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의 조현탁 감독이 31일 오후 서울 공덕역 인근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의 조현탁 감독이 31일 오후 서울 공덕역 인근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JTBC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이라는 역사를 쓴 JTBC 금토드라마 < SKY캐슬 >이 2월 1일, 최종회(20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청률 1.7%로 시작한 < SKY캐슬 >은 마지막회를 한 회 남겨두고 수도권 시청률 24.6%를 경신했다.

31일 이날 공덕역 인근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 SKY캐슬 > 조현탁 감독의 기자간담회 자리는 드라마의 인기를 증명하듯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예정됐던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취재진은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이슈가 됐던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조현탁 감독은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대본의 힘이 컸던 것 같다"며 극본을 쓴 유현미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다음은 조현탁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엔딩에 대해서 배우들도 궁금해했다"
 
 < SKY캐슬 > 스틸 사진

<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왜 이 드라마가 성공하고 사랑받았는지 스스로 분석해주신다면?
"뻔한 답변이겠지만 사회적 이슈와 드라마의 스토리가 맞았다고 본다. 공부를 잘 하는 자녀든 그렇지 않든 부모라면 누구나 고충을 갖고 있다. 이를 누군가와 입 밖으로 꺼내서 나누기 힘들다. 그런 부분을 건드리기 시작하니 봐주신 것 같다."

- 처음에는 1.7%로 시작했다. 어떤 심정이었는지 듣고 싶다.
"그 날을 기억한다. 연출자 입장에서 가장 괴로운 건 그날도 촬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신아고등학교 아이들과 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매일 방송국으로 불러서 연습을 시키고 자신감을 다독였는데 그날 아침만큼은 촬영하기 쉽지 않더라. 편집기사가 오를 일만 남았다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고마웠다. 저녁에 작가님과 통화를 했다. 작가님도 1.7%는 예상하지 못하셨는지 서운함이 있으신 것 같더라. 내가 너스레로 2회는 시청률이 4%가 넘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작가님께서 만약에 진짜 그렇게 되면 감독님께 근사한 밥을 살게요 하시더라. 정말 4%가 넘었고 그 다음부터는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 같다."

- 캐스팅 디렉터 없이 아역 배우들을 직접 만나서 섭외한 걸로 안다. 아역 배우들 섭외 과정이 어땠나.
"캐스팅 디렉터가 없이 조연출과 함께 오디션을 보았다. 오디션에는 참석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이 참석했다. 촬영감독부터 책임피디나 제작사 팀장 등 모든 사람이 오디션을 보고 자기 의견을 무기명으로 제출했다. 그렇게 한 명씩 정해졌다. 촬영 나가기 전까지 JTBC로 출퇴근시키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잘 선별돼 무리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매 회 엔딩 장면 역시 큰 화제가 됐다. 엔딩을 연출할 때 고려했던 부분이 있나?
"이미 대본에 많은 게 촘촘히 나와 있었다. 그 다음회를 안 읽고는 못 베기겠더라. 유현미 작가님께서 대본을 처음부터 10부 정도 갖고 있었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계산과 짐작이 가능했기 때문에 다양한 엔딩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엔딩에 대해 같이 일하는 배우들도 궁금해하고 재밌어할 정도로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엔딩은 대본의 힘이 제일 컸던 것 같다."

- 구성 요소 중에 극적인 연출을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들의 모습, 말로는 축하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쓰린, 그런 두 가지 얼굴을 담으려고 작전을 많이 짰다. 거울 속에서 얼굴이 두 개로 나뉜다든지 하는 연출이다. 웃고 있는 얼굴로 상대를 속일 수는 있지만 손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손을 잡는다든지, 미술감독과 촬영감독과 준비를 많이 했다."

"코디 문의 늘어난 것, 교육 현실의 맨얼굴"  
 
 < SKY캐슬 > 스틸 사진

<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 여성 배우들을 주연에 배치해서 여성 서사라고 호평도 받았지만 여성의 역할을 가족을 돌보는 것에만 한정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촬영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정보들이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엄마들로부터 비롯된 이야기에서 출발을 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 시청자 분들이 (여성의 역할을 한정한다고) 보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나도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 실제로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문의가 는다든지 하는 소위 부작용이 일어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그런 코디네이터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그게 우리 교육 현실의 맨얼굴인 것 같다. 답답하고 아쉽다. 물론 그렇게 해석하고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부모와 자식 간의 교육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게 되면 (이에 대한)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 대본 유출 사태에 대한 심정을 듣고 싶다.
"편집실에서 편집하다가 뒤늦게 정보를 접했다.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에게 17부가 더 재밌게 보일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차에 대본이 유출돼 밖으로 돌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굉장히 분노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본이 유출돼 오히려 마케팅 효과가 있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범죄 행위라고 생각한다.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애쓸 생각이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적절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대본 유출과 별개로 스포라는 형식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추측글이 확산되는데 이를 보셨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하다.
"직접 보진 못했다. 현장에서 염정아씨가 이런 스포일러가 있다고 말해주더라. 일단 내가 들은 스포는 다 틀린 것이었다. 틀린 스포가 디테일을 갖고 덩치를 불리는 게 신기하더라."

- OST 'We all lie'가 표절 논란도 있었다.
"원곡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일하느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어제(30일) 늦게 소식을 들었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있어 내가 따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 다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김태성 음악감독이 성실하고 열심히 작품에 임해왔다. 서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며 신뢰 관계에 있다."

- 최근 한 병원에서 환자가 의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의협에서 < SKY캐슬 > 속 한 장면을 언급하며 드라마가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속상한 분이 계시거나 일말의 피해를 입는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정준호가 연기한 강준상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한 것이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른 의도를 갖고 그런 것이 아니다."

-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라든지 하버드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한 사건이라든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 어느 정도로 현실을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또 어떤 의도를 갖고 드라마를 구성했는지 말씀해달라.
"(1화에 서울의대에 간) 영재가 작가님 아들을 모델로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말은, 아이의 대학 입시를 치르면서 겪은 본인의 경험을 베이스로 삼았다는 뜻이다. 그 베이스에 추가로 작가님이 책이나 자료 등 꼼꼼하게 준비를 많이 해놓으셨더라. 작가님은 부모들은 자식이 잘 되기 위해서 대학 입시의 과정을 강요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이 남는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이명주가 자살하지 않고, 영재란 아이가 그대로 서울 의대에 합격해서 대학을 쭉 다녔다면 이명주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영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을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대학 병원에 들어가 센터장이, 병원장이 되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했던 사람이 강준상(정준호 분)이다. 그렇게 계속 이어지면 강준상의 모자 관계가 되고 쉰이 돼서야 자기가 누군지 의문을 갖게 된다."

- 감독이 직접 입시 현실 등 취재를 한 부분도 있나?
"작가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 있어서 나도 읽어봤다. 교육에 대해 관심이 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 외면한 것도 있다. 기억에 남는 자료조사는 대치동에 직접 가서 지켜본 것이다. 괴상한 풍경이 많더라. 어린 아이가 큰 가방을 매고 한 손에는 신용카드를 들고 돌아다닌다. 카드로 뭔가 사먹고 학원으로 이동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식당에 아이들이 우글우글 들어와서 먹고 또 어딘가로 공부를 하러 간다. 이 작품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현실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굴러가고 있더라. 그런 걸 보면서 조금 더 작품에 진심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태란 비난받을 때 고통스러웠어"
 
 < SKY캐슬 > 스틸 사진

<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 보통 드라마에서는 피해를 입은 학생을 착하게 표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혜나(김보라 분)는 독하고 어른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소녀로 표현됐다. 어떻게 특성을 잡았나.
"혜나라는 캐릭터가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그런 걸 원하고 그렇게 느끼고 있다. 혜나가 지고지순하고 착해야 하고 (그런 애가) 불행을 당해야 슬픔의 파장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실제로 그렇지 않다. 내 옆의 사람도 입체적이고 입체적인 면이 인물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다."

- 배우 이태란이 연기한 이수임이라는 캐릭터가 오지랖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걸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부분 중 하나였다. 이태란씨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배우 본인은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하니 도리가 없더라. 그래도 꿋꿋하게 한 신 한 신 최선을 다해서 했다. 그걸 보면서 인간적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빛수임'이라는 별명이 붙더라. 한 번 시청자들 눈밖에 난 캐릭터는 다시 돌아오기 힘든데 어느 순간 알아봐주시더라. 작품 외적으로 내가 한 좋은 경험이었다."

- 감독이 생각하는 명장면이 있다면?
"지금 질문하신 순간 떠오른 건 극 중 김서형(김주영)이 염정아(한서진 역) '감당할 수 있겠냐'고 했을 때, 염정아가 '감당할 수 있다'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어떤 한 엄마가 자식을 서울 의대에 보내려는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뭔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한서진이라는 캐릭터는 악당의 면모를 갖고 있다. 호감을 갖기에 불편한 점이 있는데, 진짜 엄마의 입장에서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하더라."

- 가장 고마운 배우가 있다면?
"아역까지 포함해서 모든 배우 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주셨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처음 출발할 수 있게 도와주신 염정아씨에게 감사드린다. 대본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안을 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셨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의 조현탁 감독이 31일 오후 서울 공덕역 인근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의 조현탁 감독이 31일 오후 서울 공덕역 인근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JTBC

 
- 혼외자녀, 패륜, 청부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서 뭐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막장은 죄가 없다', 다만 그것이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없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막장 자체는 죄가 없는 것 같다. 시청자의 자극을 위해서 악용될 때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작품 안에 그런 소재가 있긴 하지만 하려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운반하기 위해 가져온 설정이다."

- 제목인 'SKY캐슬'과 같은 이름의 납골당이 있다. 무슨 관련이 있나?
"같은 이름의 납골당이 있다는 건 드라마 임박해서 알았다. 납골당하고 일체 관련은 없다. (웃음)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혜나가 죽고 유골함을 보관하게 된 납골당이 그곳이다. 실제 'SKY캐슬'에 가서 찍었다."

- 결말에 굉장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관전 포인트를 소개해주신다면?
"오늘 새벽까지 편집을 하고 왔다. 많은 분들이 전화를 걸어서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봐주신다. 그런 분들께는 '진짜로 알고 싶으면 내가 이야기해줄게'라고 한다. 그러면 '아니야 됐어'라고 한다. (웃음) 방송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조현탁 감독 인터뷰 SKY캐슬 논란 최고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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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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