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가온차트 뮤직어워즈. 내년 1월 개최를 앞두고 최근 팬 인기투표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2018 가온차트 뮤직어워즈. 내년 1월 개최를 앞두고 최근 팬 인기투표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 가온차트어워즈사무국

 
"팬덤간 과열된 경쟁을 부추기는 팬 인기투표 및 투표결과를 100% 반영하던 '팬 투표 인기상'을 폐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최근 국내 음악시상식이 10개 이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에 따른 인기투표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음악산업 종사자들과 대중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의미 있는 투표방식이 나올 때까지는 팬 인기투표와 팬 투표 인기상 운영을 폐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온차트 어워즈 사무국 발표 내용 중에서)

지난 3일 가온차트 뮤직어워즈 사무국은 2019년 1월 23일 시상식 개최와 함께 그간 진행돼 오던 '팬 투표에 의한 인기상 시상을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가요계 각종 시상식 상당수가 '인기상'이라는 미명 하에 각종 형식의 팬 투표를 실시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행보를 보여준 셈이다. 이에 대해 팬들은 환영 의견과 더불어 '뒤늦은 결정'이라는 불만의 소리도 내비치고 있다.

투표를 통한 팬들 참여 유도... 상업적인 목적 내포
 
 지난해까지 가온차트 어워즈 인기투표 어플로 활용되었던 '최애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화면.

지난해까지 가온차트 어워즈 인기투표 어플로 활용되었던 '최애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화면. ⓒ (주)엑소더스

 
현재 열리는 각종 가요 시상식 상당수는 음반 판매량, 음원 스트리밍 횟수뿐만 아니라 팬 투표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음원 사이트 주최 시상식은 유, 무료 회원들의 로그인 활성화를 통한 페이지뷰 및 접속자 수의 일시적 증가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이트는 유료 회원의 경우 1일 3회, 무료 회원은 1일 1회 등으로 투표수 차별을 두기도 한다. (멜론, 지니)

별도의 모바일 어플을 통한 팬 투표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몇몇 케이블 음악 방송의 순위 결정 팬 투표 역시 각 업체별로 특성화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게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이번에 투표제도를 폐지한 가온 차트만 하더라도 지난번 시상식까진 '최애돌'이라는 어플을 활용해 인기 투표를 진행해왔었다.

또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회원 중 일부를 추첨해서 시상식 입장권을 증정하는 연계 이벤트도 실시,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보려는 팬들의 참가 욕구를 고취시킨다.

뒤늦은 팬투표 폐지 조치... 지난 1년간의 노력은 어쩌나
 
 가온차트어워즈 인기투표 폐지 기사에 달린 팬들의 댓글. 지난 1년간의 '최애돌' 어플 사용이 무용지물 되면서 이에 불만을 표시하는 의견도 등장했다.

가온차트어워즈 인기투표 폐지 기사에 달린 팬들의 댓글. 지난 1년간의 '최애돌' 어플 사용이 무용지물 되면서 이에 불만을 표시하는 의견도 등장했다. ⓒ 네이버

 
말 그대로 '인기 가수에게 상을 수여한다'는 팬 투표의 취지만 놓고 보면 딱히 문제가 될 지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투표로만 100% 선정해서 수상자를 결정하는 인기상부터 각 부문별로 일정 비율의 점수를 반영, 수상 여부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각 가수들의 팬클럽 및 소속사들은 너도 나도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과열 경쟁이 빚어지는 건 예상가능한 일이다. 1인 1아이디가 원칙이지만 가족, 친구뿐만 아니라 유령 계정까지 총동원해 투표에 참여하는 사례도 자주 발견된다. 지난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는 부정 투표를 적발해 초기 투표분을 모두 무효 처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투표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수익 창출을 꾀하는 사례도 많다. 가온차트가 최근 시상식까지 사용했던 어플리케이션 '최애돌'은 행사 직전 한달 남짓한 기간의 투표만 인기상에 반영을 했다. 

그런데 투표를 하려면 '하트'라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얻기 위해선 출석 체크부터 각종 SNS에 글, 사진 올리고 링크 연결하는 등 부수적인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때론 어플에서 제공하는 광고도 눌러줘야 한다. 또한 하트를 유료로 구매할 수 있어 일부에서는 기꺼이 결제를 하기도 한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아이디 하나당 4만 원만 결제하면 편하게 투표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다보니 수많은 팬들이 순전히 가온차트 어워즈 인기상 수상만을 위해 지난 1년간 이 어플 사용에 집중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인기상 폐지 소식에 "좋은 변화네요 환영합니다"(dear****), "투표권으로 돈 장사하지 맙시다"(mh70****)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는가 하면, "일찍 발표하던가 1년 동안 최애돌 했는데 허무하네요"(jsks***) "1년 내내 매일 접속해서 하트 3개 주고 결제했던 제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깝네요"(sisb****)" 등 부정적인 댓글도 나오는 이유다.

유료결제 유도 폐해... 부작용 최소화 방안 필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소개된 '서울가요대상' 투표 어플 사용자 리뷰글. 대부분 불만을 표시하면서 해당 어플의 평점은 고작 고작 1.2점에 머물고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소개된 '서울가요대상' 투표 어플 사용자 리뷰글. 대부분 불만을 표시하면서 해당 어플의 평점은 고작 고작 1.2점에 머물고 있다. ⓒ Google

  
앞으로 개최될 예정인 다른 시상식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년 1월 열리는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은 별도의 전용 투표앱을 통해 인기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가요대상' 투표 전용 어플리케이션 보이콧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어플리케이션 역시 '인앱결제' 방식으로 결국 많은 투표권을 확보하려는 팬들의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리뷰 게시판에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는 비난이 가득한 이유다. 게다가 광고를 봐야 투표권을 획득할 수 있는데, 노골적인 성인광고까지 나와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아이돌 가수를 위해 투표하는 팬층의 대다수는 10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일이다.

가온차트 어워즈가 어플을 이용한 인기투표를 없애기로 한 건 분명 환영할만 한 일이다. 하지만 가온차트의 방침이 다른 시상식에도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가온의 경우, 철저히 국내 음원 사이트 내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횟수를 총집계해 이를 지수화하고 월 단위로 시상하기 때문에 팬 투표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시상식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 반면 여타 시상식은 앞서 소개했듯, 음원 혹은 음반 성적 외에도 심사위원 투표 및 팬 투표가 포함된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팬 투표제도를 폐지한다면 시상 시스템 전반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각종 시상식에서 팬 투표가 사라질 가능성은 아직까진 희박한 게 현실이다.   

팬들의 의사가 왜곡 없이 반영될 수 있는 합당한 수단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형식의 투표제 하에선 매번 각종 잡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투표의 공정성은 시상식의 권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 마련에 대해 이제는 각 주최 측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가온차트어워즈 인기상 팬투표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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