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2014년 개봉한 <레고 무비>는 감상하기 전까지 기대가 크지 않았다. 이전에 나온 '레고' 소재 영화들의 재미와 완성도가 높지 않았고 제품 홍보용이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고 무비>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CG로 구현한 놀라운 기술력은 레고의 창의성을 보여주었고,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를 이해하는 서사엔 레고의 결합력이 담겨있었다.

<레고 무비>의 대성공은 이후 <레고 배트맨 무비>, <레고 닌자고 무비>가 나오는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리스트를 선정한다면 아카데미 작품상급 스토리텔링을 쓴 <토이 스토리 3>, 21세기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 <겨울왕국>, 장르의 재해석을 꾀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톱모션의 저력을 확인한 <쿠보와 전설의 악기>와 함께 '레고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출발점인 <레고 무비>도 필히 넣어야 한다.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평화롭던 레고 마을 브릭스버그에 듀플로 군단이 나타나며 전쟁이 벌어진다. 위기에 처한 브릭스버그는 저스티스 리그를 듀플로 행성에 보내지만, 이들의 소식은 끊어진다. 5년 후, 브릭스버그는 황무지로 전락한다. 전쟁에 지친 시민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아포칼립스버그'라고 부르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시스타 행성의 지멋대로 여왕(티파니 해디쉬 목소리)의 지시로 어마무시 장군(스테파니 비트리즈 목소리)이 듀플로 부대를 이끌고 나타난다. 어마무시 장군이 루시(엘리자베스 뱅크스 목소리), 배트맨(윌 아넷 목소리) 등 친구들을 납치하자 에밋(크리스 프랫 목소리)은 구출 작전에 나선다.

<레고무비>는 대중문화의 패러디가 돋보인 작품이다. 평범한 에밋이 예언 속의 남자로 지목되어 11개의 레고 월드를 통과하는 여정을 거치며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엔 <스타워즈>,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같은 할리우드 영화가 녹아있다. <레고 무비>는 레고로 쓴 영웅기인 셈이다.

여기에 티격태격하는 <해리포터>의 덤블 도어와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 DC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을 집어넣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 외에 링컨, 인어공주, 닌자거북이, 미켈란젤로, 샤킬 오닐 등 다양한 캐릭터를 레고로 만날 수 있었다.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레고 무비2>는 행복의 도시 브릭스버그를 종말의 도시 아포칼립스버그로 바꾸어버린다. 아포칼립스버그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세계를 그대로 옮긴 모습이다. 영화 중간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레이싱 장면도 보여준다. 반쯤 묻힌 자유의 여신상은 <혹성탈출>에서 가져온 장면이다.

배우 크리스 프랫은 주인공 에밋 외에 그를 돕는 렉스의 목소리까지 맡았다. 렉스는 자칭 은하계를 수호하는 고고학자이며 카우보이와 랩터 조련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렉스는 배우 크리스 프랫이 연기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와 <쥬라기 월드>의 오웬 그래디를 조합한 캐릭터다. 크리스 프랫이 새로운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지 모른다는 루머도 가미했다.

패러디의 향연도 변함이 없다. <오즈의 마법사>, <메리 포핀스> <매트릭스>, <다이 하드>, <트와일라잇> 등 여러 영화의 장면과 캐릭터를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 선보이며 재미를 안겨준다. 기존 캐릭터 중에선 배트맨이 뛰어난 유머 감각을 과시하며 웃음보를 터뜨린다. 배트맨이 다른 색깔의 슈트를 입는 진기한 순간도 등장한다.

음악은 <레고 무비 2>의 특징 중 하나다. 전편의 주제가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던 '모든 것이 멋져!(Everything is Awesome!)'는 새로운 줄거리에 맞춰 두 가지 버전으로 들려준다. 지멋대로 여왕은 노래와 퍼포먼스가 어울린 뮤지컬 시퀀스를 몇 차례 선보인다.

<레고 무비>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설정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레고 무비2> 역시 전편과 같은 형식을 사용한다. 이미 보여주었던 설정이기에 새로움은 없다. 대신에 같은 형식을 어떤 방법으로 활용하는가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레고 무비>는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던 레고를 아들이 마음대로 만지작거리는 상황을 보여주었다. <레고 무비2>는 오빠의 레고에 여동생이 손을 뻗은 상황을 다룬다. '브릭스버그를 침공하는 듀플로'란 설정은 현실에서 여동생이 오빠의 레고와 자신의 듀플로를 뒤섞어서 노는 모습인 것이다.

<레고 무비>에서 아버지는 레고는 매뉴얼대로 조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에 아들은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반문한다. 대립하던 둘은 서로의 입장을 받아들이며 화해한다.

전편의 '공존'이란 주제는 <레고 무비 2>에서도 나타난다. 여동생이 레고를 가지고 노는 방법은 틀린 것이 아니다. 오빠와 다를 뿐이다. 오빠의 방법이 아버지와 달랐던 것처럼 말이다.

'다름'을 존중하는 메시지는 에밋과 루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극 중에서 듀플로의 공격을 받은 브릭스버그의 사람들은 거칠고 강하게 변한다. 그러나 에밋은 늘 그렇듯이 때 묻지 않은 채로 행동한다. 루시는 에밋에게 어른다워져야 한다고 다그친다.

타인을 바꾸려고 들며 정작 자신을 감추었던 루시는 마지막에 진정한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된다. 그리고 에밋의 모습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임을 깨닫는다. 그녀는 에밋에게 "난 원래의 너의 모습이 좋다"고 이야기하며 다름을 받아들인다.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레고 무비 2>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레고 무비2>는 전편보다 독창적인 면은 떨어진다. 하지만, 1편과 별개로 본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레고 무비2>의 완성도는 여타 애니메이션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고 패러디의 재미도 빼어나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서사도 좋다.

주제 의식도 빛난다. 레고를 가지고 노는 형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또한, 사회가 어떤 성숙한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세워지는 자유의 여신상과 "멋진 세상을 같이 만들 수 있어"란 노래 가사는 애니메이션이 현실에 던지는 유의미한 메시지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조립되는 레고의 속성은 이렇게 현실의 풍경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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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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