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9일 100여 명의 청소년 및 청년들이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선거연령 하향을 유일하게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한국당 국회의원 하나하나를 향한 발언도 이어졌다.

자신을 '만 17세 청소년'이라고 밝힌 이다슬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학제개편을 전제로 내세우며 선거연령 하향을 조건부 찬성한다는 한국당의 입장은 사실상 반대나 다름없다"라며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달라고 나경원 원내대표에 촉구했다.
 
선거권 및 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청소년과 청년들
 선거권 및 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청소년과 청년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련사진보기

  
경남에서 온 청소년 권리모씨는 전희경 한국당 의원이 경남 학생인권조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희경 의원이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쉽게 반대할 수 있는 까닭은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참정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청소년들이 겪는 삶의 문제와 참정권이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만 18세 이은선씨는 "선거연령 하향을 위해 지난해 43일간 거리 농성을 했지만 한국당의 반대로 그 희망이 좌절됐다"라며 당시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었던 김재경 의원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나경원 원내대표에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청소년
 나경원 원내대표에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청소년
ⓒ 최승훈

관련사진보기

  
피선거권이 없는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손솔씨는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6세에 달하는 현실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국회 담장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자유한국당 최연소 의원인 신보라 의원이 선거권 및 피선거권 연령 하향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23세 채성준씨는 지난해 한국당 혁신위에서 발표한 혁신안에 선거연령 하향 제안이 포함돼 있었으므로, 당시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이 소신껏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총선에서 18세 청소년과 함께 투표하고 싶다"라는 바람도 전했다.

이들은 '한국당 의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정당에 정치적 미래는 없다"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국회 담장을 에워싸고 "선거연령 하향하라" "청년정치 확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선거권 및 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청소년과 청년들
 선거권 및 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청소년과 청년들
ⓒ 최승훈

관련사진보기

  
이날 기자회견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선거개혁청년·청소년행동이 주최했다.

현재 선거연령 하향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 2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편 정개특위 자문위원회는 지난 9일 선거연령 하향 내용을 포함한 공식 의견서를 국회의장에 제출했다. 지난 15일에는 "적어도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학계 및 법조계 공동성명이 최장집, 김세균, 이나영, 홍성수 교수 등의 참여로 발표되기도 했다. 

아래는 29일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청소년·청년들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님들께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청소년‧청년들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님들께 보내는 편지

안녕하신가요? 오늘 저희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안녕하지 못한 채로 국회 앞에 섰습니다. 

학교에서, 우리는 참정권이 모든 국민들의 권리라 배웠습니다. 광장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쳤습니다. 오늘 국회 앞에서, 우리는 빼앗긴 청소년‧청년들의 몫을 요구합니다.

만 18세 선거권을 요구한지 벌써 스무 해가 흘렀습니다. 아직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은 영원히 하지 않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요? 당신들이 섬기겠다는 국민 중에 청소년은 포함되는지요. 청소년 국민에게 정치를 심판할 권리를 주려 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우리가 청소년을 위한 정치를 하리라 어떻게 믿겠습니까? 청소년도 국민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우리의 오늘과 내일의 운명을, 타인의 손에 맡겨만 둘 수는 없습니다.

고등학생은 투표해선 안 된다며, 졸업연령을 1년 당기는 학제개편이 전제되어야 선거연령 하향에 동의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이 이야기하는  학제개편이야말로 선거연령 하향보다 더욱 어렵다며 목소리를 모읍니다. 학제개편을 전제로 달면,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지 않는 척 눈속임하실 수 있을 거라 계산하셨는지요?

우리는 자유한국당에 요구하고 또 요구해왔습니다. 청소년‧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참정권을 돌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에 동의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자유한국당만이 2020년 총선에서 만 18세 청소년이 투표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먼저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에 우리 청소년‧청년들은 실망하고 또 분노합니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계속해서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여 2020년 총선에 만 18세 청소년들의 투표가 무산된다면, 지금 국회의원직을 맡고 있는 의원님들은 그에 마땅한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정당에 정치적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반대를 중단하십시오. 학제개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전제를 포기하십시오. 지금당장, 조건 없는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하십시오.

그것이 자유한국당이 살 길이기도 합니다. 

2019년 1월 29일
국회 앞에 모인 청소년‧청년 일동

태그:#청소년, #선거권, #선거연령, #18세, #참정권
댓글2

촛불광장의 동료였던 청소년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모인연대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