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행 선수

조수행 선수 ⓒ 두산 베어스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들이 군입대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이유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경력단절' 때문이다. 특히 운동 선수들에게는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선수생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방부에서 국군체육부대(상무)를 운영해 엘리트 선수들에게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다.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야구 선수들 역시 상무와 경찰 야구단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 참가하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기량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물론 경찰 야구단은 해체 위기에 놓였지만). 실제로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양의지(NC다이노스),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등은 군에서 전역하자마자 신인왕에 올랐고 민병헌, 전준우(이상 롯데 자이언츠)도 군복무 이후 본격적으로 기량을 꽃 피웠다.

상무는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1일에 입대할 17명의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심창민, 강한울(이상 삼성), 양석환(LG트윈스), 김재현(키움 히어로즈) 등 작년 시즌 1군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선수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그리고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두산 베어스의 백업 외야수 조수행도 최종 합격자 명단에 포함돼 앞으로 두 시즌 동안 상무 유니폼을 입고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야구변방' 강릉고가 배출한 대학야구 최고의 1번타자

한국은 적은 고교야구 인프라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학교들이 있지만 유독 강원도 지역에서는 야구로 유명한 고등학교를 찾기 힘들다. 강원도에는 1975년 강릉고에서 야구부가 가장 먼저 생겨났고  1981년에 원주고, 1998년에 설악고가 차례로 야구부를 창단했다. 2014년 춘천의 강원고등학교에 야구부가 생기면서 강원 지역의 고교 야구팀은 4개로 늘어났지만 이 중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학교는 아직 없다. 

인구가 적고 지리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보니 우수한 선수들이 몰리지 않았고 좋은 성적이 날 리도 없었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강원 지역 학교 출신 선수들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8월 24일에 개최된 2016년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는 달랐다. 강원 연고 지역 출신 선수들이 '무려' 6명(대졸4명, 고졸2명)이나 지명되는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특히 강원도에서 가장 긴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강릉고에서 무려 4명이나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고 그 중 2명은 2차 1라운드에 이름이 불렸다. 전체 5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외야수 조수행과 전체 10순위로 삼성의 선택을 받은 투수 김승현이었다. 두 선수는 초등학교(노암초)부터 대학교(건국대)까지 함께 운동했던 절친한 사이다(김승현이 고교 시절 1년 유급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조수행이 1년 후배).

건국대 시절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이름을 알린 김승현은 지명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곧바로 신고 선수로 전환됐다. 입단 첫 시즌 1군 성적은 2경기 2이닝 무실점에 불과했다. 김승현은 2017년에도 3패 평균자책점 5.77에 머물렀다가 작년 5월 드디어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반면에 조수행은 입단 첫 해부터 1군에 얼굴을 드러내며 야구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데 성공했다.

2016년 조수행이 입단했을 때 두산은 김현수(LG)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외야 한 자리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었다. 건국대 시절 4년 동안 90경기에서 92도루를 기록했던 대학야구 최고의 1번타자 조수행도 충분히 주전 경쟁에 뛰어들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두산에는 김재환과 박건우라는 신데렐라가 둘이나 등장하면서 조수행은 1군에서 66경기, 2군에서 38경기에 출전하며 프로의 높이를 실감했다.

조수행은 정수빈처럼 군대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까

두산은 2016 시즌이 끝나고 2015년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이 군에 입대했다. 조수행은 2017년 두산의 4번째 외야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 7년 차의 정진호가 역대 최단이닝 사이클링 히트를 포함해 97경기에서 타율 .283 5홈런31타점을 기록하며 '제4의 외야수'로 떠올랐다. 물론 조수행 역시 대수비와 대주자 요원으로서 팀 내에서 입지를 넓히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두산은 2017 시즌이 끝난 후 민병헌이 롯데로 이적했지만 외국인 선수 지미 파레디스가 합류하면서 김재환-박건우-파레디스로 이어지는 2018년 외야 라인업을 완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파레디스가 21경기에서 타율 .138 1홈런 4타점, 대체 선수 스캇 반슬라이크 역시 12경기에서 타율 .128 1홈런 4타점으로 무너지면서 두산의 외야 한 자리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김태형 감독은 정진호(39경기)와 김인태(25경기), 조수행(13경기)에게 번갈아 가며 우익수 자리를 맡겼다. 조수행의 경우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타력이 떨어지고 경기 후반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쓰임새가 많아 주전보다는 벤치로 나서는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조수행은 정수빈이 합류한 시즌 막판 보름을 제외하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했다. 6월24일 삼성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조수행의 작년 시즌이 더욱 빛났던 이유는 프로 데뷔 후 2개, 3개로 줄어 들었던 도루 숫자가 9개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조수행은 9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단 하나의 실패도 기록하지 않았다. 외야 세 포지션을 돌아다니면서 485.1이닝을 소화했음에도 실책은 하나에 불과했다. 백업 외야수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완벽한 활약을 펼친 조수행은 스타일이 비슷한 정수빈이 돌아온 시점에 맞춰 바통터치하듯 군에 입대한다.

2014년 3할 타율을 기록하고 2015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던 정수빈은 2016년 타율 .242로 부진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작년 9월 전역 후 팀에 합류한 정수빈은 26경기에서 타율 .367 2홈런 2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군대를 반전의 계기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두산은 상대적으로 1군에서 타격 기회가 부족했던 조수행이 상무에서 많은 경험을 쌓기를 기대한다. 조수행이 한 단계 성장해서 돌아올 때 두산의 외야는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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