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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두 달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9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두 달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9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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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 20일 '현실정치 복귀'를 공식선언했다. 그는 "12월 중순,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 수단인 TV 홍카콜라를 통하여 그동안 못다 했던 내 나라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펼치고 프리덤 코리아를 통하여 이 땅의 지성들과 네이션 리빌딩(nation rebuilding)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정계에 복귀하겠다는 이유에 대해 "나라가 통째로 넘어가고 있고 경제가 통째로 망쳐지고 있다"면서 "최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의 홍준표의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 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개그계여 긴장하라, 홍준표대표 복귀 격하게 환영한다, 꼭 종신 대표를 맡아야. 반드시 거목으로 다시 태어나 큰 웃음 안겨주길 바란다."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보고 정의당의 환영사(?)다. 바른미래당은 "명불허전 홍준표식 화법으로 한국당이 해체되는 데 밀알이 돼 달라"는 논평을 내는가 하면 "지금 한국 정치에서 최대 문제가 보수의 대표정당인 한국당이 정처 없이 헤매는 것인데, 홍 전 대표의 복귀로 한국당의 좌표는 더욱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한국당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은 트위터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반대편에서 큰 일 해주시리라 믿는다, 속히 복귀하셔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큰 웃음 선사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 복귀 선언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비판일까 비난일까? 홍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대한 야당의 환영사는 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일는지는 몰라도 정치인으로서 이보다 더한 수치는 없다. 

말로는 환영사라고 했지만 정치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선언이요, 비난을 넘어 비아냥이요, 조롱이다. 그가 지금까지 한 말잔치를 보면 이런 환영사를 즐기는지는 모르지만 정치인이 개그맨으로 비하 당한다는 것은 이미 정계에서는 그를 정치인으로서 보기보다 개그맨 취급을 하겠다는 선언이요, 정치인으로서 실격자임을 공공연하게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비난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지,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상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다. 유신과 독재, 군사정권의 폭압에 시달려 온 탓일까? 아니면 진짜 제대로 정치를 잘한 평가일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랑(노사모)은 그의 사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노사모의 노무현 사랑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비판에 의한 검증결과일까? 노사모라는 단체를 만들고 난 후 정치인들 중에는 그의 후광을 받아 출세(?)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시절, 그의 파격적인 행보와 탈권위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순수함도 없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야 사가들에게 맡길 일이지만 인물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나와 동향이니까, 동문이니까, 나와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함께 찍었으니까 등과 같은 사연으로 그를 평가한다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정의적(情意的)이다. 

특히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연고주의로 혹은 주관적인 평가로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날 국회의원은 4~5선은 기본이요, 9선을 지낸 의원도 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면 아마 10선의원도 곧 등장할지 모른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자체 단체장으로 또 국회복귀로 이어지는 정치인들의 생명력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정계의 신유령이 활개치고 있다. 소위 노빠니, 문빠가 그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현 대통령을 비난했다가는 친구들에게 혹은 지역사회에서 왕따당하기 안성맞춤이다. 오죽하면 친목단체나 카톡, 밴드 같은 사이버에서 혹은 명절에서 집안사람들과 대화에서조차 정치 얘기는 공공연한 금기사항이다. 

모처럼 명절 끝에 만난 친인척간에, 심지어 부모형제간에 혹은 친구 사이도 정치얘기로 시비가 붙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분위기는 선거 때만 되면 활개를 친다. 원색적인 인신공격, 종북, 좌파논리나 유체이탈화법이 난무하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같은 인물이 각광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는 후진사회다. 비판이 무너진 사회는 썩고 냄새나는 사회가 된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도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애정이 있다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비판을 일상화돼야 하고,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시비를 가린다'와 '시비를 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언제부터인가 '시비를 가린다'는 말은 '시비를 건다'로 바뀌면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여럿 가운데서 하나를 구별하는' 애정어린 충고가 상대방을 헐뜯는 말로 변질됐다, 비판이라는 것은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비난이란 '상대방을 헐뜯기 위해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거나 과장해 못되기를 바라는 심리'다.

부모가 자녀에게 혹은 친구 사이에 애정을 바탕으로 지적하는 충고는 비난이 아니라 비판이다. 정의당이 홍 전 대표를 개그맨으로 비교한 말은 자유한국당의 막말의 반대 급부요, 홍준표 스스로가 살아 온 비열한 삶에 대한 인격에 대한 보상이다. 

비판을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단체가 시민단체들이다. 진보단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형제나 친인척간 정치얘기가 금기사항이 된 연유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면 왕따를 각오해야 하는 분위기도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성숙한 사회, 선진 사회로 가려면 자기비판 상호 비판이 일상화돼야 하지 않을까.

태그:#홍준표, #정계복귀, #비판과 비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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