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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의원 등 자유한국당 예결소위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4조원 세수 결손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심사할 수 없다"며 예산심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예산심사 거부 의사 밝힌 송언석 의원 송언석 의원 등 자유한국당 예결소위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4조원 세수 결손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심사할 수 없다"며 예산심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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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구조에서 가장 취약하고 어려운 데 예산이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게 정말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예산을 깎아 가지고 재정의 균형을 이룬다라고 하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예산을 세우고 또 우리가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는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당히 비정해 보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비정하다는 말씀은 저는 굉장히 납득할 수가 없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비정하다는 말씀은 취소해 달라."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아래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아래 예산소위) 지난 25일 회의에서 때아닌 '비정' 논란이 일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아이돌보미 예산 61억3800만 원을 전액 삭감하자고 주장하면서부터다. 회의 내용이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송언석 의원은 이후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파행을 빚었던 국회 예산 심의가 다시 시작됐지만, 비슷한 풍경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470조 전체 예산 중 세입 4조가 부족한 걸 두고 여야가 대치했고, 29일 심의에서도 청년일자리 예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예결위 예산심사 활동시한이 다가왔지만,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예결위 예산심사는 11월 30일까지, 본회의 통과는 12월 2일까지이다.

매년 연말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여야의 공방전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쟁,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쪽지 예산, 깜깜이 심의 등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으나 나아질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정쟁이 되면 디테일은 어디로 가고, '세수 결손됐다더라' 같은 얘기만 남는다"라며 "국민의 참여의식이 결국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2012년 나라살림연구소를 개소한 정창수 소장은 경제정의실천연합,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부터 국민권익위, 서울시, 서울시의회, 국회 등을 거친 자타공인 '예산 전문가'이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특강은 물론이고, 연구용역도 도맡아 한다. <오마이뉴스>가 29일, 정창수 소장에게 현 예산 정국의 해법을 물은 이유이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국민 1%만 더 예산 관심 가져도 혁명적으로 바뀔 것"
 
정창수 나라살림 연구소장
 정창수 나라살림 연구소장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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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언석 의원이 한부모가정 아이돌봄사업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면서, 본인 지역구 예산 수백억은 확보했다고 하여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런 문제가 왜 발생한다고 보는가?
"사실 국회의원들이 실질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건 0.1%도 안 된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미미하다. 삭감하는 대신 지역 예산 같은 다른 예산을 얻어내는 거다. 왜냐하면 정부도 정권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들을 삭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봐주는 셈 치고, 다른 예산을 확보하는 식이다. 송언석 의원이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이라 그걸 잘 아는 거다. 당한 걸 그대로 써먹는 것 같다. 한국당 차원에서는 일자리 예산이나 남북경협예산을 비판하면서 본인들 예산을 따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안타깝다."

- 예산 심사과정에서 이처럼 약자들을 위한 예산이 SOC 예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걸 막을 방법이 없을까?
"그런 사례가 매우 많다. 국회의원은 예산 증액권을 갖고 있지 않다. 감액권만 갖고 있다. 그래서 그 감액을 지렛대 삼아서 정부로부터 다른 분야 예산 증액을 받아내는 거다. 일부가 몽니를 부린다고 하더라도 다수결이기 때문에 표결로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얻어낼 게 있으니까 그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로 공존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는 요구하는 예산안 증액을 끝까지 안 할 수도 있지만 '아킬레스건'인 사업들을 방어하기 위해 증액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것 자체는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좋은 의미에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그걸 역으로 지렛대 삼아 야당이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기 때문에 행위 자체는 막을 수 없다. 다만 국민들이 이걸 어떻게 얼마나 인식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래서 약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약자에 대한 여러 개념이 있지만, 정치적 힘이 없는 게 진짜 약자이다. 그래서 약자들끼리 연대를 통해 정치적인 힘을 키우며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그 힘을 통해 국회를 압박하고 필요한 예산을 지켜내야 한다."

- 예산소위 15명이 '깜깜이'로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소(小)소위로 넘길 경우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심사라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소소위를 공개하라고 해도 또 몰래 모여서 할 것이다. 투명성 문제는 계속 지적해야 하지만, 그 투명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책임성과 국민들의 참여이다. 많은 국민이 욕은 하면서도 사실 예산에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국회의원들은 알려지길 원한다. 그 지역에서는 예산 땄다고 좋아하니까.

최소한 자기 이익이 달린 예산만이라도 관심 가지고 챙겼으면 좋겠다. 자기 이익이 달려 있는 것도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무력한 경우가 많다. 개별 국민이 각자 자기 이익만 잘 챙겨도 이 사회는 훨씬 합리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무엇이 자기 이익인 줄 잘 모르는 것 같다."

- 국민의 눈높에서 어떻게 예산을 감시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해야 할지 구체적인 실천요령이 있다면 무엇일까.
"'1% 시민'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총기협회나 기독교인들을 얘기할 때 그렇다. 이들이 실제 숫자에 비해 정치와 예산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예산에 참여하고 관심 갖는 국민의 숫자는 굉장히 미미하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하다못해 기사를 봐도 정쟁을 보도하는 기사보다 정책을 보도하는 기사에 많은 댓글 달아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이번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것처럼 정책을 중심으로 이슈화하는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역주민참여예산에도 적극적으로 관심 가져야 한다. 그런 시민이 1%만 늘어도 나라가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국회의원들 욕 많이 하는데,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똑같다고 욕하면 누가 가장 이득 보겠나. 가장 나쁜 놈이 이득 본다. 조금이라도 나은 의원들을 확실히 밀어주고, 특권 문제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의원 숫자도 늘리고 일 열심히 하는 의원들을 열심히 밀어주셨으면 좋겠다."

"4조 빈다고 수정 예산안 제출? 말도 안 된다"
 
국회 예결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4조원 세수 결손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심사할 수 없다"며 예산심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국회 예결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4조원 세수 결손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심사할 수 없다"며 예산심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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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예산심사가 재개되기는 했지만, 2019년 정부 예산 470조 중 유류세 인하, 지방 재정 보전 등 '4조'에 대해 야당은 '세수 결손', 여당은 '세수 변동'이라며 공방이 치열하다. 여야의 입장 중 어느 쪽의 주장이 더 맞는 이야기인가?
"한국당에서 '몰랐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당이 '속였다'는 말은 절대 안 한다. 몰랐다라고 얘기하는 건데, 몰랐다는 건 속였다와 똑같은 말이다. 그런데 그 전에 분명히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몰랐다고 할 수 없으니 한국당이 전략을 그렇게 짠 것 같다. 파행을 만들려는 이유를 찾으려는 것이다.

4조 원 빈다고 수정 예산안 제출하라는 요구는 말도 안 된다. 세입을 줄이고 세출을 줄이면 된다. 세입이 줄어든 만큼 지출을 삭감하면 되는데, 지출 삭감은 정부가 하든 국회가 하든 하기만 하면 된다. 정작 4조를 위해 무엇을 삭감하라고 얘기는 못하고 정쟁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안타깝다.

전체 470조 예산에서 1%가량밖에 안 된다. 4조는 충분히 조절 가능한 숫자다. 지난 10년간 (이런 이유로) 정부가 수정 예산안을 제출한 적이 없다. 예산이라는 건 국회에서 심의하면서 바뀐다. 한국당 논리대로면 매번 그때마다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절차가 복잡한데, 얼마든지 실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왜 그렇게 하나."

- 여당은 이전 정부에서도 비슷했다고 주장하는데, 왜 이번에 유독 문제가 됐다고 보나?
"올해만 유독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매년 다양한 이유로 문제를 삼았던 거다. 예산은 정치니까. 갈등은 예산에서 가장 극적으로 표출된다. 국회에서 논의 과정에서 일부 예산을 삭감하는 건, 안타깝지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진짜 문제 있는 건 삭감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예산 심의 전체를 전반적으로 거부하고 파행해서 소위 심사 시간 줄였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예산을 꼼꼼하게 살필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야당에게도 손해이다.

정부의 특정 사업을 반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세수 통계 바뀌었다고 갑자기 심의를 거부하는 건 문제이다. 모르는 분들은 유류세 때문에 그런 줄 아는데, 정작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부족은 1조1000억밖에 안 된다. 큰 건 오히려 지방으로 가는 돈 2조9000억 때문인데, 명확히 얘기하면 지방분권으로 인해 2조9000억이 들어가는만큼 지방예산이 늘어서 중앙에서 줄 수 있는 교부세 규모가 준다. 어차피 중앙이 하든 지방이 하든 같은, 제로섬 게임이다. 국민들께서 이걸 잘 모른다고 '4조 줄었다!'라며 호도하는데, 이건 사실이긴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 한국당 쪽에서는 일자리예산, 남북협력 관련된 예산 등을 깎아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그분들이 아이를 낳는 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 왜 아이를 낳지 않은가를 질문해야 한다. 이미 많은 연구보고서가 나와 있다. 일단 고용이 되어야 아이를 낳는다. 주거 문제도 걸려 있다. 이런 게 다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저출산 예산은 복지 예산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행복해야 아이를 낳는다. 돈을 아무리 줘도 지옥 같은 삶이면 애를 어떻게 낳나.

그래서 일자리 예산이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 남북문제도 결국 풀려서 경제적 효과가 지대하게 있을 것이라고 국민들은 기대하는데, 넓게 보면 그것도 저출산 문제에 도움 되는 정책이다. 야당이 너무 이념적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쉽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태그:#정창수, #예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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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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