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채널에서 취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지난 1월 24일부터 방영된 Mnet <슈퍼인턴>은 국내 굴지의 음악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입사를 위한 새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1년 방송된 MBC <일밤-신입사원>에서도 취업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방송 출연이 기본인 아나운서 직군 채용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신입사원>조차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이가 별로 없을 만큼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과연 음악 채널에서는 이런 시도가 통할 수 있을까.

아티스트 컨설팅, 쉽지 않은 첫 과제의 등장
 
 지난 1월 31일 방영된 Mnet <슈퍼인턴>의 한 장면.  앞으로의 이미지 변신에 대한 트와이스 리더 지효의 질문에 대해 인턴사원들은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1월 31일 방영된 Mnet <슈퍼인턴>의 한 장면. 앞으로의 이미지 변신에 대한 트와이스 리더 지효의 질문에 대해 인턴사원들은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 CJ ENM

 
첫 회(24일) 방송에선 수많은 지원자들이 제출한 JYP 분석 자료를 토대로 1차 면접 대상자를 엄선하고, 직접 박진영이 1대 2 대면 방식의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총 13명의 인턴 사원을 선발했고 2회(31일)에서 이들은 각각 3개의 팀으로 나뉘어 회사의 대표 그룹들인 트와이스, 갓세븐, 스트레이키즈의 2019년 활동 컨설팅을 진행하는 첫번째 과제를 부여 받았다.

어떤 기업 혹은 직군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컨설팅은 해당 분야 분석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별다른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인턴 사원들에겐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먼저 트와이스, 갓세븐 등 2개 그룹에 대한 인턴 사원들의 컨설팅 프레젠테이션(PT)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데뷔 5년 차를 맞아 이미지 변신 등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한 트와이스 리더 지효의 질문에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을 하기도 하고, 뜬금없는 상황극으로 갓세븐을 위한 PT를 시작하는 등. 현장을 지켜보는 박진영뿐만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서도 답답한 마음이 드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해당 방송 이후, 인턴의 부족함을 탓하는 반응보다는 아직 사회 초년생 수준인 인턴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모 기업체 전략기획실에서 팀장으로 근무 중인 A씨는 방송을 지켜본 후 "포장만 요란했을 뿐 알맹이는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어 "우리 부서 특성상 경력직 채용이 많기 때문에 입사 지원자의 PT 같은 절차는 시행하지 않는다. JYP만의 방식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슈퍼인턴>의 파격적인 설정을 감안하더라도 진행 방식에 대해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인턴 모두에게 아쉬움만 남긴 PT
 
 지난 1월 30일 방영된 Mnet <슈퍼인턴>의 한 장면. 트와이스, 갓세븐을 대상으로 한 인턴 사원들의 컨설팅 프레젠테이션은 모두에게 답답함을 안겨줬다.

지난 1월 30일 방영된 Mnet <슈퍼인턴>의 한 장면. 트와이스, 갓세븐을 대상으로 한 인턴 사원들의 컨설팅 프레젠테이션은 모두에게 답답함을 안겨줬다. ⓒ CJ ENM


이날 한 인턴은 갓세븐 7명 멤버들이 각기 7개의 자작곡을 만들어, 팬 투표로 타이틀곡을 정하자는 기획안을 제시했다. 방송에서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자칫 팬덤간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기획이라는 것이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고 나름 해박한 지식이 많더라도 결국 인턴은 인턴이다. PT 지켜보는 사장이나 직원들 입장에선 답답하겠지만 음반 제작같은 실무적인 절차조차 아직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속시원한 해결책을 바라는 건 무리 아닌가? 구체적인 실행안을 당장 요구하는 것보단 실현 가능성은 낮더라도 날 것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게 먼저였으면 어땠을까?"

A씨는 "어느 정도 내부에서 회사의 주요 업무를 배운 후에 최종 채용을 위한 과제로 PT를 활용했더라면 좀 더 유용한 기획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슈퍼인턴>을 지켜본 다수의 시청자들도 관련 기사 댓글, SNS 등을 통해 비슷한 비판을 내놓았다. "인턴이 달리 인턴이냐. 일을 배워야 할 사람들에게 컨설팅을 하라니 무리였다", "인턴을 뽑는지, 연봉 10억 원을 주는 전문 경영인을 뽑는지, 컨설턴트를 뽑는지 헷갈리는 방송이었다", "당장 JYP도 제대로 일을 못하는데 왜 새 직원한테만 바라는 거냐"고 회사 측에 쓴 소리를 남기는 사람도 많았다.

일반인 대상 예능의 위험성 vs. 기업체의 자기 과시
 
 Mnet에서 방영 중인 <슈퍼인턴>의 한 장면.

Mnet에서 방영 중인 <슈퍼인턴>의 한 장면. ⓒ CJ ENM

 
최근 각종 화제를 양산하고 있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일반인이 직접 얼굴 드러내고 방송에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언제나 위험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악마의 편집' 논란을 비롯해, 사소한 말 한마디로도 출연자에 대한 온갖 악플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슈퍼인턴>에서도 일부 지원자에 관한 악플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출연진들의 사전 동의를 받고 방송을 진행 중일 테다. 그럼에도 청년들의 절실함을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활용하는 현실은 방송의 재미 이전에 시청자에겐 씁쓸함을 안겨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자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첫 방송에서 박진영은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슈퍼인턴>의 어느 장면에서 시청자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걸까. 일단 1, 2회 방영분에선 위로가 될만한 여지를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쩔쩔 매는 지원자들을 향한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장면이 더 많았다. 특히 방송에서 드러나는 화려한 JYP 신사옥 내부 모습에서는 "우리 회사 이 정도야"라는 자기 과시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 방송의 방향이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슈퍼인턴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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