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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숙소에서 미리 확인했음에도 베트남 항무아를 찾아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숙소에서 자체적으로 '그려서' 만든 지도 위에 들은 설명을 얹어서 가는 방법을 마스터했는데... 설명이 잘못됐는지, 지도가 문제인지 제대로 된 길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럴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꾸준히 물어 보는 것. 골목골목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눈에 보이는 사람만 있으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항무아?'라고 물었다. 그렇게 1시간도 더 넘게 걸렸을 때 사진으로만 봤던 항무아가 드디어 눈에 들어 왔다.
 
항무아
 항무아
ⓒ 김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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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너무나 반가웠던지 나도 모르게 "드디어 찾았다!'라고 외치듯이 말하는 순간 항무아를 사진에 담던 여행자 한 명이 묻는다.

"한국 분이세요?"
"네. 한국에서 오셨구나."


20대로 보이는 젊은 배낭 여행자였다.

"여기 찾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난 너무 힘들었는데."

난 숨을 몰아 쉬며 물어봤지만 그는 편안한 모습으로 대답한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리고는 잠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제 그가 그만 가봐야겠다고 한다.

"네? 항무아 안 보고 가세요?"
"전 그냥 여기서 본 걸로 됐어요. 가난한 여행자라서요."
"저도 가난한 여행자긴 하지만 볼 건 보는데."
"전 괜찮아요. 그냥 이렇게 멀리서 보면 됐죠, 뭐."


그리고 그는 갈 길을 갔고 나는 항무아로 갔다. 내가 땀꼭과 트랑안의 정보를 준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트랑안도 배를 안 타고 주변에서 그냥 경치만 찍을 거라고 했으니. 그렇게 돌아서서 떠나는 그 여행자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무에서 본 땀꼭
 항무에서 본 땀꼭
ⓒ 김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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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자는 자기만의 여행 방식이 있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그것을 좋다 나쁘다 말할 순 없다. 그리고 그런 자기만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여행자가 조금 안타까웠던 이유는 '입장료'라는 이유 때문에, 그것이 그다지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여행지에서 꼭 봐야 할 곳을 제대로 보지 않고 주변에서만 구경하고는 돌아서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동물원에 입장은 하지 않고 담장 주변으로 죽 둘러 본 후 '나 동물원 갔다 왔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여행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든 장소든 그리고 물건이든 겉에서,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 들어가서 보는 것은 정말 많이 다르다. 

안에서는 보고 감상하고 감탄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멋진 광경들을 밖에서는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트랑안도 항무아도 마찬가지다. 보트를 타지 않으면 트랑안 곳곳에 숨겨져 있는 비경(秘境)을 보며 감탄할 수가 없으며, 항무아에 오르지 않으면 땀꼭에서 노 젓는 배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 그 안에 들어가야 온전히 그 속살을 볼 수 있다.
 
항무에서 본 풍경
 항무에서 본 풍경
ⓒ 김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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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선량해 보이는 사람도 지내 보니 그 사람의 추악한 이면을 본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여행 방식이 옳다, 그르다 또는 맞다, 틀리다라고 그 누구도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어떤 곳에 가서 그 곳의 속살을 온전히 들여다 보려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더 좋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 본 글은 브런치에 함께 게재 됩니다.

태그:#여행, #닌빈,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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