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You believe that I've changed your life forever."(그대는 내가 당신의 삶을 영원히 바꾸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2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1992년 독일의 부부 컨트리 그룹 캐리 앤 론(Carry & Ron)이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 'I.O.U.' 그리고 트로트 가수 김연자가 처음으로 EDM(Electronic Dance Music) 장르에 도전해 역주행 인기몰이 중인 '아모르 파티'.
 
이 두 곡의 연관성은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힘들다. 겨우 억지를 써서 끼워 맞춘다 해도 제목이 외래어라는 것 이상의 공통점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두 곡은 내가 그 어떤 가수보다 더 숭배하는 트로트계의 '여왕'께서 불렀던 곡이다. 국내의 그 어떤 가수도 이 두 곡을 그토록 잘 소화해내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내 마음 속 최고의 트로트 디바, 바로 장윤정이다. 그를 향한 내 열정은 그 어떤 K팝 가수의 팬덤보다 더 강력하다. 오죽하면 카 오디오의 플레이리스트와 휴대전화에 저장된 공연영상이 모두 장윤정으로 도배되었을까.

뜻밖의 연기로 다시 만난 장윤정, 그땐 안타까웠다
 
 내 카오디오의 플레이이스트. 장윤정의 리메이크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 카오디오의 플레이이스트. 장윤정의 리메이크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김학용

  
그렇다고 내가 처음부터 장윤정 숭배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1999년이었다. 장윤정의 데뷔곡이자 강변가요제 대상 곡인 '내 안의 넌'은 내게 참으로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괜찮은 가수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대상 수상 이후 부진한 활동을 보이면서 내 기억에서 점점 잊혀졌다.
 
그나마 완전히 기억에서 사라지진 않을 기회가 있긴 했다. 장윤정은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와 KBS 2TV <골목의 제왕>에서부터 얼굴을 비추기 시작하더니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에서는 숨겨둔 연기력을 발휘했다. 처음에는 조금은 어설프긴 했지만 '쉘 위 살사' 편에서의 연기는 '물이 올랐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창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가수가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모습은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데뷔하기까지 얼마나 파란만장한 길을 걸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부분이다.
 
 가수 장윤정이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 공채 35기 출신 도경완 아나운서와의 백년가약을 공식발표한 뒤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가수 장윤정 ⓒ 이정민

 
그러던 2004년 장윤정은 결국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1집 타이틀곡인 '어머나'는 전국적인 트로트 열풍을 일으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트로트로는 김수희의 '애모' 이후 12년 만에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풍의 폴카를 댄스로 접목하여 만든 성인 트로트 댄스곡 '어머나'는 밤에도, 낮에도, 거리에서도, 라디오에서도 주야장천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어머나'는 그냥 트로트 곡이었다. 특히 두서없는 가사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작 부분에서는 '이러지 마세요'로 출발한 가사가, '갈대'를 언급하는가 싶더니 후렴구에서는 '좋아해요, 사랑해요'로 급반전을 보이고 끝부분에는 아예 '다 줄게요'로 마무리된다. 이 가사를 '정상'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이때까지도 내게 장윤정은 그저 그런 트로트 가수 중의 한 명일 뿐이었다.
 
나를 울게 만들었던 장윤정의 그 노래

그러나 그런 내가 '장윤정 팬'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1집에 함께 수록된 'I.O.U.'였다. CD의 선곡 버튼을 잘못 눌러 우연히 듣게 된 이 노래. 1집 마지막으로 수록된 이 곡은 정말 운명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당시 가족의 우환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던 나에게 이 곡은 큰 위로를 전하고도 남았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You believe~'로 시작되는 노래로, 그녀는 특유의 또박또박한 발음과 잠깐씩 쥐어짜는 듯한 창법으로 결국 내 눈에서 눈물을 쏟게 했다. 듣고 또 듣고 부르고 또 불렀다. 그 어떤 가수가 트로트식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이토록 나를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감동의 절정은 3집에 수록된 '가슴으로 울었네'였다. '바람은 손이 없어도 나뭇가지 휘어잡지만 이내 몸은 손 있어도 가는 임을 잡지 못하네'로 시작하는 가사는 모든 구절이 나를 위한 것만 같았다. 어디 그뿐인가. 그녀는 '날 찾아오신 내 님 어서 오세요, 당신을 기다렸어요 (라이 라이야~) 어서 오세요, 당신의 꽃이 될래요'라며 나에게 와서 진정한 '꽃'이 되어 주었다.
 
그랬다. 나의 '꽃'이 되어준 장윤정은 그때부터 나를 위한 나만의 절대적인 존재가 됐다. 괴롭고 힘들었던 시기, 그래서 그녀의 노래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때부터 내 싸이월드 BGM은 어느새 장윤정의 곡으로 도배됐다. 휴대전화의 벨 소리도 배경음악도 장윤정의 노래가 빠질 수 없었다.
 
장윤정은 특히 리메이크곡에서 나에게 최고의 감성을 선사했다. '어머나' 이후 2집 '짠짜라'와 3집 '이따 이따요', 4집 '장윤정 트위스트'로 이어지는 히트곡도 좋지만, 그녀의 리메이크곡은 정말 좋다.
 
1집의 '수은등'(김연자 곡), 2.5집의 '사랑밖에 난 몰라'(심수봉 곡), '멍에'(김수희 곡), '그날'(김연숙 곡), '추억의 발라드'(장혜리 곡), '몇미터 앞에 두고'(김상배 곡), 6집 '곡예사의 첫사랑'(박경애 곡), '카츄샤의 노래'(김부자 곡)에 이어 판듀 특별판으로 수록된 '가슴 아프게'(남진 곡)까지.
 
원곡 가수의 감성에 그녀 특유의 간드러진 음색과 감정을 보탠 곡들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들이라도 과연 이런 매력을 담아 트로트와 발라드곡을 맛깔나게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특정 장르만 고집하는 보통의 가수들과는 달리 거의 모든 세대의 곡을 소화한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풍부한 감수성의 헬레네 피셔(Helene Fischer)의 모습이 가끔씩 그녀와 겹쳐진다. 신중현 사단이 록 음악의 왕이라고 한다면, 나에게 있어 장윤정은 단연 감성 트로트계의 여왕이 아닐 수 없다.

장윤정의 '아모르 파티', 남달랐던 이유는
 
 SBS 예능 프로그램 <판타스틱듀오2>의 한 장면.

SBS 예능 프로그램 <판타스틱듀오2>의 한 장면. ⓒ SBS


지난 2017년 8월 20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판타스틱듀오2>에서 가수 김연자는 장윤정을 최종 '판듀'로 결정했다. 이날 장윤정은 가수 바다, 방송인 전현무와 함께 높은 음역의 '아모르 파티' 무대를 선보였다.
 
김연자는 장윤정의 '아모르 파티'를 접한 후 "(장윤정이) 제 곡을 저보다 더 잘 불러서 판듀로 결정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연자씨의 선택도 내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아모르 파티'를 이토록 잘 부른 가수는 결코 보지 못했다. 댄스는 물론 가창력까지 빠지지 않는 장윤정의 색다른 모습을 보니 역시 나의 숭배자 선택은 탁월했다.
 
한때 장윤정의 슬픈 가족사는 온 국민에게 까발려졌지만, 나는 이 사안에 전혀 관심이 없다. 숨겨진 가족사에 대해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는 것도 오류지만, 장윤정이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만 짐작해도 그저 짠할 뿐이다. 슬픈 가족사 하나 없는 가수가 어디 또 있으랴.
 
행사의 여왕이라는 장윤정, 어떤 가수는 주야장천 같은 노래만 부르는데 그녀는 끊임없이 한발씩 내디딘다. 그게 바로 장윤정의 매력이 아닐까. 니체가 말했던 '아모르 파티'는 '운명애(運命愛)'라고 한다. 장윤정이 잘 소화해 낸 '아모르 파티'의 의미처럼 앞으로의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가수로 영원히 남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P.S.
나의 '꽃' 장윤정씨, 15년 전 'I.O.U.'를 통해 나에게 전해준 위로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전국 각지의 행사 출연으로 1년에 10만㎞를 뛴다는데,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아, 그리고 다음 앨범 때는 리메이크곡으로 꼭 '아모르 파티'를 넣어 주실 거죠? - '장윤정 열성팬' 드림
덧붙이는 글 '나를 미치게 만든 스타' 공모기사입니다.
장윤정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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