이 없다..."이젠 하산해도 좋다?"
   
파트 1, 2로 나눠 순차적으로 공개했던 < I AM SAM >과 마찬가지로 < Sun and Moon >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서정성을 담은 'Mama Don't Worry'를 먼저 선보이고 크러쉬와의 협업이자 샘김 특유의 그루브 넘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내세운 'No 눈치'를 나중에 등장시켰던 2년여 전의 공식은 이번에도 유효한 모양이다.

크러쉬가 또 한번 힘을 보탠 타이틀곡 'Make Up'을 비롯해서 음반의 동명곡 'Sun and Moon', '그 여름밤' 등 총 3곡의 선공개곡들은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일관성 있는 흐름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 Sun and Moon >에선 약간의 변화가 발견된다.  바로 안테나 레이블의 수장인 유희열의 이름이 일단 어느 곡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음반에선 1곡을 제외한 모든 곡의 편곡자로 유희열이 참여하면서 샘김의 데뷔를 이끌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자 프로듀싱팀 "뜨거운 만두"로 활약하는 적재(기타), 홍소진(키보드)이 샘김과 함께 새로운 프로듀서로 등장한다.  

유희열의 부재는 반대로 그가 없어도 이젠 제자(샘김)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다는 "하산"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샘김 + 적재 두 사람의 기타 연주와 함께 강렬한 드럼 비트로 점진적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기타 팝 넘버 'Sun and Moon'부터 이제 갓 20대가 된 샘김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No 눈치'의 경쾌함 대신 끈적이는 R&B의 대향연 'Make Up'에선 곡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샘김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선배 크러쉬와 함께 적절히 합을 이룬다.  적재의 빼어난 일렉트릭 기타 솔로 연주까지 첨가되면서 타이틀 곡으로서 제몫을 톡톡히 해낸다.

잠시 어쿠스틱 기타를 내려놓고 보컬에만 전념한 '그 여름밤'은 제목처럼 여름밤의 낭만을 노래한다. 차분한 정서를 느끼게 하는 트럼펫+색소폰+트럼본 등 브라스 연주가 추가되면서 노랫말 속 지난 시간의 로맨스를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샘김 + 안테나의 만남은 역시 옳았다
   
몇해전 처음 유희열이 샘김을 선택했을때만 해도 정승환(팝 발라드)+이진아(팝 재즈) 등과 달리, 샘김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이 R&B 장르와는 거의 인연이 없었던 기존 안테나 레이블과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일부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고 < I AM SAM >은 재능있는 소년 싱어송라이터의 성공적인 출발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3곡의 선공개 만으로 지난 2년반 동안 샘김이 자신을 확실히 업그레이드 시켰음을 증명해냈다.  

뻬어난 재능에 비해 다소 거칠고 저돌적으로만 보여지던 면도 어느 정도 다듬어지면서 샘김은 이젠 스스로 본인의 음악을 조절하고 다스릴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보인다. 그의 성장은 우리 음악계에 빼어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가 한 명 더 추가되었음을 알리는 세대 교체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남아 있는 파트 2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과연 어떤 작업물을 들고 나올지 지난 2년반 못잖은 두번째 기다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샘김 'Make Up' 공식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