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 SKY캐슬 > 제작사의 내부 관계자가 엔딩곡이자 대표곡으로 알려진 'We all lie(위 올 라이)'가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JTBC의 자회사인 드라마하우스 소속의 한 관계자 A씨는 2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We all lie'가 해외 가수 Bea Miller의 곡 'To the grave'를 표절했으며, 내부에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드라마하우스는 영화 <완벽한 타인>부터 JTBC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만든 제작사다.
 
그간 시청자들 사이에서 'We all lie'와 'To the grave'의 유사성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 SKY캐슬 >의 음악감독 K씨는 "불필요한 억측이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표절 논란을 일축해온 바 있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의 OST 'We all lie'의 앨범 재킷 사진. 노래는 가수 하진이 불렀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의 OST 'We all lie'의 앨범 재킷 사진. 노래는 가수 하진이 불렀다. ⓒ JTBC

 
이 관계자는 "한 달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제기된 'We all lie'의 표절 논란을 접하고 제작사 대표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원곡의 저작권자를 찾아서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대표는 '아닌 걸로 덮고 조용히 넘어가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이번 폭로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노력하는 다른 작곡가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쪽 업계에서 여러 해 동안 종사한 사람으로서 이 업계의 나쁜 병폐를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We all lie'는 현재 대부분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이 곡을 부른 가수 역시 큰 관심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다음은 드라마 하우스 소속 관계자 A씨와의 일문일답.

"'We all lie' 표절 맞다, 대중은 바보 아니다"

- < SKY캐슬 >의 OST 'We all lie'가 표절곡이라고 주장했다. 증거가 있나?
"음악감독 K씨가 'We all lie'가 나오기 전에 드라마하우스 쪽에 'To the grave'라는 곡의 유튜브 링크를 보여줬다. 이 노래를 참조해서 (비슷하게) 편곡을 해달라는 거였다. 저희 쪽 편곡자가 이 제안을 거부했다."

- 그때가 언제였나?
"드라마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음악감독이 이 곡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고 편곡을 부탁한 카톡이 남아있다. 그런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레퍼런스(참조)로 한 게 아니라고 말하더라."
 
 JTBC 관계자는 음악감독이 < SKY캐슬 >이 시작하기 이전부터 Bea Miller의 'To the grave'라는 곡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카톡은 지난해 11월 22일 음악감독 K씨가 JTBC의 자회사 드라마하우스 쪽에 곡 'To the grave'의 유튜브 링크를 보내며 이 곡을 바탕으로 편곡을 해달라고 요청한 내용이다.

JTBC 관계자는 음악감독이 < SKY캐슬 >이 시작하기 이전부터 Bea Miller의 'To the grave'라는 곡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카톡은 지난해 11월 22일 음악감독 K씨가 JTBC의 자회사 드라마하우스 쪽에 곡 'To the grave'의 유튜브 링크를 보내며 이 곡을 바탕으로 편곡을 해달라고 요청한 내용이다. ⓒ JTBC

 
- 레퍼런스로 곡을 만드는 경우가 드문가?  
"잘못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런 노래의 느낌이나 분위기로 가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말 그대로 레퍼런스로 삼는 건 문제가 안 된다. 이 경우는 레퍼런스 차원을 넘어섰다. 그 선을 넘으면 넘으면 카피(표절)가 되는 것이다."

- 드라마는 11월 말에 처음 방송됐다. 방송되고 나서 곡이 유사하다는 걸 바로 알았을 텐데.
"그냥 레퍼런스만 한 거면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분위기로 이렇게 갈 수도 있는 거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음악감독 K씨는 대중들이 표절로 알아 보고 문제삼는데도 '표절이 아니'라고 말했다. 태도가 너무 당당했는데, 대중들은 바보가 아니다."

- 'We all lie'가 드라마 속에 삽입된 과정이 어떻게 되나.
"보통 방송하기 전에 음원을 공유하는데, 이번에 K 음악감독은 사전 공유도 하지 않고 방송에 음악을 삽입했다. 첫 방송을 하고 나서 'We all lie'라는 곡이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다."
 
- 언제 처음 이 곡이 표절이라고 의심했나.
"한 달 전 쯤 인터넷 갤러리에서 처음 표절이 이슈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드라마하우스 대표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원곡의 저작권자를 찾아서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대표는 드라마 시청률도 잘 나오고 분위기도 좋으니 아닌 걸로 덮고 조용히 넘어가라고 지시했다."

- 제작사 내부 사람이다. 이번 일을 알리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힘들게 일하는 창작자들 많다. 그런데 이 일은 남의 곡을 도둑질해서 순수하게 창작하는 사람들의 창작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것이다. 주변 창작자들로부터 'We all lie'와 관련해 '이런 식으로 하면 나도 10곡, 20곡 빨리 만들 수 있다'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 곡이 유사해보여도 법적으로 표절이 아닌 경우들이 많이 있다.
"기술적인 부분으로 얼마든지 법적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다. 법적인 문제로부터 조금 비껴가게 곡을 만드는 편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표절 문제는 곧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이 표절이다, 아니다를 정하기 이전에 그 노래를 베꼈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 조용히 넘어가야 하나." 

- 'We all lie'의 작곡가는 K음악감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돼있다.
"K 음악감독이 소속된 프로시마뮤직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작곡가의 이름으로 돼있다. 'We all lie'의 저작권은 프로시마뮤직엔터테인먼트에서 관리한다. 그 수익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프로시마뮤직엔터테인먼트만 아는 것이다."

- 원하는 게 있나?
"주변 사람들이 < SKY캐슬 > 잘 돼서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축하를 받는다고 말할 때마다 혼자 되게 괴로웠다. 창작의 고통을 갖고 노력하는 다른 작곡가들에게 미안했다. 여러 해 동안 이쪽 일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썩은 업계의 병폐를 알려야할 것 같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이슈가 됐으면 좋겠다. 나 혼자 떠드는 우스운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 하지만 부끄럽지않고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 나도 내 자리를 걸었다.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한편으론 회사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곡 자체가 음악감독에게 돈을 지급하고 받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워너뮤직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We all lie' 영상.

워너뮤직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We all lie' 영상. ⓒ 워너뮤직코리아 유튜브

 
"추가로 대응할 부분 없다"

A씨의 폭로에 음악감독 K씨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법적으로 화성과 멜로디가 8마디 이상이 동일해야 표절이라고 하는데 한두 마디만 비슷하고 전체적인 코드가 전혀 다르다"라며 "악보만 봐도 표절이 아니라는 게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일축했다.

음악감독 K씨는 이어 "나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레퍼런스(참조)라고 볼 수도 없다"라며 "'We all lie'는 (내가) 항상 쓰던 코드를 갖고 만든 곡이고 < SKY캐슬 > 스토리에서 건져 올린 음악이다"라고 답했다.

또 음악감독 K씨는 관계자 A씨와 주고 받은 카톡 내용 속 유튜브 링크에 대해서는 "작곡가에게 카톡 링크를 받아서 전달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 음악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며 "'We all lie'가 얼마나 팔리든 내가 얻는 금전적인 이득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꾸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속상하다, 듣는 사람들이 이미 정해두고 듣기 시작하면 다르다고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드라마하우스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A씨에게) 덮고 가자고 이야기한 적 없다, 이게 내가 덮고 넘어가자고 말한다고 덮이는 문제인가"라며 "음악감독이 이미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 했고 (회사 차원에서) 달라진 (입장 같은)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SKY캐슬 표절 위올라이 WE_ALL_LIE TO_THE_G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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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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