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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빗살무늬토기가 나온 지 벌써 94년째 되어간다. 그 오랫동안 우리는 빗살무늬의 뜻을 풀지 못했다. 8000년 신석기인의 세계관을 '기하학적 추상무늬'라 하고 '생선뼈무늬'라 했다. 앞으로 열 차례에 걸쳐 세계 신석기 그릇 문화사 속에서 한반도 신석기 빗살무늬의 비밀을 풀어 보고자 한다. 한반도 빗살무늬의 비밀을 푸는 일은 한국·중국·일본·베트남 신석기인의 세계관에 한 발짝 다가가는 일이고, 그와 더불어 세계 신석기인의 세계관을 그리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 기자말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휴게실에 가면 김혜련 화가의 '예술과 암호 Art and Code 한국 선사미술의 암호: 빗살무늬' 전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11월 18일까지다. 김 화가는 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빗금'에 관심을 두고, 그 선을 자신만의 눈으로 해석하고 붙잡았다. 〈사진55〉 전시 포스터에서 세모형 빗살무늬토기 뒤 배경으로 깔린 것이 바로 그러한 작업의 성과(아래 〈사진57〉 참조)이다.
 
〈사진55〉 김혜련 화가의 ‘예술과 암호 Art and Code 한국 선사미술의 암호: 빗살무늬’ 전 포스터. 〈사진56〉 세모형 빗살무늬토기, 서울 암사동, 높이 36.8cm
 〈사진55〉 김혜련 화가의 ‘예술과 암호 Art and Code 한국 선사미술의 암호: 빗살무늬’ 전 포스터. 〈사진56〉 세모형 빗살무늬토기, 서울 암사동, 높이 36.8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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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화가는 10월 12일 '2018 서울 암사동 유적 국제학술회의'에서 자신의 미술 작업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발표문 〈한국 기하문의 뿌리: 신석기 토기의 예술성〉에서 김 화가의 직관이 살아 있는 대목을 아래에 옮겨본다.
 
자신의 손과 흙, 불가해한 세계에 대한 심리적 반응과 이에 대한 상징체계, 생존을 위한 절규, 빗줄기에 대한 염원, 자연이자 신인 하늘과 구름에 대한 대화방식 등 제사장 등장 이전 시기의 신석기 토기에는 추상 예술의 본질과 인간의 세계관이 그대로 암호화되어 있습니다.
- '2018 서울 암사동 유적 국제학술회의-신석기문화의 발전과 토기의 다양성' 96쪽
 
〈사진57〉 김혜련의 〈나의 신석기 My Neolithic〉, 종이 100장, 종이에 먹, 2018. 〈사진58〉 10월 12일 화가 김혜련이 ‘2018 서울 암사동 유적 국제학술회의’에서 자신의 미술 작업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57〉 김혜련의 〈나의 신석기 My Neolithic〉, 종이 100장, 종이에 먹, 2018. 〈사진58〉 10월 12일 화가 김혜련이 ‘2018 서울 암사동 유적 국제학술회의’에서 자신의 미술 작업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혜련·김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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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와 화가의 '직관'

이날 암사동 유적 국제학술회의에는 국내 학자 7명, 외국학자 10명이 발표했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발표장이었다. 모두 다 암사동 빗살무늬토기를 말하는데, 정작 그 '빗살무늬'가 무엇을 새긴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모두 다 그것은 알 수 없다는, 그저 '기하학적 추상무늬'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신석기 예술을 '상징'으로 보는 것, 신석기 시대에는 제사장이 없었다든지, 신석기 예술을 '추상 예술'로 본다거나 그것을 '암호'로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김 화가가 신석기 빗살무늬를 '빗줄기'와 '하늘과 구름'으로 보는 것은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도 어디가 빗줄기(김화가는 이 비를 '염원'으로 해석하지만 그 반대로 '공포'를 새긴 것일 수도 있다)이고 어디가 하늘과 구름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세모형 토기에서 받은 전체 느낌이 그렇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화가의 직관은 소중하다.

빗살무늬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

김 화가는 신석기 토기의 문양이 청동기를 지나 삼국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 동의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이 무늬를 '기하문'으로 보았고, "기하문 암호"(96쪽)라고까지 한다. 그가 자신의 전시 제목을 '예술과 암호 Art and Code 한국 선사미술의 암호: 빗살무늬'라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김 화가 전시에 맞춰 빗살무늬토기 한 점(〈사진56〉)을 전시 공간에 내놓았다. 이 빗살무늬토기에 한반도 '빗살무늬'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담겨 있다. 바로 〈사진56〉의 동그라미 속 무늬이다. 나는 지금까지 빗살무늬토기의 비밀에 대해 글 세 편을 썼고, 그 세 편에서 이 동그라미 속 무늬가 '하늘 속 물 층'에 낸 '통로(天門)'라고 간략히 밝힌 바가 있다. 이번 글은 이 통로에 대한 글이다.
 
〈사진59〉 아가리 쪽에 ‘하늘 속 물 층’을 여섯 층으로 하고, 그것을 짧은 빗금으로 새겼다. 그런데 빗금 사이를 일부러 띄어 놓은 곳이 있다. 이것은 ‘하늘 속 물 층’에서 비구름(삼각형 또는 반타원형 구름)이 나오는 통로(천문)이다. 그리고 그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다. 이 그릇에 이런 통로가 몇 곳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네 곳 아니면 다섯 곳일 것이다. 이는 신석기인의 세계관 ‘방위’와 관계가 있다.
 〈사진59〉 아가리 쪽에 ‘하늘 속 물 층’을 여섯 층으로 하고, 그것을 짧은 빗금으로 새겼다. 그런데 빗금 사이를 일부러 띄어 놓은 곳이 있다. 이것은 ‘하늘 속 물 층’에서 비구름(삼각형 또는 반타원형 구름)이 나오는 통로(천문)이다. 그리고 그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다. 이 그릇에 이런 통로가 몇 곳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네 곳 아니면 다섯 곳일 것이다. 이는 신석기인의 세계관 ‘방위’와 관계가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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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속 물 층을 4, 5층으로 새긴 암사동 신석기인

〈사진60〉 '하늘 속 물'을 보면, 둘 다 물 층을 4층으로 하고 층마다 통로를 냈다. 〈사진61〉은 5층으로 새겼다.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서울 암사동 편 빗살무늬토기 사진 자료 474장에서 층수를 확인할 수 있는 그릇과 조각은 699점이다.

이 가운데 4층은 236점, 5층은 244점이다. 나머지는 다음과 같다. 2층 7, 3층 70, 6층 93, 7층 30, 8층 9, 9층 2, 10층 5, 11층 2, 15층 1점. 4층과 5층을 합치면 약 69퍼센트를 차지한다. 이것은 암사동 신석기인이 생각한 하늘 형상, '방위'와 관련이 깊다.
 
〈사진60-61〉 서울 암사동 빗살무늬토기조각. 국립중앙박물관.
 〈사진60-61〉 서울 암사동 빗살무늬토기조각. 국립중앙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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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 기원전 343?-278?)이 쓴 시 〈천문(天問)〉에 이런 구절이 있다. "圓則九重(원칙구중) 孰營度之(숙영도지). 惟玆何功(유자하공) 孰初作之(숙초작지)"(넷째 구)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다.

"하늘은 둥글고 아홉 겹(九重)으로 되어 있다 하나, 대체 누가 이렇게 생각해 냈을까. 대체 누가 한 일일까. 누가 처음으로 생각해 냈을까."

이 구절을 보면, 그는 하늘을 그린 어떤 도상을 본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세모형 빗살무늬토기의 '하늘 속 무늬'와 비슷했을 것이고, 물 층이 9층으로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하늘을 '아홉 겹'이라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굴원이 그 도상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신석기인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책 <회남자(淮南子)>
 
〈사진62〉 굴원은 초나라 왕족의 후손으로, 머리가 좋고 말주변이 좋아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좌도(좌상) 벼슬을 한다. 좌도는 내정뿐만 아니라 외교를 담당하는 중책이다. 그는 뛰어난 만큼 시기도 많이 받았다. 그가 쓴 시로는 〈이소(離騷)〉와 〈어부사(漁父辭)〉가 있다. 〈사진63〉 《회남자·상》(유안 편찬, 이준영 해역, 자유문고, 2015) 표지. 이 책은 중국 한나라 초기 회남려왕 유장의 아들 유안(劉安)이 엮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62〉 굴원은 초나라 왕족의 후손으로, 머리가 좋고 말주변이 좋아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좌도(좌상) 벼슬을 한다. 좌도는 내정뿐만 아니라 외교를 담당하는 중책이다. 그는 뛰어난 만큼 시기도 많이 받았다. 그가 쓴 시로는 〈이소(離騷)〉와 〈어부사(漁父辭)〉가 있다. 〈사진63〉 《회남자·상》(유안 편찬, 이준영 해역, 자유문고, 2015) 표지. 이 책은 중국 한나라 초기 회남려왕 유장의 아들 유안(劉安)이 엮었다고 알려져 있다.
ⓒ 자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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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이 쓴 〈천문(天問)〉은 354구로 되어 있는 아주 긴 시다. 굴원은 이 시에서 하늘과 땅의 형상, 천지개벽, 산천경영, 역대왕의 정치, 초나라 멸망에 대해 172가지로 추려 묻는다. 시 앞부분에서 묻는 '천문(天問)'은 중국 기록에서 최초의 것이다. 그의 물음에 대한 답은 중국 한나라 초기 회남려왕 유장의 아들 유안(劉安)이 엮었다고 알려진 <회남자(淮南子)>에 있다.

이 책에서 〈천문훈(天文訓)〉, 〈지형훈(墬形訓)〉, 〈남명훈(覽冥訓)〉 편은 우리나라 신석기인의 세계관과 세모형 빗살무늬토기의 무늬를 살펴보는 데 아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천문훈〉과 〈지형훈〉 편에서는 토기(吐氣)와 함기(含氣), 균천(鈞天), 구중(九重·아홉 겹)과 구규(九竅·아홉 구멍), 구주(九州·아홉 들판, 또는 구야(九野)), 팔인(八殥)과 팔택(八澤)의 구름(雲), 팔굉(八紘), 팔극(八極)과 팔방(八方·여덟 방위), 하늘에 나 있는 통로 팔문(八門·여덟 천문) 개념이 나오고, 〈남명훈〉 편에는 '하늘 구멍'이 터져 홍수가 나자 여와가 오색 돌을 녹여 구멍을 막았다는 '여와와 홍수'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암사동 세모형 빗살무늬토기의 하늘 속 물 층(九重), 구멍(九竅)과 천문(八門)과 구름(雲), 팔방구주(八方九州)와 관계있는 대목이다. '구멍 난 하늘과 홍수'는 우리나라 세모형 빗살무늬토기 문양의 시원을 밝히는 데 아주 중요하다. 
 
〈사진64-65〉 서울 암사동 빗살무늬토기. 〈사진66〉 그릇 아가리 쪽 무늬를 평면에 쭉 펼쳐 놓은 그림. 〈사진67〉 부산 동삼동 빗살무늬토기. 국립중앙박물관.
 〈사진64-65〉 서울 암사동 빗살무늬토기. 〈사진66〉 그릇 아가리 쪽 무늬를 평면에 쭉 펼쳐 놓은 그림. 〈사진67〉 부산 동삼동 빗살무늬토기. 국립중앙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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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오주(四方五州)와 팔방구주(八方九州)의 세계관

〈사진64〉 '하늘 속 통로'를 보면 〈사진65〉처럼 수직 직선으로 내지 않고 하늘 물 층마다 통로(천문) 자리를 조금씩 달리 냈다. 그 까닭을 알려면 아래 〈사진68〉을 먼저 보아야 한다. 〈사진68〉은 사람이 땅에서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봤을 때 동서남북·중앙 하늘에 난 구멍(통로)을 그린 그림이다.

이와 달리 〈사진64-67〉은 하늘 속 물 층을 옆(측면)에서 본 것이다. 그런데 암사동 신석기인은 똑같이 옆에서 본 하늘 속이라 하더라도 〈사진64〉와 〈사진65〉처럼 하늘 통로를 다르게 냈다. 그것은 〈사진68〉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하늘 구멍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봤을 때 〈사진64〉가 〈사진65〉보다 하늘 구멍을 더 세심하게 표현했고, 입체에 더 가깝게 새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65〉를 보면 하늘 물 층을 다섯 겹으로 새겼다. 이것은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 하늘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동서남북 그리고 그 중앙 아래 다섯 곳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멍(天門)이 하나씩 다섯 곳에 나 있다는 말이다. 이때 하늘은 '파란 하늘'(경계)과 다섯 곳에 통로가 있는 물 한 층뿐이다.

이것을 그릇 평면 1차원에 표현하기는 힘들다. 물론 〈사진66〉처럼 경계(파란 하늘)를 물결무늬로 표현하고, 통로 다섯 곳을 비워 놓은 하늘 속 물 한 층만 짧은 빗금으로 새겨도 된다. 어쩌면 이것이 3차원 입체를 1차원 평면에 표현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암사동 신석기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늘 속에 물이 방방이 차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사진65〉처럼 하늘 속 물 층을 다섯 겹으로 새긴 것이다. 굴원은 아마 〈사진67〉처럼 하늘 속 물 층이 아홉 겹으로 된 도상을 본 듯싶다. 굴원이 본 도상은 팔방(八方)과 그 중심을 표현한 아홉 겹 하늘 속 도상이었을 것이다.

〈사진64〉 그릇은 '파란 하늘'(경계)과 구름을 새기지 않고 하늘 속 물 층만 네 겹으로 표현했다. 흥미롭게도 가장 아래에 하늘 물 층 하나를 새기다 만 흔적이 보인다. 이 사진에서 천문은 모두 네 곳에서 볼 수 있다. 뒤쪽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네 곳이나 다섯 곳이 더 있을 것이다. 다섯 곳이면 동서남북 그 사이사이에 동북방, 동남방, 서남방, 서북방 천문을 하나씩 더 두고 한 중앙 천문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팔방구주(八方九州)의 세계관인 것이다.
  
〈사진68〉 신석기인이 고개를 쳐들고 본 하늘 세계를 그린 그림. 〈사진69〉 평안남도 맹산에서 나온 청동거울 거푸집 유리건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사진68〉 신석기인이 고개를 쳐들고 본 하늘 세계를 그린 그림. 〈사진69〉 평안남도 맹산에서 나온 청동거울 거푸집 유리건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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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집선문'이란 무늬 이름

한반도 신석기인에게 지금의 동서남북 같은 방위 개념이 있었을까? 나는 있었을 것으로 본다. 해는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진다. 이로써 동과 서의 개념이 섰을 것이고, 그것을 가로지르는 남과 북, 그리고 한 중앙 개념이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봄여름가을겨울 같은 사철 개념도 있었을 것이다(신석기 세계관을 연구하기 전에는, 한반도 신석기인에게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이렇게 두 계절이 있었을 것이고, 봄은 그저 '여름이 오기 전(before summer)'이고, 가을은 '겨울이 오기 전(before winter)'이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이러한 확신은 한반도 신석기인이 빗살무늬토기에 새긴 하늘과 하늘 속 물 층, 그리고 통로(천문)를 보면서 점점 굳어졌다. 〈사진69〉는 평안남도 맹산에서 나온 청동거울 거푸집 유리건판 사진이다. 실제 유물도 있지만 무늬를 볼 때는 유리건판이 더 뚜렷해 이 사진을 가져왔다. 이 거푸집에는 한반도 다뉴세문경(고리가 둘 이상 달린 고운무늬 거울)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코드가 담겨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 미술·사학계에서는 〈사진69〉의 무늬를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무늬 또한 빗살무늬토기의 무늬와 마찬가지로 기하학적 추상무늬 또는 삼각집선문이라 하고 있다. '기하학적 추상무늬'란 말은 한마디로 '모르겠다'는 말이고, '삼각집선문(三角集線紋)'은 삼각형 안에 선이 모여(集 모일집) 있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사진69〉 청동거울 거푸집은 오른쪽 아래가 떨어져 나가 완전한 형태를 알 수 없지만 나선형 동심원이 하나 더 있었을 것이다. 이 동심원은 〈사진68〉의 동서남북 천문을 새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천문(통로)에서 비(雨)를 품은 '삼각형 구름'(삼각형 안의 빗금은 비를 뜻한다)이 나오는 것이다(삼각형 구름과 타원형 구름에 대해서는 앞 글 '한반도 신석기인이 새긴 하늘 속 물과 파란 하늘', '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무늬 종류는 다섯 가지'를 참조하기 바람).
 
〈사진70〉 두 귀 항아리(雙耳壺). 그리스 암포라처럼 목에 손잡이가 달려 있는 제사 그릇이다. 중국 신강 위구르자치구 호탄 요트칸 유적. 높이 14.5cm. 4∼5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아가리 안쪽에 천문을 수없이 찍어 놓았다. 이것은 현대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는 ‘강조’의 의미다.
 〈사진70〉 두 귀 항아리(雙耳壺). 그리스 암포라처럼 목에 손잡이가 달려 있는 제사 그릇이다. 중국 신강 위구르자치구 호탄 요트칸 유적. 높이 14.5cm. 4∼5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아가리 안쪽에 천문을 수없이 찍어 놓았다. 이것은 현대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는 ‘강조’의 의미다.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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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신라백제 사람들의 세계관, 천문(天門)

국립중앙박물관은 〈사진70〉의 천문(동그라미 속에 점을 찍은 것) 무늬를 '구슬무늬'라 하고, "도장과 같은 형태로 각인한 후 그 내부 중심에 뾰족한 것으로 점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왼쪽 노란 동그라미 속 천문을 보면 도장을 찍은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일일이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학계에서는 이 무늬의 정체를 아직 해석하지 못하고 그저 '원권문(圓圈文 둥글원·우리권·무늬문)'이라 한다. 말 그대로 '둥근 원 안에 점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늬 해석은 앞에서 말한 '삼각집선문'처럼 말하는 것과 같다. '동그라미 안에 점이 있다', 이것을 어떻게 '문양의 해석'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천문 무늬는 불교의 범종과 고구려 벽화에서 볼 수 있고, 신라와 백제 토기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신라 초기 토기와 통일신라 시대 제기에서는 이 무늬의 정체를 모르면 신라 사람들의 세계관을 해석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무늬를 그저 원권문, 점원문, 고리점무늬라 하고 있다. 또 동경, 막새기와, 범종에 있는 이 무늬를 '젖꼭지(乳·乳釘) 무늬', '귀목(鬼目·귀신 눈알) 무늬'라고까지 한다. 해석이 빠진 것이다.

다음 글의 주제는 '빗살무늬토기의 천문(天門)과 다뉴세문경 무늬의 비밀'입니다.

연재 1회: 빗살무늬토기, 과연 기하학적 추상무늬인가
연재 2회: 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무늬' 종류는 다섯 가지
연재 3회: 한반도 신석기인이 새긴 '하늘 속 물'과 파란 하늘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광주드림에도 보냅니다.


태그:#김찬곤, #빗살무늬토기의 비밀, #신석기인의 천문 세계관, #화가 김혜련, #스페인 이베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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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말에는 저마다 결이 있다. 그 결을 붙잡아 쓰려 한다. 이와 더불어 말의 계급성, 말과 기억, 기억과 반기억, 우리말과 서양말, 말(또는 글)과 세상, 한국미술사, 기원과 전도 같은 것도 다룰 생각이다. 호서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hildk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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