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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보은경찰서장
 이경자 보은경찰서장
ⓒ 보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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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축제'는 보은을 대표하는 축제다. 매년 10월이 되면 보은읍 뱃들 공원에는 단풍잎보다 더 붉은 대추로 꽉 찬다.

지난해 열린 '대추 축제'때 대접을 받은 건 제철 맞은 대추만이 아니었다. 이경자 보은경찰서장(57)은 박수 세례를 받았다. 그는 대원들과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며 '소양강 처녀'를 맛깔나게 불러 젖혔다. 호응을 얻자 '무조건', '안동역에서' 노래가 이어졌다. 다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 서장은 지난 2017년 12월 말, 보은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경찰서장으로 첫 부임지였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기타를 배우기로 작심했다.  희망하는 직원들과 기타반을 만들었다.

"주민들과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노래를 직접 불러 드려야겠다. 생각하고 기타를 배우기로 했죠."

앞서 그는 노인정에서, 직원 퇴임식에서,  스스럼없이 '소양강 처녀'로 흥을 돋우며 주민들과 직원들 속으로 다가갔다.

교통사고 사망자 14명에서 1년 만에 1명으로

그가 지난 일 년간 내건 핵심 시책은  '3심(三心)운동' 이다. 3심이란 '관심, 조심, 안심'을 말한다.

"보은군민이 3만 4000여 명 정도인데요. 이중 1만여 명이 65세 이상 노인 분들이에요. 이들을 위한 맞춤형 치안이 뭘까 생각하다 '3심'을 제안했어요. 경찰은 주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주민들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조심'하고 그래서 '안심'하자는 취지였죠."

대원들은 3천여 명이 넘는 독거 노인들의 집을 주기적으로 방문했다. 차량과 농기계에는 실버마크와 야광스피커를 붙여 안전사고 방지에 나섰다. 교통지팡이와 안전모도 지급했다.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들이 노인정을 돌며 문안 인사와 홍보 활동을 반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14명이나 됐어요. 이전에도 비슷했죠. 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1명으로 줄었어요. '3심 운동'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서장은 보은경찰서장으로 첫 출근 날 '보은에 있는 동안 3만 4천 명의 보은군민들을 다 만나고 가겠다'는 다짐하고 일을 시작했단다. 지난 달 27일은 부임 1년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몇 명의 군민을 만났을까?

"적어도 1만여 명은 만나지 않았을까요? 면 단위 노인정은 거의 다 돌았거든요. 또 보은문화원을 거의 매일 다녔어요.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거든요."

150명 직원, 생일마다 직원 찾아가 케이크와 노래 선물

 
이경자 보은경찰서장이 동료 직원들과 함께 지난 해 10월 보은 대추축제 무대에 올라 '소양강 처녀'를 부르고 있다.
 이경자 보은경찰서장이 동료 직원들과 함께 지난 해 10월 보은 대추축제 무대에 올라 "소양강 처녀"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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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보은경찰서장이 보은군내에 있는 한 노인정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이경자 보은경찰서장이 보은군내에 있는 한 노인정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 보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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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민들이 건의를 하면 바로 현장 점검을 한 후 그 결과를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참 권위적이지 않은 친근한 서장이라는 평이 많더군요.
"주민만 바라보고 하는 일이 치안 행정인데 권위라는 단어 자체가 맞지 않아요. 더 이상 지휘관이 주민 앞에서 권위를 내세우면 안 된다고 봐요. 좀 더 깊숙이 주민 속으로 가야 제대로 들을 수 있어요."

이 서장이 부임한 후 눈에 띄게 달라진 것중 하나는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다. 최하위 권에 머물던 직무만족도가 지난 한 해 1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듣기 위해 1:1 직원 만나기를 실천한 결과다.

"직원들이 원하는 게 뭔지 여과 없이 들어야 현장 정책이 만들어지니까요. '20년 경찰생활동안 서장하고 얘기를 나는 게 처음'이라는 직원도 있더군요."

직원 쉼터, 여직원 휴게실 만들기, 식당 분위기와 메뉴 바꾸기 등은 모두 직원들의 바람을 들어 반영한 것이다.

"직원만족도는 물론 알아서 열심히 순찰 활동을 벌이는 직원들을 보며 '마음이 동했구나' 하죠. 능동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보고 주민들도 '보은이 밝아졌다'며 인정해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직원 생일 챙기기도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그는 생일을 맞은 직원을 찾아가 케이크와 함께 노래를 선물한다. 생일을 맞은 직원이 야간근무일 때는 밤에 찾아간다.

"처음엔 쑥스러워하던 직원들이 이제 저를 기다려요. 이런 데 쓰라고 직책수행비가 있는 것 아닐까요? 사실 전체 직원이 150명 정도로 적어서 가능한 일이죠. "

"지휘관이 되니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너무 행복"
 
이경자 보은경찰서장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해 4월, 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이경자 보은경찰서장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해 4월, 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보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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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몇 번씩 "섭섭하다"며 아쉬워했다. 빠르면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 중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보은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아쉬운 점을 꼽자면요?
"주민들이 가장 크게  불편을 호소하는 게 불법 주차로 읍내 교통 흐름이 막혀 있다는 점이에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찰서가 나서 군청,군의회, 상인들과 공동으로 공청회를 준비했는데 이걸 못하고 떠나게 됐네요. 후임 서장께서 잘 하시겠지만요"

-첫 지휘관으로 일한 일 년을 자평한다면요?
"지휘관이 되니까 직원들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기억에 남는 일은요?
"위안부 피해자 이옥순 할머니 댁에 찾아갔는데 가슴 아프게 살고 계신 거예요. 파출소 직원들과 핫라인을 만들어 집 청소는 물론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보살피도록 조치했어요."

그는 올해 경찰에 몸담은 지 33년째다. 경주 출생으로 서울시 치안본부 경찰국 외사, 경찰청 외사국 외사수사 인터폴, 경기청 부천 남부 소사서 정보보안과장, 서울청 경무부 경무계장, 제주지방청 청문감사담당관을 거쳤다. 외사업무를 하던 때에는 외사사범 검거 전국 1위로 경사로 특진했고, 여성 경찰 처음으로 부청문감사관, 미8군 출장소장, 서울청 경무계장직을 맡아 금녀의 벽을 허무는 기록을 남겼다.

-남은 경찰 생활 동안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 외에 다른 바람은 없어요."

-다른 분들께 보은을 소개한 다면요?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참 정이 많은 곳이죠. 특히 보은 문화원이 있어 좋아요.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소중한 곳이에요. 퇴직하면 보은으로 내려와 살 겁니다."

태그:#보은경찰서장, #이경자, #보은, #대추축제, #치안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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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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