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부산촬영소 건립 예정지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부산촬영소 건립 예정지 ⓒ 부산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부산에 건립 예정인 종합촬영소의 실내, 야외 이원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립 예정지인 부산 기장군과 영화계가 대립하고 있다. 한쪽은 소송이라도 제기해 책임을 묻겠다는 반면 다른 한쪽은 현명한 판단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기장군은 지난 9일 "부산종합촬영소가 당초 계획대로 기장군 장안읍 도예관광힐링촌부지내에 건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 기장군의 입장 표명은 영화진흥위원회가 국토교통부의 지방이전계획변경승인을 받아 부산종합촬영소 이원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파악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장군은 2016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시, 기장군이 실시협약을 체결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종합촬영소 사업은 매각된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대신해 기장군 장안읍 기룡리 도예관광힐링촌부지 내 24만9490㎡에 부산종합촬영소를 짓는 사업이다. 기장군이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고 문체부와 부산시에서는 행정적 재정적인 지원을 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대형스튜디오 3개동, 제작지원시설, 아트워크시설, 디지털후반작업시설 등을 2020년 12월 준공하기로 돼 있었다.
 
소유권 없는 땅에 대한 건물 짓는 건 무리
 
하지만 부산종합촬영소 사업에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어, 영화인들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장군이 소유한 부지에 영진위가 스튜디오 등 촬영소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소유권도 없는 땅에 건물만 짓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영구적인 계약이 아닌 5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갱신해야 하며, 만일의 임대계약이 연장이 안 될 경우는 임대 부지를 원상 복구 시킨 후 나와야 한다.
 
영화계는 멀쩡하게 잘 쓰고 있던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부산으로 강제 이전하는 것 자체도 못마땅한데, 소유권도 없는 땅에 건물만 짓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다. 영화인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일반인들도 자기 소유 아닌 땅에다 집 짓고 5년마다 임대계약하는 일을 안 하는데, 영진위에다 그걸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660억 들여 짓는 건물, 5년마다 재계약해서 쓰라고?)
 
영진위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부지 매입을 통한 소유권 확보도 검토했으나 관련 법률에 의거해 지자체가 소유한 땅을 매매할 수 없어 난관에 봉착했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 기장에는 야외 스튜디오를 짓고 부산지역의 김해공항과 인접한 다른 곳에 부지를 매입해 실내 스튜디오를 짓는 방안을 대안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60억 예산 중 대략 240억 정도면 소유권을 확보한 별도 부지매입과 실내 스튜디오 신축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부산 기장 부지에 대해서는 '부지 불안정'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강해서 답보 상태인데, 이대로 표류할 수 없으니 다른 대안이 없겠느냐는 발상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며 "이 역시도 관련 협약 당사자(기장군, 부산시, 문체부, 영진위)의 합의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강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 기장군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기장군 측은 실내스튜디오와 야외세트장이 포함된 종합촬영소가 건립이 되어야 하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이원화방안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영진위의 부산종합촬영소 이원화 방안 검토에 대해 16만 3천 기장군민과 함께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면서 "영진위는 더 이상 기장군민을 우롱하지 마라.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영화계 수긍할 방안 만들어줘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부산촬영소 예정지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부산촬영소 예정지 ⓒ 카카오 지도

 
이에 대해 영화계 인사들은 영진위 측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차라리 낫다는 입장이다. 일부 영화인들은 "기장군수가 소송 운운하며 영화인들을 협박하는 듯 인상을 주는 게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타내고 있다.
 
한국영화 원로인 정진우 감독은 "기장군수가 말을 심하게 하는 것 같다"며 "소유권도 없는 땅에 수백억 원을 들여서 지으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이야 괜찮다고 해도 나중에 수십 년 지나서 나가라고 하면 결국 후배들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면서 "부지를 따로 매입해 실내스튜디오를 분리해 짓겠다는 구상이 현명해 보이고, 영진위원장이 지혜롭게 처신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또한 "몇 년 전에 영진위 안내로 부산촬영소 부지를 다녀왔는데, 지금의 남양주촬영소보다 상당히 안 좋다"면서 "원자력발전소가 가까이 있는데다 사방이 다 뚫려 있어 기둥이 없는 실내 스튜디오의 경우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취약해 보이는 등 입지조건도 좋지 않게 봤다"고 평가했다.
 
영화제작자는 씨네락픽쳐스 권영락 대표는 "종합촬영소 문제는 영화계가 영진위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들이 지역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한국영화 발전을 고민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부산에 촬영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다면 부산시가 영화계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며 "소유권 없는 부지에 수백억을 들여 스튜디오를 짓는 것은 불안한 만큼 이런 문제를 해소해 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양주촬영소가 없어지는 상태에서 촬영소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동관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이사장도 "영진위 땅도 아닌데다가 건물만 지으라고 하는 것은 영화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일 아니나"며 "지혜로운 해결책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장치 요구
 
 남양주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

남양주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 ⓒ 영진위

 
일부에서는 "소유권 확보가 안 되거나 달리 해결방안이 없다면 영화계의 동의를 얻어 소송 문제가 생기더라도 계약을 파기하고 대체 부지를 물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원만한 정리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고 마냥 미뤄놓을 사안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결단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부지 소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영화계와 부산지역 시각에 차이가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소유권이 없어도 5년마다 자동으로 연장되는 임대계약에 문제 생길 일은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영화계는 영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됐던 남양주종합촬영소가 20년 정도 사용 후 사라지게 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은 문제가 안 생기겠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며 안전장치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영진위는 협악서를 체결한 부산 기장군과 영화계의 여론 사이에서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다각적으로 검토해보고 있는데, 협약서의 법적인 구속력은 약하게 보고 있다"며 "그렇더라도 기장군의 반발도 이해되는 만큼 원만한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이 문제를 마냥 미룰 수가 없다보니 해결을 위해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진위 종합촬영소 기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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