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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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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실에 팩스를 보내 '짝퉁 논란'을 일으켰던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주최하는 '2018 국정감사 국리민복상'(국감 우수의원상) 시상식이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을 주관단체로 2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운영되는 NGO모니터단은 1999년부터 매해 국감 종료 후 국감 우수의원(상임위별 25%)을 선정해 시상해왔다. 이 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국감상이다.

올해는 송언석, 백승주, 정운천 등 80명의 의원이 상을 받지만 전체 수상자 명단은 24일 현재 공개되지 않고 있다. 홍금애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일정 조정 때문에 몇몇 의원실에 수상 사실을 알렸는데, 바로 보도자료를 냈다"라면서 "수상 기준 등을 명시한 자료(200쪽 분량)가 완성되면 전체 수상자 명단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NGO모니터단은 지난 11월 23일 "국감을 제대로 모니터하지도 않은 단체들이 엉터리·짝퉁상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NGO모니터단 이외에 '국감 우수의원'을 시상하는 언론사 등을 '가짜'라고 규정해 입길에 올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엉터리 짝퉁상 받으면..." 논란의 공문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지난 11월 23일 각 의원실에 보낸 공문.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지난 11월 23일 각 의원실에 보낸 공문.
ⓒ NGO모니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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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3일 국회 각 의원실로 전달된 NGO모니터단이 보낸 '엉터리 짝퉁 국정감사 우수의원상 횡행과 수수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국정감사를 제대로 모니터하지도 아니한 단체들이 거창하고 화려한 국감우수의원상을 선정·시상한다고 하면서 전혀 사실이 아닌, 엉터리·짝퉁 의정(국감)평가·우수의원상들이 남발(특히 상의 명칭까지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이라고 사용하므로, 동료의원이나 유권자들이 F학점인지 A학점인지 혼란케 하므로)하고 있음에 분노·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짝퉁상을 수상·홍보하는 의원에 대하여 우리 NGO모니터단에서는 우수의원 선정에서 배제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NGO모니터단이 '엉터리 짝퉁상'이라고 규정한 상은 지방자치TV가 주관하는 '국정감사 우수의원·지방자치단체 우수 조례대상'이었다. 지방자치TV는 올해로 8년째 국감 이후 의원들을 대상으로 상을 주고 있는데 올해 11월 28일 시상식을 진행했다.정성호·안규백 의원 등 국회 상임위원장 5명, 서영교·민경욱·박주선 등 국회의원 25명이 이 상을 받았다.

이후 12월 14일 NGO모니터단은 다시 한 번 각 의원실에 공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짝퉁상이 범람"하고 있다면서 "짝퉁상을 수상하거나 홍보하는 의원을 감점"하겠다고 알렸다. 11월 23일 공문의 '수상자 배제'보다 완화된 조치였지만 NGO모니터단이 주는 상에 '짝퉁상 수상 및 홍보 여부'를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 또한 "지난 20년간 써오던 '국감우수의원상'을 '국정감사 국리민복상'으로 (명칭을) 변경해 시행"하겠다고 알렸다. 같은 이름이 사용되니 상 이름을 바꾸겠다는 것.

사실 국회의 '국감 짝퉁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바른사회시민회의라는 단체가 국감 우수의원을 선정해 시상식을 열자 NGO모니터단이 '짝퉁상'이라면서 반발한 전례가 있다.

[갑론을박] "우리돈 들여 상 주는데 왜..." vs. "명칭 중첩, 유권자 혼란 가중" 
 
지난 10월 18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모습.
 지난 10월 18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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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상'으로 지목된 지방자치TV는 어떤 입장일까. 지방자치TV 관계자의 일성은 "짜증난다"였다. 그는 "우리가 우리 돈 들여서 상을 주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우릴) 네거티브한다"라고 불쾌해 했다. 이어 "'국감 우수의원'이라는 말은 이미 수많은 단체, 언론, 심지어 정당에서도 쓰고 있다"라며 "할 말이 있으면 우리에게 직접 말하라, 의원실에 공문 같은 거 보내지 말라"고 주장했다. 

반면, NGO모니터단은 지방자치TV가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홍금애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마치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다른 업체가 자신들이 삼성이라고 홍보하는 모양새"라고 반박했다. 홍 집행위원장은 "1999년부터 2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구성돼온 NGO모니터단은 이미 공신력을 인정받았다"라면서 "다른 기관의 '국감 우수의원상' 명칭을 사용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윤소라 NGO모니터단 사무국장도 "상 이름 중복 사용은 국감 기간 고생한 현장 모니터 요원 1000명의 노고를 헛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 일부 의원실은 "권력화" 지적... NGO "평가기준 명확, 갑질 없다"

'짝퉁상' 논란에 국회의원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 보좌관 A씨는 "다른 상을 받으면 자신들이 주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냐, 국회 내 많은 보좌진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의원실 보좌진들의 문제의식은 ▲ 불분명한 평가기준 ▲ 국감 평가의 권력화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 비서관 B씨는 "솔직히 어떤 기준으로 상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모니터단이 의원이 얼마나 자리를 비우는지 등을 체크하는데, 왜 이것이 의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비서관 C씨는 "언젠가는 우리 의원 소속 상임위가 아닌 상임위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면서 상을 준다는 공문이 오기도 했다"라며 상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감 우수의원상'의 권력화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주당 소속 의원 비서관 D씨는 "시민들이 직접 국감을 모니터한다는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니터단이 의원들을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보였다"라며 "과도한 자료 요구 등 갑질 아닌 갑질을 하고 있다, 의원이 직접 수상 안 하면 상을 취소한다는 소리도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비서관 B씨(민주평화당)는 "보도자료, 자료집, 언론보도 등을 정리해 박스째 모니터단 사무실에 직접 배달한다"라면서 "이것도 하나의 업무로, 스트레스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NGO모니터단은 의원실의 문제제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평가기준은 매해 NGO모니터단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된다"라며 "명확한 기준으로, 수 차례의 회의를 거쳐 시상자를 선정한다"라고 반박했다. 'NGO모니터단 권력화'에 대해 윤소라 사무국장도 "의원실에 강제로 뭔가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라며 "상을 못 받게 됐다고 NGO모니터단이 문제가 있고 저 상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2017년 10월 12일 국회에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사무실이 마련돼 있는 모습.
 2017년 10월 12일 국회에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사무실이 마련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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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유권자들이 정량적 평가보다 정성적으로 평가해야"

문제는 이런 논란이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언론, 직능단체들이 국감 종료 후 의원들에게 비슷한 상을 주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 보좌관 E씨는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논란"이라면서 "대통령상이나 장관상처럼 평가 기준과 수상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명확히 있으면 좋겠지만,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 직능단체에서는 그런 것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공개하고 있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상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강조했다. E씨는 "많은 의원실이 의정활동 보고서에 한 줄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수상에 신경을 쓴다"라면서 "유권자 입장에서 이 의원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제대로 보고 평가하려면,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회의록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법안 발의 건수나 질의 시간 같은 정량화된 수치도 중요하다"라면서도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했는지, 그게 민심에 부합하는지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태그:#국정감사, #우수의원, #NGO모니터단, #지방자치TV,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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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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