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네 사람들>의 한 장면.

영화 <동네 사람들>의 포스터. ⓒ CJ ENM

 
배우 마동석은 이제 한국영화에선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쾌한 액션을 필두로 마동석은 그간 악을 응징하는 정의의 사도, 나아가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까지 자신을 변주시키며 영역을 확장해 왔다.

올해 개봉한 그의 출연작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런 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흥행과는 별개로 마동석의 장점이 상업영화에서 발휘될 여지가 크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챔피언> <원더풀고스트> 그리고 오는 11월 7일 개봉할 <동네 사람들>은 이야기와 장르는 다를지언정 '마동석화' 한 캐릭터가 중심인 영화로 정의할 수 있다.

스릴러에 정의감을 더하다

엄밀히 말하면 앞서 언급한 영화들은 모두 짧게는 4년, 길게는 5년 전 기획된 프로젝트다. 배우 마동석이 중심이 된 팀 고릴라가 시나리오에 참여한 작품들. 물론 마동석이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다. 다만 작가진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더하며 제작 과정에 일부 도움을 줬다. 그는 여러 자리에서 "능력이 있지만 데뷔가 늦거나 무산된 감독님들을 도와 좋은 작품을 보일 수 있게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능력 있는 프로듀서를 붙이거나, 작품 투자가 원활하게끔 도움을 주는 식으로 마동석은 그렇게 한국 저예산 상업영화에 대한 애정을 행동으로 실천해왔다. 이런 좋은 취지가 많은 관객과의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대형 투자배급사와 경쟁에서 밀린 탓도 있겠지만 영화적 미덕, 만듦새 면에서 취약점이 분명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동네 사람들> 또한 후자의 약점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한 작은 시골 마을에 기간제 체육 교사로 부임한 기철(마동석)이 여고생 실종 사건에 관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스릴러물이다. 사립 학교 기부금으로 겨우 자릴 잡으려 하지만 친구의 실종을 파헤치는 유진(김새론)을 알게 되면서 기철 또한 막연하게 갖고 있던 정의감과 선생으로서의 사명감을 드러내게 된다.

어수룩하게 보이는 기철을 자극하고 각성하는 건 다름 아닌 유진과 같은 학생들이다. 당장 지방선거에 관심을 쏟고 있는 어른들은 그게 경찰이든 교사든 오로지 자신들 안위만을 생각하며, 아이들의 문제를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영화는 이런 대비를 극적으로 이용해 갈등을 만들어 나가는데 이 과정이 작위적이다. 사건을 제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그런 이기적 어른들을 설정한 탓으로 보인다. 기철을 제외한 성인 캐릭터는 평면적이라 긴장감을 주기에 역부족이다. 

이런 약점으로 영화의 흐름이 다소 헐겁게 다가온다. 미술 선생(이상엽)의 의뭉스러운 행동이 이야기에서 일종의 맥거핀으로 작용하지만, 그 역시 예상 가능한 지점에 있어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기 힘들다.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영화적 미덕은 희미하다.
 
 영화 <동네 사람들>의 한 장면.

영화 <동네 사람들>의 한 장면. ⓒ CJ ENM

 
배우들의 열연

그래서 배우들의 열연이 아쉽게 다가온다. 마동석은 탄탄하게 극의 중심을 잡는다.  몇몇 애드리브로 보이는 장면 역시 이야기의 주제와 흐름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기철과 대척점에 있다가 거리를 좁히며 결국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된 유진 역의 김새론 역시 기본기를 바탕으로 극중 캐릭터의 비애감을 적절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범죄도시>에서 마동석과 함께 호흡을 맞춘 진선규, 윤병희는 각각 개성이 강한 악역 캐릭터로 분했다. 지역 권력자를 접대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깡패들로 분한 이들은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의 행보를 방해하는 악당으로 충분히 기여했다. 목적성으로만 놓고 보면 배우들의 연기는 대부분 흠잡을 곳이 없어 보인다. 

수년 전 노력의 결과물이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드러나게 돼 이미지 소모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 마동석의 진정성까지 훼손될 일은 아니다. 다만 이후 등장할 또 다른 장르물이 대중적 사랑까지 받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영화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한 줄 평 : 좋은 어른 되라고 꾸짖는 아이, 메시지는 좋았지만...
평점 :★★★(3/5)

 
영화 <동네 사람들> 관련 정보

감독 : 임진순
출연 : 마동석, 김새론, 이상엽, 진선규, 장광
제공 : CJENM
배급 : 리틀빅픽쳐스
러닝타임 : 99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11월 7일
 
동네 사람들 마동석 김새론 이상엽 진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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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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