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리치 포크너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리치 포크너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지난 1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는 가죽 재킷과 록밴드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네번째 내한 공연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아이언 메이든, 데프 레파드 등과 함께 'NWOBHM'(뉴웨이브 오브 브리티쉬 헤비 메탈)을 대표하는 메탈의 거인이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보컬 롭 핼포드의 차갑고 날카로운 쇳소리, 케이케이 다우닝과 글렌 팁튼의 트윈 기타로 상징된다. 가죽 재킷과 모터사이클 패션을 빼 놓자면 섭섭할 것이다.
 
세월의 무상함일까. 케이케이 다우닝은 지난 2011년 은퇴했고, 그 자리는 리치 포크너가 대신하고 있다. 글렌 팁튼도 이번 앨범 < FIREPOWER >를 녹음한 이후, 파킨슨병 때문에 활동을 중단했다. 밴드의 간판 스타 롭 핼포드와 원년 멤버 이안 힐런(베이스)은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변함없는 메탈스러움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내한 공연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내한 공연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주다스 프리스트는 신곡 'FIREPOWER'를 부르며 등장했다. 롭 핼포드는 징이 박힌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에 섰다. 등장하자마자 예리하고 차가운 샤우팅을 내지르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롭 핼포드의 보컬은 현장에서 들어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화려하던 록 보컬들이 마흔줄에 무너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롭 핼포드는 칠순을 앞둔 지금도 묵직한 저음과 예리한 고음을 모두 유지하고 있다. 주다스 프리스트가 내한을 할 때마다 공연장을 찾았다는 한 팬은, '10년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 훌륭한 라이브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특히 롭 핼포드가 'Painkiller'의 클라이막스를 부르는 순간은 거대한 전율이었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메탈스러운 가치'들을 잃지 않고 있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첫 곡을 비롯, 'Grinder', 'Lightning Strike', 'Turbo Lover' 등 신곡과 히트곡들을 적절히 배합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곡이 바뀔 때마다 곡이 실린 앨범 커버를 화면에 띄우는 센스도 좋았다. 케이케이 다우닝을 대신하는 기타리스트 리치 포크너, 드러머 스캇 트래비스는 화려한 테크니션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볼거리를 책임지는 것은 롭 핼포드였다. 신곡 'Rising From Ruins'를 부르면서 광선검(!)을 휘두르는가 하면, 'Hell Bent For Leather'에서는 선글라스를 끼고, 오토바이를 타고 무대 위로 올랐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현재의 밴드다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앵콜 공연을 시작하기 직전, 아주 특별한 순간이 연출되었다. 투병 중이었던 글렌 팁톤(Glen Tipton)이 천천히 무대에 오른 것이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그는 이미 다른 아시아 국가의 무대에도 섰지만, 이 사실이 많은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공연 후반에 울려퍼진 'Metal Gods', 'Breaking The Law', 엔딩곡 'Living After Midnight'을 함께 했다. 예전처럼 화려한 연주를 들려줄 수는 없게 되었지만, 오랜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Breaking The Law'에서 롭 핼포드, 리치 포크너와 함께 허리를 굽히고 기타를 치는 모습은 전성기 그대로였다.
 
"우리에겐 헤비메탈을 계속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열정이 있다." - 롭 핼포드
 
이번 공연에서 만난 주다스 프리스트는 단순히 과거의 추억에 기대는 밴드가 아니었다. 그 어떤 젊은 밴드보다도 힘있는 현역이었다. 훌륭한 공연 내용 때문인지, 10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도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주다스! 프리스트!"를 연호했다. 주다스 프리스트 멤버들도 약 1~2분간 무대에 남아 팬들에게 인사를 반복했다.

이들이 무대를 떠나자, 퀸(Queen)의 'We Are The Champions'가 울려퍼졌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퀸과 비슷한 시대에 활동한 밴드다. 음악 스타일은 많이 달랐지만, 롭 핼포드는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존경심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메탈은 과거의 음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주다스 프리스트는 그런 단어에 얽매이지 않는 존재다. 단단한 현재를 가지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밴드다. '프리스트는 돌아온다'라는 공연 말미의 문구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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