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가족: 라멘샵> 포스터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위로와 감동을 주는 가슴 따뜻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 (물론 드물게 예외도 있지만) 이들 드라마 속 하나의 음식은 단순히 몸의 영양 섭취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영혼을 따뜻하게 하고 그 따뜻함을 누군가에게 다시 전달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국내 관객들에게 <내 곁에 있어줘>로 알려진 에릭 쿠 감독의 신작 <우리가족: 라멘샵>은 일본과 싱가포르 외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두 나라의 문화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를 '음식'이라 본 감독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청년의 식도락 여행을 통해 음식이 가진 위로와 치유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의 한 장면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의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아버지 카즈오(이하라 츠요시)를 도와 작은 라멘집을 운영하는 마사토(사이토 타쿠미). 이들 부자의 가게는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장사가 끝나고 나면 카즈오는 가게 근처 바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마사토는 자신이 기억하는 '어떤' 맛을 재현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한다.

늘 슬픔에 잠식당한 것 같은 얼굴이던 카즈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죽고, 마사토는 아버지의 짐을 정리하던 중 엄마 메이의 옛 일기장을 발견한다. 정갈한 한자로 쓰인 일기장을 이해할 순 없지만 마사토는 자신이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난 엄마와 한층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 매일 밤 그가 장사를 끝내고 연구하던 음식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먹었던,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음식 '바쿠테'였다. 외삼촌이 만들어줬던 그 맛을 재현함으로서 엄마와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그를 엄마의 고향, 싱가포르로 이끈다. 

싱가포르로 떠난 마사토. 연락이 끊겼었던 외삼촌과 재회하고 그토록 원했던 '바쿠테' 조리법을 배우면서 그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엄마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 아픔의 뿌리는 마사토 이해할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깊이 박혀있다. 가족의 역사는 또한 나라의 역사이며 과거의 아픔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다음 세대의 희생까지 요구하며 마사토를 괴롭힌다. 

어릴 적 엄마, 아빠가 모두 살아있을 때 추억이 담겨 있는 싱가포르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마사토는 일본과 싱가포르의 문화를 모두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그는 과거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는데, 이 요리는 바로 마사토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일본과 싱가포르 양국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 라멘과 바쿠테를 결합한 요리는 역사의 희생자였던 마사토 가족을 치유하고 화합한다.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의 한 장면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의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라멘과 바쿠테는 원래 빨리 먹을 수 있고 저렴한데다 든든하게 기운을 채워주어 노동자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었으나 이제는 두 음식 모두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어 각 지역마다의 조리법과 이야기를 가지고 여행객, 외국인들에게까지 사랑받고 있다. 하나의 음식은 그것 자체의 역사와 그 음식을 먹는 개인 하나하나의 각기 다른 역사가 더해져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고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다민족 국가 싱가포르는 여러 문화가 가진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소로 그만이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고온 다습한 싱가포르의 날씨에 맞추어 식재료의 사용을 달리하고 조리법도 그에 맞게 변화를 주면서 고향의 맛을 재현하고 때로 전혀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가족: 라멘샵>은 마사토라는 한 개인과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가진 특성을 잘 결합해 훈훈한 감동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다소 진부한 내러티브지만 그렇다고 감동 역시 진부하지는 않다. 

지난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리틀 포레스트> 못지않은 감동 드라마 <우리가족: 라멘샵>은 지난 1월 31일 국내 개봉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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