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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찬열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이찬열 위원장에게 다가간 박용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찬열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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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금 지난 세 달 가까이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발목 잡힌 채로 이렇게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은 국회가 대체 뭐하는 곳인지 묻고 있는 겁니다.(…) 3개월이면 거의 100일이고, 100일이면 곰도 사람이 되는 시간입니다. 도대체 국회는 뭐가 되고 있는 겁니까."

26일 오전 교육위 전체회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자꾸 갈라졌다. 사립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교육위는 여야 간사 협의 뒤 27일 오전 10시에 전체회의를 속개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앞서 발의 안건들 가결을 선포한 뒤, 이찬열 위원장(바른미래당, 경기 수원시갑)은 "유치원3법 관련해 한 말씀 드린다"며 "저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26일) 오전 9시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여야 의원들에 요청 드렸지만 아직도 합의가 안 되고 있다, 이에 저는 위원장으로서 안건의 신속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를 염두에 둔 설명이었다. 그는 다만 결론을 열어뒀다. 이 위원장은 "오늘 회의는 정회하고,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계속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이 "위원장님"하고 발언 의사를 표했으나, 이 위원장은 본인 발언을 끝낸 뒤 바로 "정회를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정회 선언이 선포되자 전희경(비례)·김현아(비례)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일어서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박 의원은 지친 표정으로 관련 발언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굳은 표정의 박용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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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위원장님께 드리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번 위원장께서 '결단'을 얘기하셨을 때, 저는 '더는 국회가 국민들에게, 국회는 대체 뭐하는 곳이냐란 질타를 듣지 말아야겠다'는 위원장님 판단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다시 이렇게 시간을 더 갖자는 이유로 하루를 더 미루셨는데, 지금 이른바 유치원 사태의 시작점을 위원장님도 의원님들도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믿고 맡겼던 유치원에서 있을 수 없는 비위행위, 교육비위와 사적 유용이 적발됐고 국민들이 이유를 물었다. 여기엔 행정당국의 잘못된 행정, 국회의 법적 제도적 허점이 있었던 거다.

행정당국은 국회에서 충분히 질타 받고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자기들 할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지금 지난 세 달 가까이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지 않나. 국민들은 국회는 대체 뭐하는 곳인지 묻고 있는 거다. (비위 발생시) 형사 처분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건, 엄벌주의라기보다는 예방적 조치로 다시는 그런 일 벌어지지 않게, 국민들이 안심하게 하자는 거다. 그런데 국회가 그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위원장님이 얘기한 결단의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오늘 하루 늦추면 유치원 공공성과 유치원 정상화가 하루 더 늦어진다.

지난 3개월이면 거의 100일이고 100일이면 곰도 사람이 되는 시간이다. 그런데 도대체 국회는 뭐가 되고 있는 건가? 위원장님께서 손자 키우신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아이 키우는 국민들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는 정말 천년 같은 시간이다. 위원장님 간곡히 부탁드린다. 임시국회 처리는 여야 대표의 합의사항이다. 법 처리는 못해도 시작은 해야 하지 않겠나. 내일은 꼭, 국민들에게 국회가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박용진 의원의 호소... 이찬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해보겠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찬열 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 정회 선포하는 이찬열 교육위원장 국회 교육위원회 이찬열 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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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열 위원장은 "저도 마음가짐은 (그렇게) 하고 있다"며 "각 당 간사 위원들께서 적극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원장 자리에서 일어선 뒤 의원들과 악수하며 "아니,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하면 안 될 게 없는데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구갑)은 이 위원장에게 "일부 야당이, 자유한국당이 이미 할 마음이 없는 거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정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저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으로 다 해보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오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유치원3법은 신속처리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해당 법안은 여야 간 합의가 없어도 최장 330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자유한국당 김한표, 곽상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귓속말하는 김한표-곽상도 자유한국당 김한표, 곽상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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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완강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유치원법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걸겠다는데, 여당과 청와대의 오만이 끝을 모른다"면서 "패스트트랙은 사실상 슬로우트랙임이 명백하다, 내일 본회의까지 시간이 남았고 6인 협의체 논의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것은 내일 본회의를 거부하겠다는 것이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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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치원3법, #패스트트랙, #박용진, #이찬열 ,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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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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