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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자연드림파크 전경
 구례자연드림파크 전경
ⓒ 구례자연드림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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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쓴 정문순님은 창원iCOOP(아이쿱) 조합원입니다.


우선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주)오가닉클러스터의 기업정보를 살펴보았다.

오가닉클러스터는 구례자연드림파크를 관리하는 회사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iCOOP생협 조합원들이 쓸 물품을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클러스터 단지다. 2017년 현재 이웃 회사인 협동지기상조회와 농업회사법인쿱축산(주)이 7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오가닉클러스터는, 당기순이익이 2017년 -16억 4천만원이다. 2017년 기준 조합원 등에게서 빌린 차임금은 장·단기 합쳐 340억 원에 이른다. 조합원 단기차임금 이자율은 최대 6.9%다.

조합원에게 시중보다 곱절 이상 높은 이율은 달콤한 꿀이겠지만 돈을 꾼 측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가닉클러스터가 떠안을 부담은 결국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오가닉클러스터만 조합원 차입금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iCOOP생협 전체의 조합원 차입금은 소비 부문 417억 원, 생산 부문 233억 원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부담스러운 재무 구조를 무릅쓰고라도 차입이 필요했던 이유는 구례와 괴산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클러스터 조성은 양날의 칼이다. 체계적인 생산과 관리를 위해 필요한 반면, 대규모 자본 투입이 없으면 엄두를 낼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주식회사는 그 생리상 노동조합과 잘 지낼 수 없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긴 자본가는 그 심성이 나쁜 것이 아니라 돈 버는 데 노조가 방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곳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조합은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주주 이익을 방해하는 것으로밖에 치부되지 않는다. 이런 경제 구조를 탈피하자고 만든 게 협동조합이다.

주주가 아닌 조합원들의 이익, 돈보다 사람의 가치, 독점이 아닌 민주적 공유 등이 iCOOP생협이 내건 기치다. 그러나 iCOOP생협과 떼어놓을 수 없는 오가닉클러스터는 협동조합이 아니다.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의 가치에 반하는 주식회사의 발상이 나왔을 때부터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사 문제는 잠복해 있었다고 생각한다. iCOOP생협 39개 조직 중 주식회사는 32개에 이르며, 전국의 자연드림 매장도 주식회사 체제로 개편되었다.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사문제는 사측과 노조,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구 말이 더 믿을 만한지 등 '진실 게임'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편협하다. 설령 노조 측의 노동탄압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측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진실 공방은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사 문제의 핵심이 아니고 곁가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애초 주식회사를 거느린 협동조합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구례클러스터나 iCOOP생협이 빚을 끌어들여 규모를 키우지 않았다면 노사갈등은 나오지 않았거나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구례자연드림파크가 노동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전부터 내비치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조합원들은 자신들에게 공급될 물품을 만들어내는 곳이 '공장'이 아니라 '공방'임을 알게 된다.

4만 평 넘는 곳에 지어진 시설을 '방'이라고 하는 까닭은, 조합원들에게 홍보영상을 틀어주는 강사의 말에서 나온다. 강사는 공장이라는 낱말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공방으로 고쳐 부른다고 했다. 너무도 떳떳하게.

그러니 구례자연드림파크 공방 직원들은 자신을 위험하고 지저분한 공장에서 툭 하면 데모나 일삼는 노동자가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공방의 예술가라고 자부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나 노조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해도 이름을 바꾸어 부르자고 할지 모르겠다.

그 공방의 예술가들은 구내식당에서 우아한 포트메리온이 아닌 멜라민 그릇에다 매장에서 재고 처리된 농산물로 지은 밥과 반찬을 담아 먹어야 한다. 친환경 물품을 만드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자들이 불건강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그래도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이참에 친환경 물품 시장의 후발 주자로서 iCOOP생협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사업 방식의 비민주성, 내리꽂히듯 하달되는 캠페인 운동, 조합원들의 직접 투표가 아닌 인준 방식의 지역 단위 iCOOP생협 이사장 선출 방식 등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도 iCOOP에 시장 논리가 끼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 배제의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iCOOP은 지금이라도 기업의 생태를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태그:#ICOOP생협, #협동조합,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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