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 ⓒ 박진철

 
올해 여자배구 대표팀은 매우 힘든 국제대회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피할 수도 없다. 국민적 관심사인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결려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선수인 김연경(32세·192cm)도 지난해 말 입국 기자회견에서 "2019년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배구협회 등 배구계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매년 줄줄이 이어지는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하느라 비시즌 동안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살인적인 일정'이라는 표현조차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배구계와 배구팬 사이에서는 '국제배구연명(FIVB), 아시아배구연명(AVC) 등이 지나치게 많은 국제대회를 개최해 선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올해 국제대회 일정이다. 험난함과 중요도에서 가히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여자배구 대표팀은 5~6월에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 8월 초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8월 중순 아시아선수권, 9월 중순 월드컵, 10월 말 또는 2020년 1월에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 출전한다. 국제대회에 앞서 실시하는 대표팀 소집훈련 기간과 다음 시즌 터키 리그·V리그 개막 시기를 감안하면,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1년 내내 쉴 틈도 없이 강행군의 연속이다.

'5주간 살인 일정' VNL... '체력 관리-올림픽 예선 준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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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올해 첫 국제대회인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부터 혹사 그 자체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5월 21일부터 6월 20일까지 세르비아(1주차), 중국(2주차), 미국(3주차), 이탈리아(4주차), 한국(5주차)으로 매주 전 세계를 돌며 3일 연속 경기를 펼쳐야 한다. 다른 국가도 같은 조건이지만, 시차 적응과 체력적인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네이션스 리그는 8월 초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주전 선수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네이션스 리그 성적에 집착하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 예선전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연경은 터키 리그와 네이션스 리그 1주차(5.21~23) 일정이 겹칠 수도 있다. 올 시즌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은 5월 중순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018 세계선수권 일정으로 정규리그를 지난 시즌보다 16일 정도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2018~20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5월 18일에 열린다. 김연경 소속팀인 에자즈바쉬가 결승에 진출할 경우 네이션스 리그 1주차는 사실상 출전이 어렵게 된다.

무엇보다 김연경은 일정상 네이션스 리그를 대비한 대표팀 훈련 과정에 참여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터키 리그를 마치고 귀국한다고 해도 휴식, 대표팀 선수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네이션스 리그 3주차(6.4~6)까지도 출전이 어려울 수 있다.

대표팀의 네이션스 리그 운영도 지난해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준비하는 차원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터키 리그와 V리그에서 체력 소모가 많은 주전급 선수의 투입 시기와 총력을 펼칠 경기를 잘 선택해서 배치해야 한다. 또한 네이션스 리그 후보 엔트리 20여 명을 고루 기용해 체력 소진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표팀의 비주전 선수 또는 장신 유망주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적극 육성해야 한다.

실제로 다른 세계 강호들도 대부분 네이션스 리그를 그렇게 운영한다. 일부 핵심 주전 선수를 네이션스 리그 중반까지 출전시키지 않거나, 아예 후보 엔트리에서도 제외시켜 통째로 빼주는 경우도 있다.

네이션스 리그가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앞두고 열리는 국제대회이기 때문에 일부 경기에서는 핵심 주전을 모두 투입해 경기력과 팀 전력을 점검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5주차(6.18~20) 경기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은 유리한 포인트다.

아시아선수권·월드컵도 '주전 제외' 어려울듯

올해 여자배구 대표팀이 총력을 쏟아야 하는 대회는 자명하다.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8.2~4)과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전'(10.22~27 또는 2020년 1월)이다.

FIVB는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의 명칭을 '대륙간 올림픽 예선전'(Intercontinental Olympic Qualification Tournaments)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각 대륙별 올림픽 최종 예선전은 '대륙별 예선전'(Continental Olympic Qualification Tournaments)로 명명했다.

두 대회의 성격과 방식이 크게 다른 데도 명칭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대륙간 올림픽 예선전을 이전에 FIVB가 사용했던 대회 명칭 중 성격이 같은 '올림픽 세계예선전'으로 부르기로 한다.

올림픽 예선전도 험난하지만, 중간중간에 열리는 다른 국제대회도 주전 선수들에게 편하게 휴식을 줄 만큼 가벼운 대회가 아니란 점이 고민거리다.

아시아배구연맹은 주전 선수들을 제외시키지 못하도록 2019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8.17~25, 서울)에 '도쿄 올림픽 아시아예선전 출전권'을 부여하는 장치까지 마련했다. 이 대회에서 8위 안에 들어야만 도쿄 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 여자배구가 8위 안에 들 가능성은 높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보듯 아시아 중위권 팀들의 수준이 급성장한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대회가 서울(경기장은 미정)에서 열린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자배구 월드컵 대회(9.14~29, 일본)도 세계랭킹 점수가 최대 100점이 주어지는 A급 대회라는 점에서 주전 선수가 출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아시아선수권과 월드컵 대회도 성적과 올림픽 예선전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고차방정식이 된 셈이다.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총력... '아시아 예선전'이 더 위험

여자배구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단연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조기에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는 것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FIVB가 최근 발표한 도쿄 올림픽 예선전 규정과 세계랭킹에 변화가 없다면, F조에 러시아(5위)-한국(9위)-캐나다(18위)-멕시코(21)가 편성되기 때문이다. 4팀이 풀리그를 펼쳐 1위가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러시아가 한국보다 앞서지만, 총력을 쏟아붓는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러시아가 장신 군단이고 파워가 강하지만, 스피드 배구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승부를 걸어볼 만한 팀이다. 과거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한국 여자배구가 세계 강호를 무너뜨리고 본선 티켓을 따낸 경험도 적지 않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따지 못할 경우,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본선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우승을 못하면,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 

만약 중국까지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못 따고 아시아예선전에 밀려올 경우 더욱 험난해진다. 중국이 본선 티켓을 미리 따서 빠져 나간다고 해도, 한국과 태국이 아시아예선전에서 '끝장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태국 여자배구는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태국은 더 이상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보다 강한 팀들을 무너뜨린 적도 많다. 한국-태국의 최근 전적도 한국이 밀린다. 지난해 6월 네이션스 리그에서는 한국이 태국에게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그러나 8월 아시안게임에서 1-3으로, 9월 세계선수권에서도 2-3으로 연거푸 패했다.

태국에게 지면 도쿄 올림픽 출전조차 못한다는 사실은 한국 선수들에게도 커다란 압박감이다. 태국은 아시아예선전 대회를 유치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태국 홈에서 경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세계예선전에서 못 따면 아시아예선전에서 따면 된다'는 발상과 자세가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딸 경우와 아시아예선전까지 내려갈 경우, 대표팀 선수와 V리그 프로구단들에게 돌아가는 이득도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아시아예선전이 현재 잠정안에 따르면 10월 22~27일 또는 2020년 1월에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V리그 개막 시기 또는 한창 시즌 중에 대표팀 선수들이 빠져 나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갖추는 데도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선수와 프로구단 모두에게 피해가 크다.

그러나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딸 경우에는 만사형통이다. 아시아예선전에 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연경과 V리그 대표팀 선수들, 그리고 소속 프로구단들이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한 휴식과 여유가 생긴다.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딴 여자배구의 인기는 더 폭등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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