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감독의 영화 <성난황소>의 강동철(마동석 분)을 보고 있으면 강 건너 헐리우드의 <어벤져스> 속 헐크가 떠오르기도 한다.

김민호 감독의 영화 <성난황소>의 강동철(마동석 분)을 보고 있으면 강 건너 헐리우드의 <어벤져스> 속 헐크가 떠오르기도 한다. ⓒ 쇼박스

 
밀치고 던지고, 피하고 쿵. 마동석의 액션은 여전했다. <범죄도시>부터 <원더풀고스트>, <동네사람들>까지. 우직하고 강렬하게 액션을 펼쳐내는 <성난황소>는 일종의 마동석 장르였다. 마동석이 펼치는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안정감까지 느껴지게 된다.
 
김민호 감독의 영화 <성난황소>의 강동철(마동석 분)을 보고 있으면 강 건너 헐리우드의 <어벤져스> 속 헐크가 떠오르기도 한다. 헐크가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악당들을 가리지 않고 부셔버리는 그런 강렬한 모습이 매력 포인트다. 특히 토르의 동생 로키를 잡고 패대기치는 장면은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헐크가 타노스에게 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뒤 무섭다며 나오지 않았을 때는 꽤나 충격까지 받았다.
 
시원하고 통쾌한 마동식 액션장르
 
 
 그럼에도 이번 영화 역시 마동석의 시원통쾌한 액션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 역시 마동석의 시원통쾌한 액션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 쇼박스

 
마동석은 그런 배우다. 어떤 무서운 분장이나 CG 등을 넣지 않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게감 느껴지는 액션으로 시원한 타격감을 선사해주는 그런 액션배우 말이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마동석 액션이 반복되고 있다. 매번 비슷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보고나면 항상 통쾌함이 남는다. 아무리 좌절적인 상황을 들이닥쳐도 한 방에 부셔줄 것 같은 믿음이다.
 
<성난황소>는 기본적으로 매우 단순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수(송지효 분)과 결혼하고 살고 있는 동철은 건어물 유통을 하며 조용하게 살고 있다. 한 편으로는 사모님 소리를 듣게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몰래 킹크랩 등에 투자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는 중에 한 범죄 일당과 작은 갈등을 겪게 되고 그걸 계기로 기태(김성오 분)에 의해 지수가 납치된다. 기태 일당은 여자들을 납치하거나 돈 주고 사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조직이었고 이를 동철이 추적하며 지수를 구하려고 한다. 전형적인 한국식 액션물의 구조이고 반복되어 익숙한 내용이다. 옆집 아이를 구하려는 원빈의 <아저씨>도, 납치된 형을 구하려고 이정재가 뛰어다니는 <빅매치>처럼.
 
그래서인지 <성난황소>는 이름처럼 흥행가도를 빠르게 달리고 있지는 못하다. 물론, 보장된 마동석 액션으로 나쁘지는 않은 성적이다. 개봉 9일차에 누적 관객수 130만을 돌파해 2018년 액션 영화 흥행 톱3에 이름을 올렸으니 말이다. 마동석의 액션이 눈에 그려지듯 익숙하다는 점과 함께 상영 중인 영화 <국가부도의 날>과 <보헤미안 랩소디>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 때문이겠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 역시 마동석의 시원통쾌한 액션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돈, 돈, 돈, 끊을 수는 없지만
 
 
 다른 돈 많은 악당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인내심을 보는 것. 탐욕이 없는 것처럼 선한 것처럼 행동하는 이들을 무너뜨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돈 많은 악당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인내심을 보는 것. 탐욕이 없는 것처럼 선한 것처럼 행동하는 이들을 무너뜨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 쇼박스

 
물론, <성난황소>는 상대역인 기태의 모습도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성난황소>는 돈에 얽히고 얽힌 관계들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기태는 돈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기태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부인이 납치를 당한 이후에도 남편들은 큰돈을 보여주면 탐욕을 감추지 못했고 그 눈빛을 보며 기태는 즐거워했다.
 
다른 돈 많은 악당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인내심을 보는 것. 탐욕이 없는 것처럼 선한 것처럼 행동하는 이들을 무너뜨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성매매 알선에는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식물인간 상태의 여자를 남편의 탐욕을 이끌어내기 위해 돈을 주고 산다. 기존의 악당들이 돈이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 아래 방해되는 것들을 돈으로 부셨다면 기태는 조금 더 나아가 돈으로 타인의 탐욕을 이끌어내며 적극적으로 망가트리는 인물이다. 마치 큰돈을 넣어가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영화에서는 돈 얘기가 계속 나온다. 한 때 주먹으로 이름을 날렸던 동철이 건어물 유통을 하는 이유도 빚을 갚기 위해서였고 상인들을 괴롭히고 마음대로 갑질을 하고 있는 수산조합 사장에게 굽실거리는 것도 돈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였다. 결국 모든 인물은 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수를 찾기 위해서도, 다시 기태를 만나기 위해서도 계속 돈이 필요했다. 영화 내내 돈, 돈, 돈이다.
 
결국, 인간은 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일까. 참 추악하기도 하고 끝없이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는 돈이 무엇이라고 끊을 수가 없다. 이 놈의 돈은 인간이 세상에 나온 이후로 가장 끊을 수 없는 최대의 악이자, 절대 유혹의 과실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라면 그 유혹을 이기기 참 힘들다.
 
다행히 <성난황소>의 동철은 돈을 이겨내거나 탐욕이 없는 무욕(無慾)의 인간은 아니지만 돈의 화신인 기태를 부셔버리기 위해 열심히 뛴다. 편안하게 악당들을 부셔버리는 그의 액션처럼 당연하게도 무작정 달려간다. 여전히 돈을 벗어날 수 없는 그이지만 돈이 필요한 그이지만 평범하게 사랑을 위해, 부인을 위해 뛴다.

만약, 그가 돈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사랑만이 중요하다고 외쳤다면 어색했을지도 모르겠다. 부인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이지만 여전히 돈에 얽매여 있는 그이기에, 우리와 닮은 그이기에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많은 한국 영화들이 이런 구조를 반복하는 이유는 돈은 결코 끊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임을, 그래서 바쁘게 뛸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함은 아닐까.
 
마동석 액션 성난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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