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영화산업 뒷걸름질에 중요한 요소가 크리스마스 추석시즌 개봉 영화들

지난해 한국영화산업 뒷걸름질에 중요한 요소가 크리스마스 추석시즌 개봉 영화들 ⓒ CJ, NEW, 쇼박스

 
지난해 한국영화 부진에 영화산업 전반도 한 발짝 뒤로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관객 수는 2억 1638만 명으로 2017년 2억 1987만 명보다 349만명 감소했는데, 대작 한국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한 게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분석한 결과 한국영화는 크게 줄었고, 외국영화는 소폭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감소가 영화산업 규모를 줄여 놓은 것이다. 지난해 한국영화를 찾은 관객은 모두 1억1014만8738명이었다. 2017년 1억1390만7067명보다 375만명 감소한 것이다. 반면 외국영화는 2018년 1억623만6426명이 찾아 2017년 1억596만9160명 보다 26만 7천명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초 CGV 미디어포럼에서는 2018년 총 관객 수를 2억 1780만 명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는 이보다도 140만 명 정도 더 빠진 것으로 2018년 관객은 2017년 대비 98.5% 수준이었다.
 
원인은 추석과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힘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1012만5728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 한국영화 관객 수 1866만6435명의 54% 수준이었다. 사실상 반 토막이 난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전후의 흥행이 전년도의 80% 수준만 됐어도 전체 관객 수가 줄지 않았을 거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성수기 시즌의 뒷걸음질이 전체 산업에도 영향을 끼친 셈인데, 비수기 시즌 영화의 흥행이 성수기의 부진을 메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영화사들이 안일한 선택한 한 것에 대해 결과적으로 관객의 평가가 냉정했던 걸로 평가된다.
 
12월 크리스마스 전후로 개봉한 한국영화들은 모두 손익분기점 도달이 불가능한 상태다. <마약왕>이나 <스윙키즈>, < PMC : 더 벙커 > 등은 모두 400만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잡고 있는데, 하나같이 200만도 어려운 상황이다.
 
재미 느낄 한국영화 없어
 
 배우의 힘에 의존했던 <마약왕>과 <PMC: 더 벙커>

배우의 힘에 의존했던 <마약왕>과 ⓒ 소박스, CJ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 한국영화 참패에 대해 대략 몇 가지 요인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영화들이 관객들을 끌어 들일만큼 큰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영화 비평가들은 제작과정에서 객관적으로 작품을 바라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쳤던 문제를 지적한다. 최광희 평론가는 이를 "자신들의 영화가 가진 결점을 보지 못하는 집단적 착시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도 "영화를 만들면서 냉철하게 작품을 봐야하는데, 관객들을 너무 쉽게 본 측면이 있다"며 "관객들을 가볍게 생각하다가 자초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이나 연인들이 볼만한 한국영화가 마땅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에 너무 의지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마약왕>은 송강호의 열연이 돋보였으나 초반에 반짝 흥행 후 바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 PMC : 더 벙커 >는 하정우와 이선균이 활약했으나 역시 초반에 힘을 받은 후 바로 약해졌다. 소재나 줄거리보다는 배우로 승부한 것이 안 먹혔다는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적 힘보다는 배우의 힘만 기대했다"고 망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배급 시기 문제다. 1990년대부터 영화 배급에 관여해 지난 30년간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이하영 프로듀서는 <마약왕>이나 < PMC : 더 벙커 >가 소재나 내용 면에서 크리스마스 성수기에 개봉할 영화들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하영 프로듀서는 "외국영화들이 경쟁에서 센 것도 아닌데 한국영화가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약한 결과가 나온 것은 배급시기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개별영화로 보자면 <마약왕>은 가족 관객이 주로 많은 겨울시장보다는 19금 등급영화 관객이 12월보다 많이 찾는 2월 시장이 더 적합했다고 말했다. < PMC:더 벙커 >도 배우 힘 하나만 믿고 가는 영화 같은데, 차라리 관객이 쏟아져 나오는 12월 24일나 25일을 택했으면 이후 힘이 빠지더라도 초반 관객 몰이는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윙키즈>는 개봉전 유료시사를 통한 변칙개봉이 입소문도 못타고 오히려 손해를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 프로듀서는 "유료시사회 스코어가 눈에 띄게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며 "가게 오픈 전에 시식회를 했는데, 맛도 별로고, 거기다 며칠 전에 오픈한 가게보다 못한 경우"라고 비유했다.
 
100억 대작 잇단 실패는 영화적인 문제 
 
 비수기에 개봉한 중저예산 영화로 크게 흥행한 <완벽한 타인>

비수기에 개봉한 중저예산 영화로 크게 흥행한 <완벽한 타인> ⓒ 롯데컬처웍스

 
하지만 올해 성수기 시장 부진에 따른 한국영화산업의 전반적인 하락은 대체적으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도 한 해는 상승하고 한 해는 하락하는 행태가 5년간 되풀이 됐기 때문이다.
 
이하영 프로듀서는 예전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국영화가 부진한 사례가 있었다며 한국영화가 10년 주기로 예전에 흐름이 되풀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때와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관계자들은 제작비 100억대 영화 대부분이 손익분기점을 못 넘긴 상황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며 "기존에 흥행했던 비슷비슷한 영화를 답습해 만들다가 빚어진 결과로 색다른 소재와 새로운 시나리오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비 문제라기보다는 완성도와 소재 등 영화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안 통할 것으로 생각했던 판타지 영화로 대박을 낸 <신과 함께1, 2>나 중·저예산으로 성공한 <완벽한 타인> 등은 대표적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신과 함께> 제작자인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역시 <신과 함께>의 첫 개봉을 앞뒀을 당시 "성공 가능성이 약한 불모지 장르라고 해도, 어떤 영화든 재밌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강조했었다.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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