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수능이 치러졌다. 시험이 끝난 수험생들의 표정이 후련해 보인다. 수험생들의 모습을 보니 내가 수능을 봤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원하는 대학교의 최저 등급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과, 그다지 잘 보지 못했다는 부담감에 새벽에 혼자 몰래 가채점을 해보던 기억.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을 수능을 바라보며 달려왔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덜 노력하고도 운 좋게 수시를 통해 대학을 들어가고 나는 노력하고도 그만큼 보상받지 못했다면서.

이제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말이지만,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시 전쟁이 끝나면 이제는 대학 내에서의 학점 경쟁, 그리고 사회로 나가기 위한 취업 전쟁이 이어진다. 내가 현재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이 전장. 취업의 전장은 매우 살벌하다. 대학시절 대외활동에 학점까지 두루 섭렵하고 나면,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고 어학 점수도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출발선에 설 수 있다. 싸울 총 한 자루가 준비된 셈이다.
 
우리가 매번 만나게 되는 경쟁의 장. 이곳은 과연 공정할까? 아니면 운이 필요할까. < SBS 스페셜 >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경쟁'편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이야기와 시험의 공정성에 대해 다룬다.
 
누군가의 복직·정규직 전환에 '특혜' 거론하는 이들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던 회사는 갑작스레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특혜라고 이야기 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힘들게 공부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해 돈을 모았을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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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던 회사는 갑작스레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특혜라고 이야기 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힘들게 공부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해 돈을 모았을 것이라 했다. ? ⓒ SBS

  
지난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돈도 실력'이라는 그녀. 정유라의 특혜 입학 사건이다. 전공이 무엇인지 관심도 없고 대학에 오고 싶지도 않았다는 그녀는 부모의 힘을 통해 매우 손쉽게 이화여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학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성적까지도 좋게 받을 수 있었던 그녀의 반칙을 보며 수경씨는 분노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그녀는 행동했고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이 흐름은 결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바꾸는 데도 큰 몫을 했다.
 
그렇게 대통령이 바뀐 대한민국.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공정성 회복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여전히 억울해하는 이들이 남아있었다.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정규직들이다. 힘들게 공부하며 들어간 대학. 졸업 후에도 끝없는 노력을 해서 원하던 공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던 회사는 갑작스레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정규직이던 사람들은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특혜'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힘들게 공부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해 돈을 모았을 것이라 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창수씨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지내왔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교통공사의 외주 업체인 은성 PSD에 입사하게 되었고 2년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다. 여기에는 한 가지 사연이 있었다. 바로 스크린 도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청년의 이야기였다. 안전이 중요한 업무들이 외주화 되면서 관리가 소홀해졌고 사고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20살의 어린 청년의 죽음에 정부와 서울시는 이를 개선하기로 약속했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안전이 더 잘 지켜지도록 했다. 실제로 창수씨는 전환 이후에 사고가 많이 줄었으며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누군가의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일이, 분노할 일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이들은 시험 등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시험을 통해서 업무를 할 수 있는지 평가를 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생각들은 12년의 투쟁 끝에 복직되는 승무원들에게도 쏟아졌다. 그렇다면 시험은 통한다면 괜찮은 걸까. 시험은 정말로 공정한 걸까.
 
시험의 공정성에 대해서
 
 갑작스럽게 추가된 필기시험에도 지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모두가 면접을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시험이라는 인식이다.

갑작스럽게 추가된 필기시험에도 지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모두가 면접을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시험이라는 인식이다. ⓒ SBS

 
다큐는 시험의 공정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한 가지 시험을 진행한다. 바로 '최후의 통첩' 실험이다. 피실험자를 응답자와 제안자로 나누고 10만 원을 주어 제안자가 이를 분배하게 한다. 응답자가 동의하면 둘이서 돈을 나누고, 제안자가 거절하면 아무도 돈을 갖지 못하는 방식이다. 임의로 응답자와 제안자를 나누고 실험을 진행한 결과 5팀 모두 5만 원씩 공평하게 돈을 분배하게 됐다. 응답자와 제안자를 맡은 이들 모두 그것이 적당했다고 말한다.
 
다큐에서는 실험의 조건을 변경해본다. 공기업 등에서 진행하는 시험을 간단히 진행하여 점수에 따라 높은 사람을 제안자로, 낮은 사람들을 응답자로 선정한 것이다. 결과는 변화가 있었다. 대부분의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더 적은 돈을 제시했고 5팀 중에서 4팀이 이를 수락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당연히 시험을 통해 선정되었기 때문에 더 낮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에 시험이란 누군가를 나누는 데 적절하다고 인식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분야에 있어서 시험을 선호하고 있는 편이다. 공무원을 뽑는 데 있어서도, 대학을 가는 데 있어서도. 민간 기업을 들어가는 데도 필기시험이 존재하는 곳이 많은 편이다. 시험은 긴 역사만큼 사람들에게 합격의 정당한 방법으로써 인식되어왔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공기업에서, 이제는 민간 기업까지 NCS 시험을 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갑작스럽게 추가된 필기시험에도 지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모두가 면접을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시험이라는 인식이다. 정작 NCS와 직무의 연관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도. 번역된 문제를 받은 핀란드의 학생들은 이를 두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난해한 표정을 짓는다. '단순히 괴롭히기 위한 문제 같다'고도 한다.
 
다큐는 묻는다.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시험이 정말로 공정한 것이냐고. 시험을 통하는 과정이라면 정말로 괜찮은 것이냐고 말이다. 내 대답은 '글쎄'다. 하지만 다큐가 제시한 방향과도 조금 다르다. 나 역시도 시험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리가 넘쳐나는 그동안의 대한민국에서 시험은 그나마 점수로라도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는 잣대였다. 그렇기에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이 단순히 행운을 얻은 것인지. 그들은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에 관해서는 의문이다.
 
능력 정규직 전환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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