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미' 열풍을 일으키며 아시아 최초 올림픽 컬링 은메달을 따낸 팀 킴(Team Kim)의 최근 폭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김민정 감독,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회장대행으로부터 갑질과 폭언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민정 감독의 남편이자 믹스더블 대표팀 장반석 감독이 팀 킴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장반석 감독은 9일 기자들에게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공개하면서 "전날 뉴스를 통해 나온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대표팀 선수들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며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팀 킴 선수 5명(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은 SBS < 8뉴스 >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회 출전 후 상금 내역이 어떻게 쓰였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김민정 감독으로부터 스킵 교체와 김초희 선수를 빼고 자신이 선수로 뛰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회장대행이 올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 불참하라고 지시했고, 김 감독이 훈련 스케줄에 자주 불참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김 전 대행으로부터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을 들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장반석 감독이 9일 기자들에게 공개한 사실확인서 중 상금 내역 관련 선수 동의서

장반석 감독이 9일 기자들에게 공개한 사실확인서 중 상금 내역 관련 선수 동의서 ⓒ 장반석 제공

  
"상금은 대회 참가 등 운영비용에 쓰여... 선수 동의까지 받아"

장반석 감독은 상금 관련 의혹에 대해서 "지난 2015년 선수들의 동의 하에 '김경두(경북체육회)'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다"라며 "이는 당시 팀의 감독이었기 때문이지, 개인 통장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는 내가 했으며 이 통장으로 상금과 대회 참가, 훈련비용을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선수들이 배분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상금은 참가비, 팀 장비 구입비, 외국인 코치 코치비, 항공비, 선수 숙소 물품 구매 등 팀과 관련된 곳에만 사용했다"며 자신이 투명하게 팀을 운영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3일 선수와 감독이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서명까지 했다고도 했다.
 
이어 장반석 감독은 "팀 킴은 한 번도 개인 돈으로 대회에 출전한 적이 없다"면서 "국가대표일 때는 대한체육회의 지원으로, 아니었을 때는 경북체육회의 지원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또한 "훈련을 목적으로 간 대회에서 성적을 거둬 받은 상금을 선수와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선수들에게 모두 공지했다"며 상금을 팀 운영 비용으로 사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장반석 감독이 공개한 사진들. 팀 킴 멤버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장반석 감독이 공개한 사진들. 팀 킴 멤버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 장반석 제공


그는 "상금 내역이 담겨있던 통장에는 현금카드나 체크카드도 없었으며 정산이 완료된 돈만 인출할 수 있었다"며 착복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적이 결코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이외에도 장 감독은 "올림픽 직후 선수들이 참여했던 사인회나 행사 등에서 받은 돈은 모두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지급했다"며 "선수들이 받은 격려금과 후원금은 항상 단톡방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과 관련된 일은 최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처리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스킵 김은정 배제? 새로운 스킵 대비한 훈련"
 
은메달 목에 건 여자 컬링 선수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컬링팀 선수들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걸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 은메달 목에 건 여자 컬링 선수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컬링팀 선수들이 지난 2월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걸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 이희훈


장반석 감독은 상금 문제 이외에 스킵 김은정이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 성화점화 주자로 낙점됐을 때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하려고 했던 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장 감독은 "패럴림픽 개막 직후 3월에 있었던 세계선수권 출국 전에 마쳐야 하는 광고 촬영이 약속돼 있었기에 참가가 어렵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성화봉송이 아니라 성화 점화 주자라는 연락을 받아 김은정에게 이야기해 참석을 결정했다"라며 "대회를 코 앞에 두고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수혜가 없는 행사인 경우에는 최대한 참석을 배제했지만, 성화점화 주자는 선수로서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이기에 참석하기로 바꿨다"며 강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주장 김은정이 결혼한 직후부터 팀 훈련에 배제됐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새로운 스킵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 감독은 "김은정이 결혼을 하고 난 후 임신 계획을 있다고 밝혔다"라면서 "임신을 하게 된다면 선수 이에 지도자로서 당연히 새로운 스킵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훈련을 진행한 것이지, 특정 선수를 팀에서 제외하기 위해 훈련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민정-장반석 감독 자녀 어린이집 행사 전 장반석 감독과 김영미 선수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김민정-장반석 감독 자녀 어린이집 행사 전 장반석 감독과 김영미 선수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 장반석 제공

    
선수들이 올림픽 직후 '김민정·장반석 감독 자녀 어린이집 행사에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불려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장 감독은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는 "큰아들의 어린이집 운동회에 김영미, 김선영, 장혜지 선수가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화를 걸어 개인적인 부탁으로 아들 운동회에 올 수 있느냐고 부탁했고, 온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갑작스러운 행사가 아니라 3일 전에 일정표를 미리 보내줬고 메신저로 대화도 나눴다"고 덧붙였다.
 
'김경두 전 부회장과 대한컬링경기연맹과 사적인 불화 때문에 선수들이 이용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장반석 감독은 "컬링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면 불화가 생길 일도 없었다"며 '사적인 불화'라는 표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반석 감독, 결백 주장... 문체부·체육회 '특정감사 실시'

장 감독은 평창 올림픽의 영광을 위해 한 점 부끄럼 없이 깨끗하게 지도자 생활을 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소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고 난 후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중 김경두 교수께서 평창 때까지 트레이너로 일해주길 희망하셨다"라며 "개인사업을 모두 접고 연봉도 삭감된 채 일하면서 평창 올림픽에 이 선수들을 꼭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2014년부터 컬링 지도자로 일해오면서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평창에서 여자선수들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한편으로는 시상대에 서지 못했던 남자 대표팀과 믹스더블 선수들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장 감독은 "선수들이 지금 얘기하고 있는 그랜드 슬램 대회도 참가하기 위해 캐나다 측에 수십 통의 메일을 보냈고 참가가 확정됐을 때 김민정 감독과 매우 기뻐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투어 참가를 위해 김 감독과 직접 연락해 참가신청을 해왔다. 시차로 인해 밤잠을 설쳐가면서 올림픽 일정까지 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림픽 이후 이들이 연예인이 아닌 컬링 선수로 남길 희망했고 그래서 언론 노출을 최소화시켰다"면서 "올림픽의 영광은 여자 선수들에게 모두 돌아갔다"고 밝혔다.
 
끝으로 장 감독은 "도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일했고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지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선수들이 어린이집 행사와 관련해 인터뷰 한 것을 보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와 함께 팀 킴의 호소문을 토대로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감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무관용의 원칙을 내세우겠다고도 예고했다.
 
또한 경북도 역시 여자 컬링 대표팀에 대한 감사를 할 예정이며 도체육회에서 당분간 컬링팀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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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컬링 팀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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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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