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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다가다 보면 정치 변화를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거나 피켓을 든 사람들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만날 수 있다.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떠날 수 없게 하는 답답한 국회 상황 때문일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전국 연대체인 '정치개혁공동행동'도 지난 1월 28일부터 국회 한 켠을 차지하고 72시간 비상행동에 들어갔다. 72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고 발언을 이어가며 밤을 지새웠다.
 
1월 30일 낮 12시께 ‘선거제도 개혁 72시간 비상행동’ 현장 모습.
 1월 30일 낮 12시께 ‘선거제도 개혁 72시간 비상행동’ 현장 모습.
ⓒ 정치개혁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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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공동행동은 주요하게 세 가지 방면의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민심 그대로 국회 의석수를 배분할 것. 둘째, 선거연령을 하향하여 청소년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 셋째,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강화할 것.

2017년부터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기자회견도 하고, 토론회도 하고, 집회도 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벌여왔다. 하지만 급기야 72시간동안 노숙농성까지 하게 된 이유가 있다.

지난해 12월 5당 원내대표들이 '선거제 개혁 법안을 1월 내로 합의처리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1월 내로 합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1월 말이 다 돼 가도록 아무것도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자유한국당은 국회 일정 보이콧까지 들어간 상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이 왜 돼야 하는지는 이미 너무나 많은 분들이 설명을 잘 해놨다. 유권자가 투표한 그대로가 국회 의석수에 반영돼야 하는데, 현재 선거제도는 거대한 당이 실제 득표한 것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게끔 설계돼 있다. 소수자를 대변하는 소수정당들이 받아 마땅한 의석수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말은 어렵지만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받는 것'이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 청년인 나는 왜 이렇게 선거제도 개혁을 갈망하게 되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선거제도의 문제를 마치 국회의원들만의, 또는 정당들만의 밥그릇 싸움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 문제를 국회의원들만의 문제로 여기며 무관심할수록,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이 이익보는 대로만 행동하게 된다. 나는 20대 청년으로서, 왜 청년 세대에게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한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왜 청년에게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한가, 세 가지 이유

첫째, 청년 세대에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리하다. 현행 지역구 중심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는 청년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기 어렵다. 청년들은 지역 내에서 소수자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에서, 소수자 주민들의 의견은 많이 반영되기 어렵다.

또한 청년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책은 주거문제, 교육문제, 여성문제, 노동문제 등 전방위적인 의제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구 중심의 선거에선 이러한 문제들이 주요하게 다뤄지기 힘들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2030 세대의 지역 이동률은 평균에 비해 1.3~1.85배 높은 편인데,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이동이 잦은 청년 유권자들을 매력적인 유권자로 보지 않는 문제도 있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정당득표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면, 지역에서는 소수자지만 전국으로 치면 무시 못 할 규모인 청년 유권자들의 표가 의석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아진다.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 대리인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젊은 세대가 정치적으로 과소대표되는 현상을 줄이려면 선거연령이 하향돼야 한다. OECD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만 19세로 가장 높은 선거연령을 두고 있다. 만 19세 미만은 선거 참여뿐 아니라 정당 활동과 선거운동까지 금지당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규제를 받고 있다. 환경 문제와 같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의제는 젊은 세대에게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당장 생기지 않을 문제라도 미래에 생기는 문제라면 더 오래 살 세대에게 영향을 더 미치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 뿐 아니라, 교육·주거·노동 등 청소년과 청년들이 기성세대와는 조금 다른 현실에 처하는 문제들이 있다.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한 살이라도 하향된다면, 최저임금 문제나 대학 등록금 문제, 현장실습생 및 인턴 노동 문제, 입시경쟁과 서열화 문제, 불법촬영과 사이버성폭력 등 청년·청소년 여성들이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에 정치권이 지금보다는 더욱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결국 표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청년단체와 청소년단체 및 각 정당 청년단위가 모여 결성한 '선거개혁청년청소년행동'에서는 "정작 청년들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질 때는 청년 배제가 다반사"인 정치를 바꾸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청년 10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선거연령 하향을 유일하게 반대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도 합의하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면담 요청도 했다. 응답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난 1월 29일(화) 낮 1시 30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선거개혁청년청소년행동이 주최한 국회 앞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 소환 기자회견’ 당시 모습.
 지난 1월 29일(화) 낮 1시 30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선거개혁청년청소년행동이 주최한 국회 앞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 소환 기자회견’ 당시 모습.
ⓒ 최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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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을 끝으로, 1월 중 선거제도 개혁 합의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 외쳤던 72시간 비상행동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정치개혁이 완수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행보는 멈추지 않는다.

시민들이 요구하지 않으면 정치가 변하지 않는 현실, 전국에 계신 청년과 청소년 여러분도 2020년 총선이 정의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현우씨는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가, 쥬리씨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태그:#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연령하향, #자유한국당,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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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의회 구성의 변화를 가져오자!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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