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3' 나영석, 신비한 잡학피디 나영석 PD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이하, 알쓸신잡3)>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알쓸신잡3>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이 국내와 해외 유명 도시를 배경으로 지식을 대방출하며 분야를 넘나드는 수다를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21일 금요일 오후 9시 10분 첫 방송.

나영석 PD ⓒ 이정민


"<알쓸신잡3> 관련하여 전영광 작가님의 사진을 저희 프로그램에서 무단으로 도용한 건입니다. 이것은 명백히 저희 제작진의 잘못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가 책임지고 작가님께 적절한 사과와 보상 방법을 논의할 것을 약속드리며, 다시 한번 지면을 빌려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확실히, 나영석 PD의 사과는 적절하고 깔끔해 보였다. 지난 10월 17일 불거진 <알쓸신잡3>의 전영광 작가 사진 도용 논란과 관련, 나 PD는 논란이 인 지 하루 만인 18일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통해 논란을 일축했다.
 
더불어, 자신과 관련된 "근거 없는 소문" 대해서도 "선처는 없다"며 루머 최초 유포자와 악플러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저 개인의 명예와 가정이 걸린 만큼 선처는 없을 것"이며 "증거를 수집 중이며, 고소장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관련한 사람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임을 "약속"한다며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여가 조금 지난 어제, 인터넷상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서 씁쓸함이 밀려왔다. 전영광 작가가 지난 23일 한 커뮤니티에 "알쓸신잡의 사진도용 그 후"란 제목의 글을 통해 재차 항의한 내용을 보면, <알쓸신잡3> 제작진과 나 PD는 한 달 전 한 사과를 아예 잊은 것으로 보인다.
 
전 작가는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게시한 장문의 글에서 "결국 (방송국이)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이번 일을 겪으며 처절하게 느꼈습니다"라며 분개하고 있었다.
 
한 달 전 사과 내팽개친 <알쓸신잡3>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은 분들께 비슷한 일을 겪으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요지는 방송국에서는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것입니다. 네. 우리 사회에서 방송국은 거대 권력입니다. 누가 감히 방송국과 싸우겠습니까? 그저 이슈가 반짝할 때는 사과하겠다. 합의하겠다. 재발방지 약속하겠다. 하는 것이지... 결국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이번 일을 겪으며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전 작가는 한 달 전 <알쓸신잡3> 제작진이 한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제작진이 자신의 사진을 도용한 경과를 설명한 전 작가는 "그리고도 한참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라며 "제가 먼저 '제작진께서 생각하고 계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전달 부탁드립니다' 메시지를 드렸고 거기에 온 답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사진사용의 비용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 작가는 제작진의 묵묵부답과 불성실한 태도를 낱낱이 열거했다.
 
 전영광 작가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

전영광 작가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 ⓒ 화면캡처


그래서 저는 금전적 보상을 말씀하시기에 앞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발생한 일인 만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저와 시청자분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저의 피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또한 피디님께서도 신뢰를 회복하실 수 있도록, 시청자분들도 납득하실 수 있도록 합당한 조처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에, 제작진은 '알쓸신잡3' 방송 마지막 회에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다짐을 넣겠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앞서 납득 안 되는 이야기들도 많았고...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곧 프랑스 출국을 앞두고 이 일은 이 정도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으나 열흘이 넘도록 또 답이 없으십니다.
 
결국 프랑스로 출국하던 날 '회신을 주실 줄 알았는데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하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메시지가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회신을 깜박했습니다ㅜㅜ' 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받은 날로부터 이제 일주일이 더 경과했으나 제작진이나 나영석 피디님으로부터 연락은 없습니다."
 

전 작가는 계속해서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었다. 전 작가는 "그냥 주고받은 메시지를 캡처해서 올리면 될 걸 제가 이렇게 부분만 적은 것은 저에게 더 유리하게 적은 것이 아니라, 더 큰 논란을 만들지 않고 싶어서입니다"라며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제 심정이 어떨까요? 피해자가 나서서... 제발 이 일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라고 이야기하며 한 달이 흘렀습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편집피디가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페르 라세즈'를 검색하였으며 "해외 사진, 사진 속 등장인물이 외국인"이라는 점 등으로 '저작권이 없는 사진'이라는 착각을 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제 사진에 있는 워터마크는 경황이 없어서 발견하지 못하였고 워터마크가 잘려나간 것 또한 고의가 아니며 디자인 작업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전 작가가 제작진으로부터 들은 '사진 도용 과정'의 전말이다. 전 작가의 말을 종합하면, <알쓸신잡3> 제작진은 전 작가의 다섯 작품을 무단 도용했고, 논란 직후 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한 달이 흐른 지금, 피해자인 전 작가는 제작진과 방송사가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았고, 제작진으로부터 "정신이 없어서 회신을 깜빡했다"는 메시지만을 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나영석 PD는 "약속"을 잊었고, 전 작가와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던 제작진의 공식입장 역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나영석 PD의 한 달 전 약속, 그리고 거대 방송사의 관행
 
"자 우선 저도 구글 검색을 자주 합니다만 이미지 검색을 하여도 5장의 사진을 가져가려면 제 블로그에 들어와야 가능한 것 아닌가요? 문제가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인지 만이라도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야 제가 납득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전 작가는 이렇게 주장했다. 원작자로서, 저작권자로서 납득할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 작가에 따르면, 이마저도 <알쓸신잡3> 제작진은 모른 척 했다. 어디 <알쓸신잡3>나 tvN만의 문제일까. 사진 도용은 물론, 음악이나 영상 등 저작권 침해에 관련된 거대 방송사의 이른바 '갑질'은 방송가의 관행이라 일컬어진다.
 
그저 방송을 통한 "홍보"라는 허울을 내세우는 일도 부지기수다. 제작진은 "깜빡했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 일쑤고, 독립 제작사의 경우 비용 정산의 복잡한 구조를 방패막이로 들기도 한다. 거대 방송사가 다시보기나 드라마 OST 등을 통해 세세하게 꼼꼼하게 부가 수익을 거둬들이는 구조를 완성한 것과는 상반된 풍경인 셈이다.
 
"그동안 법적 대응을 위해 도와주겠다고 하신 분들께 제가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저 선의로, 좋게 좋게 해결하려 했던 제가 바보 같았습니다."
 
실제로 <알쓸신잡3>와 같은 인기 프로그램은 물론이요, '방송'이란 권력으로 실제 비용은 물론 원작자 표기에 소홀한 방송사와 제작진의 '갑질'은 대중문화계에선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비정규직의 왕국'이라 불리는 거대 방송사의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타파해야 할 '적폐'로 꼽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쓸신잡3> 제작진이 전영광 작가에게 보여준 태도는 그러한 관행의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 할 만하다. 자신을 바보 같았다고 탓하는 전영광 작가는 물론 시청자들 모두가 씁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알쓸신잡3> 제작진과 나영석 PD. 이번엔 어떤 '좋은 말'로 사과를 할까.
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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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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