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한국도로공사 경기 모습 (2018.12.25)

IBK기업은행-한국도로공사 경기 모습 (2018.12.25) ⓒ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 몰라요.' 올 시즌 V리그 여자부는 예측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한 처사다.

지난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는 2018~2019시즌 V리그 IBK기업은행-한국도로공사 경기를 보기 위해 5108명의 만원 관중이 운집했다. 이날 경기는 여자배구 인기를 반영하듯 이례적으로 지상파에서 생중계했다.

경기 결과는 IBK기업은행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이었다. 경기 내용도 완벽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완벽한 경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감탄했다. 패장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조차 "김희진이 오늘처럼 경기를 펼치면 솔직히 막을 방법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모두가 IBK기업은행의 독주를 예상했다. 그러나 불과 12일 만인 1월 6일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에 0-3 완패를 당했다. 단순히 패한 게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보여준 완벽한 경기력과 너무도 딴판인 무기력한 패배였다. 구단 관계자는 물론 팬들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날 IBK기업은행을 격침시킨 흥국생명은 불과 4일 전 GS칼텍스에게 0-3으로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팀이었다. 때문에 모두가 IBK기업은행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편, 3연승으로 한껏 기세를 올렸던 GS칼텍스도 지난 12일 한국도로공사에 덜미를 잡혔다. 한국도로공사의 기사회생은 더 극적이다. 지난 2일 최하위 현대건설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플레이오프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경기에서 1~2위를 달리던 흥국생명, GS칼텍스를 연파하면서 다시 선두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여자배구 몰라요'... 모든 팀 '잘나가다 예상 밖 패배' 반복
 
 '꼴찌의 반란' 현대건설 선수들 (2019.1.13)

'꼴찌의 반란' 현대건설 선수들 (2019.1.13) ⓒ 한국배구연맹

 
14일 현재 V리그 여자부 순위는 1위 GS칼텍스(승점 38점·13승6패), 2위 흥국생명(38점·12승7패), 3위 IBK기업은행(35점·12승7패), 4위 한국도로공사(33점·12승8패) 순이다. 이어 5위 KGC인삼공사(16점·5승14패), 6위 현대건설(14점·4승16패)이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도 어느덧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권 순위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대혼전이다. 모든 팀이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퐁당퐁당' 경기를 하고 있어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완벽한 경기력으로 연승의 기세를 보이다가, 바로 다음 경기에서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특별한 부상 선수나 다른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경기력이 극과 극으로 널뛰기를 한다. 한 프로 구단 감독은 "지금의 순위권 혼돈 상황이 시즌 끝날 때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자부는 이제 4라운드도 단 2경기만 남아 있다. 오는 16일 벌어지는 IBK기업은행-GS칼텍스, KGC인삼공사-흥국생명 경기다. 두 경기 결과에 따라 1~3위가 또다시 뒤바뀔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났다. 최하위 현대건설이 급상승세를 타며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새 외국인 선수 마야(32세·187cm)가 터키 리그에서 활약하던 명성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국내 선수까지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최근 3연승을 내달렸다. 특히 선두권인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을 연달아 꺾으면서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증명해 보였다. '꼴찌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현대건설,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 인삼공사도 '알레나 복귀'

최근 9연패 중인 KGC인삼공사도 반등의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해 11월 29일 발목 부상 이후 장기간 결장했던 외국인 선수 알레나가 드디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오는 16일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선발 출전할 예정이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14일 기자에게 "알레나가 흥국생명전에 선발 출전하도록 맞춰서 훈련하고 있다"며 "아직 경기 감각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내주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KGC인삼공사는 알레나 부상 이후 신인 선수인 센터 박은진(21세·187cm), 라이트 겸 레프트 이예솔(20세·177cm)이 주전으로 나서 맹활약했다. 때문에 흥국생명 센터 이주아(20세·185cm), 현대건설 센터 정지윤(19세·180cm)과 함께 신인왕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KGC인삼공사는 박은진, 이예솔의 활약과 기존 선수들의 수비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비록 연패 중이지만, 최근 경기 내용은 매 세트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다. 알레나가 복귀해 중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주는 역할만 제대로 수행해준다면, KGC인삼공사도 언제든지 선두권 팀에 일격을 가할 수 있다.

감독과 선수,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후반기에도 알 수 없는 승부가 계속되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러나 지켜보는 배구팬들은 흥미롭기만 하다. 여자배구 경기장에 구름 관중이 몰려들고, TV 시청자들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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