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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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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혹 보도에 일부 기자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BS의 초기 보도가 부실했고 허점이 많았으며 이를 만회하려다가 무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도 초기부터 SNS로 우려를 제기한 일부 방송매체 기자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듯 가까운 사람들과만 의견을 공유했으나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게시물을 공개하고 있다.

언론학박사 배미경씨가 '손혜원 사건 보도와 뉴스가치의 충돌'이란 글에서 "목포에서는 이번 사안을 'SBS보도 사태'라고 규정한다"라고 한 것처럼 '손혜원 투기 의혹'이라 부르기보다 'SBS 보도사태'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한 공중파 방송기자는 "기자로 30년 밥을 먹고 살았다"라면서 "지금처럼 기자라는 내 직업에 환멸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취재윤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기자들의 수준이 드러나고, 언론의 구태스런 보도행태에 국민이 언론 보도의 이면을 보는 비판적 눈을 갖게 되고, 제보든 자료든 주장이든 출처 불명의 기사는 대부분 가짜뉴스라는 현실도 알게 되고, 스마트시대의 SNS 무림에는 숨은 고수들이 즐비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기자인 나는 왜 이리 얼굴이 화끈거리는지"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SBS 보도, 점점 구질구질해지고 변명처럼 돼"
 
손혜원 의원이 매입 후 건물값이 4배 뛰었다고 보도한 SBS뉴스
 손혜원 의원이 매입 후 건물값이 4배 뛰었다고 보도한 SBS뉴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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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오도독' 코너에서 언론 기사를 분석하는 KBS 최경영 기자는 지난 19일 SBS의 보도가 1주일째 이어지는 데 대해 "과유불급"이라고 평가했다. "SBS 하루 메인뉴스 보도량보다 많고, 정말 이 정도의 보도량을 해야 할 만큼 손 의원이 그 정도의 죽을 죄를 지었을까요?"라며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KBS 이광열 기자도 지난 18일 SNS에 "처음부터 대중들이 공분한 것은, 지금까지 미디어를 통해 반복돼 온 프레임에 보도 대상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데, 구체성이나 데이터, 과학적 검증, 크로스체크 뭐 이런 것보다 불투명한 익명 정보, 그럼직한 인상 또는 뉘앙스, 심지어 감성팔이까지 동원해 사안을 몰고가고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아는 탐사보도는 너무 정교해서 비판 당사자가 찍소리 못하게 하는 것인데, 이번 보도는 뭔가 점점 구질구질해지고 변명처럼 되고 본질적이지 않은 것을 건드리는 식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또 "근거도 없이 부동산 가격 4배 인상을 강조했다"라며 "기껏해야 한 두어 삽 정도 팔 만한 일을 지구 반대 편까지 뚫을 기세로 파고 있는 모양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자신들의 보도에 손혜원이 곱게 수긍하지 않고 강하게 반발하자 굴복시키려고 물량 공세를 펴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이게 과연 이럴 만한 일인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보도는 심지어 팩트를 모두 투명하게 보여주지도 않았다"라며 "일부 팩트를 가린 것은 악의적이거나 최소한 취재보도 윤리에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모처럼 긴장감 갖게 된 부러운 탐사 브랜드였는데 시청률은 얻었을지 몰라도 신뢰도에는 큰 상처를 입은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서울에 나오지 않는 목포MBC 보도
 
손혜원 의원이 의혹제기 배후의 하나로 꼽은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지구내 부지를 구입했다고 목포MBC가 23일 보도했다.
 손혜원 의원이 의혹제기 배후의 하나로 꼽은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지구내 부지를 구입했다고 목포MBC가 23일 보도했다.
ⓒ 목포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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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목포MBC가 SBS에 대비되는 보도로 부각되고 있다. 목포MBC는 손혜원 의원이 목포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23일 다음과 같은 보도를 내놨다.
 
"손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 제기와 관련해 배후의 하나로 서산온금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나선 대형건설사를 꼽았는데, 취재결과 이 건설사가 실제로 목포 원도심의 서산온금 재개발지구 바로 옆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매입 시점도, 매입 지역도 이상합니다."
 
같은 날 SBS 뉴스가 "손 의원은 자신에 대한 보도가 근처 아파트 재개발 사업 차질과 관련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배후설을 다시 꺼냈다"면서 "하지만 SBS 보도는 아파트 건설이나 이 지역 재개발조합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힌 것과 대비됐다.

손혜원 의원 "'이익충돌' 아닌 '손해충돌'"

이익충돌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목포 구시가지에 여러 채의 집을 사 모은 국회의원이 근대 건축물 보존과 역사 문화 지구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는 걸 '사익추구 행위'로 의심할 수는 있지만, 이런 기준이라면 골동품 가진 국회의원은 전통문화 보존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종부세 대상 주택을 가진 국회의원은 종부세를 비판하거나, 기업체 주식 가진 국회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서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 언론인은 "우리나라 언론(기자)은 공직자 윤리에 매우 엄격한데, 기사를 미끼로 혹은 무기로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언론(기자)은 없나?"라며 언론의 이익충돌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SBS 첫 보도가 있었던 다음 날, 확인될 수 없는 논점(투기냐 아니냐?)으로 정치적 논쟁을 하다가, 결국 진짜 핵심 논점(이익충돌)을 잃어버리게 될까 우려했는데, 이번 건도 일단 그렇게 전개되는 듯 하다"라며 SBS가 3일째 보도에서 "이익충돌 문제"로 논점을 전환했지만, 이미 처음에 프레임을 그렇게 잡고 갔으니 사후약방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의원 측은 투기가 아니라고 발끈하며 이익충돌의 문제를 되돌아볼 기회를 놓쳤고 SBS는 일부에서 사주 이익에 따라 악의적 보도를 했다고 비판하니까, 그건 아니라고 항변하며 '보도가 적절했는지' 되돌아볼 기회를 잃고 있다"라면서 "다른 언론까지 가세하며 변죽만 울리며 소모적인 이전투구가 여러가지로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익충돌'이라는 지적에 대해 손혜원 의원은 24일 "나전유물 구입, 작가 발굴, 작품 지원, 공방 지원, 유통점 개설, 해외전시 지원 등으로 13년을 보내며 통장은 바닥나고 목포를 한국 나전의 중심으로 만들려 했는데 이익충돌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 경우는 '이해충돌' 아닙니다. '손해충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손혜원, #SBS, #목포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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