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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4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이후 대한항공은 바뀌었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최근까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물컵 갑질'을 자행했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각종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경비원에 대한 폭력,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등의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각종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여전히 대한항공 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대한항공만의 일은 아닙니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각종 전횡을 일삼아 기업가치 훼손까지 초래하는 것은 한국 재벌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현실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대한항공 경영권을 행사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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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으로 시작된 갑질의 서막... 더는 미룰 수 없다(김남근 변호사)
황제경영에 사익편취까지... 빗장에, 빗장 걸어야(박상인 교수)
"땅콩회항 4년, 고통은 지속..." 박창진과 동료의 호소(전·현직 대한항공 노동자들①)
대한항공에 무시 당한 국민연금, 대응 강도 높여라(류영재 대표)
온갖 갑질과 불법에... 더이상 입을 다물 수 없습니다(전·현직 대한항공 노동자들②)
대한항공, 뉴욕 비행기가 멈춰선 순간에 머물러 있다(이지우 간사)
 
2018년 9월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배임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량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년 9월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배임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량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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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근로자는 근무 기간 1년당 1개월 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근무 기간 1년당 6개월 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는 사나이가 있다.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이다. 2015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개정해서 회장에 대해서는 그렇게 특칙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에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급여는 약 20억 원이다. 조양호 회장이 1980년부터 대한항공 임원으로 39년간 재직했기 때문에, 만일 이번 3월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이 퇴임할 시 예상 퇴직금은 약 780억 원이다.

'투잡'도 모자라 '에잇(8)잡' 뛰는 조 회장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이외에 다른 계열사로부터도 급여를 받는다. 직장에서 소위 '투잡(Two Job)' 뛰기 쉽지 않은데, 조양호 회장은 투잡이 아닌 무려 '에잇(8)잡'을 뛴다. 고정 프로 횟수로 보면 가히 재계의 김구라, 유재석이라 할 만하다.

경제개혁연대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외부에 보수가 공개된 회사만 따지더라도,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 한진, 한국공항 등 계열사 4곳으로부터 58억여 원의 보수를 받았다(보수가 공개되지 않은 진에어 등은 미포함). 그래서 가장 많은 겸직을 하면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재벌 총수로 뽑혔다.

희한한 것은 대부분 '상근'이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모두 상근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진에어도 상근 사내이사로, 한국공항에서는 상근 미등기임원으로 근무한다(나머지 회사는 상근 여부 미공개).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시설장은 1곳에서의 상근만 가능한데, 조양호 회장은 순간이동 능력이라도 있는 것인지 5곳 이상에서 '상근'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부지런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법인의 인하대병원 앞에 약국까지 차렸다. 대형병원 앞 약국은 금싸라기로 불릴 정도로 손님이 많은데, 바쁜 와중에 무자격으로 약국까지 열어 1500억여 원의 이익을 얻은 혐의로 최근 기소되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자신과 장녀 조현아의 변호사 비용 17억 원을 대한항공이 대납하도록 했다가 최근 횡령죄로 기소되었다. 대한항공이 항공기 장비, 기내 면세품을 구매할 때는 중간에서 불필요한 중개업체를 끼워 넣어 196억 원을 받은 혐의로 배임죄로 기소되었다. 대한항공은 결국 2018년 10월 조양호 회장이 214억 원의 횡령, 배임으로 기소된 사실을 공시했다.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지배구조 바꿔 9.63% → 17.83%
 
2018년 5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주최로 열린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STOP 3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직원과 시민들이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까지 행진하고 있다.
 2018년 5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주최로 열린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STOP 3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직원과 시민들이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까지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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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정도는 별 것 아니다. 2013년 대한항공을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 하면서 조양호 회장은 자기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게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어 대한항공 지분 9.63%를 한진칼 지분 17.83%로 변모시켰다.

조양호 회장의 자식 사랑은 또 어떤가? 삼성가 못지않게 인지도를 높인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는 입사한 지 4~8년 만에 초고속으로 임원 승진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조양호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시계를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2014년으로 돌려보자. 대한항공의 당시 사내이사는 6명이었다. 조양호, 딸 조현아(대한항공 전 부사장), 아들 조원태(대한항공 사장), 매형 이태희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전 대표). 이렇게 4명의 가족 모임에 조양호 회장 일가의 측근 지창훈·이상균이 있었다.

원래 2013년에는 위 4명의 가족 이외에 또 다른 측근인 지창훈·서용원이 사내이사였다. 서용원은 조양호 회장의 상속세 포탈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뇌물공여 행위를 벌이다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한 심복인데, ㈜한진 대표로 승진 ·전출되면서 사내이사가 이상균으로 교체되었다.

현재는 어떤가. 여전히 아버지와 아들 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이 공동대표이고, 사외이사 5명 가운데 2명은 매형 이태희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광장 소속이다. 광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태 때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순전히 자기들끼리 해먹는 이사회 구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비행기도 돌리고 컵도 던지는 것이다. 이게 재계 10위를 넘나드는 기업의 수준인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연임 반대 의결권

이런 회사에 국민연금이 막대한 국민의 노후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을 가만히 보고 있었을까. 아니다. 연금은 2016년 대한항공 주주총회, 2017년 한진칼과 한진 주주총회, 2018년 진에어 주주총회에서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조양호 회장의 이사선임에 연속 반대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양호 회장 연임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2018년에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발송했다는데, 바뀐 것이 없는 것을 보면 유야무야된 것으로 보인다. 말이 좋아 2대 주주지, 속된 말로 대한항공에 까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국민연금공단이 점잖게 앉아서 조양호 회장 연임에 대한 반대 표결만 해서는 대한항공이 절대 바뀌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마침 지난 16일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관련 안건이 상정 및 논의되었다고 한다.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행보를 지켜보자. 그리고 함께 고민하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상훈 변호사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센터장입니다. 이 기사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블로그와 네이버 포스트에도 실립니다.


태그:#대한항공,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재벌갑질, #땅콩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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