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1월 UFC에 데뷔한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는 옥타곤 데뷔와 동시에 3연속 1라운드 KO승을 따내며 페더급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최두호를 직접 언급하며 '페더급의 미래를 이끌 선수'라고 극찬했을 정도. 하지만 최두호는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험무대였던 컵 스완슨전과 생애 첫 메인 이벤트였던 제레미 스티븐스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올해로 UFC 11년 차의 베테랑 파이터가 된 '스턴건' 김동현은 맷 브라운, 네이트 디아즈, 에릭 실바, 타렉 사피딘 등을 꺾으며 옥타곤에서만 무려 13승을 올렸다. 이는 일본의 오카미 유신(14승)에 이어 UFC 아시아 파이터 최다승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하지만 김동현도 고비마다 카를로스 콘딧, 데미안 마이아, 타이론 우들리,콜비 코빙턴 같은 강자들에게 패하며 타이틀 전선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이처럼 UFC에서 타이틀전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거나 UFC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극소수의 선택된 파이터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딱 한 명 만이 UFC 타이틀에 도전한 적이 있다. 오는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 펩시 센터에서 열리는 UFN 139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멕시코의 야이르 로드리게스를 상대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그 주인공이다.

옥타곤 데뷔 후 3경기 만에 타이틀 도전권 따낸 코리안 좀비
 
정찬성, 살아 있는 펀치 UFC 파이터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열린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공개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정찬성은 오는 11월 11일 미국 덴버 펩시 센터에서 개최되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 참가해 페더급 랭킹 3위 프랭키 에드가와 메인이벤트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2018.9.19

▲ 정찬성, 살아 있는 펀치 UFC 파이터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열린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공개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정찬성은 오는 11월 11일 미국 덴버 펩시 센터에서 개최되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 참가해 페더급 랭킹 3위 프랭키 에드가와 메인이벤트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2018.9.19 ⓒ 연합뉴스

 
2010년 WEC에 진출하며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정찬성은 이듬 해 WEC를 인수한 UFC로 전장을 옮길 때만 해도 크게 주목 받는 파이터가 아니었다.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흥미로운 경기들을 만들며 현지팬들에게 주목 받았지만 WEC 전적이 2전 2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심지어 두 번째 패배는 하이킥에 의한 실신 KO패였다). 하지만 정찬성은 더욱 큰 무대로 자리를 옮긴 후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찬성은 2011년 3월 UFC 데뷔전이었던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와의 재대결에서 UFC 경기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트위스터( 양 팔 사이에 상대의 머리를 넣고 목을 비틀어서 항복을 유도하는 기술)라는 기술로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정찬성은 9개월 후 페더급 타이틀전 경험자 마크 호미닉을 단 7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단숨에 페더급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7초 KO는 UFC 역대 최단시간 KO 타이기록이었다.

현지에서 단숨에 인기스타로 떠오른 정찬성은 2012년 5월 5연승을 달리던 신예 더스틴 포이리에와 생애 첫 메인이벤트 경기를 치렀다. 두 선수는 4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정찬성은 4라운드에서 서브미션으로 승리하며 UFC 데뷔 후 3연속 피니쉬 승리로 상승세를 탔다.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3경기 연속 보너스를 받았고 현지팬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참고로 당시 정찬성에게 패했던 포이리에는 현재 라이트급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한국의 정찬성 선수(오른쪽)가 UFC 저스틴 게이치(왼쪽) 선수와 함께 촬영한 사진. 정찬성 선수는 11월 11일 미국 덴버의 펩시 센터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 출전하게 됐다.

한국의 정찬성 선수(오른쪽)가 UFC 저스틴 게이치(왼쪽) 선수와 함께 촬영한 사진. 정찬성 선수는 11월 11일 미국 덴버의 펩시 센터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 출전하게 됐다. ⓒ 정찬성 SNS 갈무리


포이리에전 이후 리카르도 라마스와의 경기가 잡혀 있던 정찬성은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을 치를 예정이었던 앤서니 페티스가 무릎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알도의 7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정찬성은 페더급의 '폭군'으로 군림하던 알도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4라운드에서 오른쪽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당했다. 정찬성은 왼팔로 빠진 어깨를 맞추려는 투혼을 보였지만 결국 알도에게 연속 타격을 허용하며 KO로 패했다.

알도전 패배 후 어깨 수술을 받은 정찬성은 2014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쳤고 작년2월 복귀전에서 데니스 버뮤데즈를 1라운드 KO로 꺾으며 '좀비의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입대 전 알도와의 타이틀전을 치르느라 취소됐던 라마스와의 경기를 준비하던 정찬성은 훈련 도중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정찬성은 다시 1년이 넘는 긴 재활에 들어갔고 오는 11일 1년 9개월 만에 옥타곤에 올라 로드리게스를 상대한다.

기다리던 에드가 이탈... 장신의 타격가 로드리게스 대체 선수 합류

당초 정찬성의 상대는 전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였다. 뛰어난 스피드와 탁월한 레슬링 실력, 강철 같은 체력을 겸비한 에드가는 페더급 전향 후 알도와 브라이언 오르테가 이외의 상대에게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오르테가전에서 생애 첫 KO패를 당한 후에도 한달 반 만에 옥타곤에 복귀해 스완슨을 판정으로 제압했다. 정찬성으로서는 에드가를 꺾으면 군 전역 후 다시 한 번 타이틀 전선에 뛰어 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만 37세의 노장 에드가는 대회 2주를 남기고 왼쪽 이두박근 부상을 당하며 정찬성과의 대결이 무산됐다. 에드가 대신 투입된 파이터는 멕시코 출신의 페더급 15위 로드리게스. 태권도와 복싱을 베이스로 하는 타격가 로드리게스는 레슬러인 에드가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선수다. 에드가에 맞춰 경기를 준비하던 정찬성에게는 분명 부담스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상대를 가리지 않는 '코리안 좀비'는 로드리게스와의 대결을 수락했다.
 
 11월 11일 미국 덴버의 펩시 센터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서 한국의 정찬성 선수가 야이르 로드리게스(멕시코) 선수와 대결한다. 사진은 야이르 로드리게스 선수 인스타그램 게시글.

11월 11일 미국 덴버의 펩시 센터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서 한국의 정찬성 선수가 야이르 로드리게스(멕시코) 선수와 대결한다. 사진은 야이르 로드리게스 선수 인스타그램 게시글. ⓒ 로드리게스 SNS 갈무리

 
로드리게스는 2014년 11월 UFC 데뷔 후 내리 6연승을 달리며 최두호, 오르테가와 함께 페더급의 판도를 바꿀 젊은 기수로 평가 받았다. 특히 작년 1월 두 체급 챔피언 출신 B.J. 펜을 일방적인 타격으로 압도하며 2라운드 24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하지만 4개월 후 에드가를 만나 반대로 일방적인 타격을 허용한 끝에 닥터스톱 KO로 패했다. 로드리게스에게도 정찬성과의 경기는 1년 6개월 만에 갖는 복귀전이다.

물론 호미닉이나 버뮤데즈를 타격으로 KO시킨 적이 있지만 정찬성이 장신(180cm)의 타격가인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타격 맞불을 놓는 것은 썩 영리한 선택이 아니다. 에드가가 그랬던 것처럼 정찬성도 로드리게스의 레슬링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정찬성이 타격가와의 타격전, 그래플러와의 그라운드 공방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어떤 방향으로 경기가 전개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페더급 3위 에드가를 꺾고 단숨에 타이틀 전선으로 진입하려 했던 정찬성에게 상대가 15위 로드리게스로 바뀐 것은 다소 김이 새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무릎 부상 때문에 1년 9개월 동안 옥타곤을 떠나 있었던 정찬성으로서는 국내외 격투팬들에게 아직 '코리안 좀비'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과연 정찬성은 멕시코의 태권 파이터를 꺾고 격투팬들에게 또 한 번 치명적인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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