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콰이어 팝>의 홈페이지 화면.

<인콰이어 팝>의 홈페이지 화면. ⓒ 인콰이어 팝


5년 전 성소수자임을 밝히며 현재까지 인권 문제 등에서 목소리를 내 온 캐나다 출신 배우 엘렌 페이지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14일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다. 

엘렌 페이지가 SNS에 올린 사진은 12일 미국 LA 현지에서 열린 넷플릭스 새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 프리미어 시사 행사 당시 모습이었다. 사진엔 엘렌 페이지를 비롯해 함께 출연한 배우, 스태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엘렌 페이지는 배우들 이름과 스타일리스트 이름을 SNS에 태그하며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의 발단은 해당 사진 원본에 한 명의 출연자가 더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피플> <인콰이어팝> 등이 보도한 사진엔 한국계 배우 저스틴 민이 왼쪽 끝에 서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리꾼들은 엘렌 페이지가 고의로 저스틴 민의 모습을 자른 사진을 올렸다고 보고 '인종차별자'라며 비판하고 있는 것.

동양계 배우만 잘린 채로 게시된 사진... 논란 후 '스포일러 방지' 해명
 
 엘렌 페이지가 14일 올린 LA 프리미어 시사회 행사 사진. 맨 왼쪽에 있어야 할 배우 저스틴 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엘렌 페이지가 14일 올린 LA 프리미어 시사회 행사 사진. 맨 왼쪽에 있어야 할 배우 저스틴 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 엘렌 페이지 인스타그램

 
엘렌 페이지의 해당 게시물 아래에는 '성소수자지만 인종차별주의자', '목소리를 내려거든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히길' 등 비판적 댓글이 여럿 작성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엘렌 페이지가 올린 사진은 <엄브렐라 아카데미>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것과 동일한 사진이다. 프리미어 시사 이후 공식 SNS에 저스틴 민이 잘린 사진이 올라왔고, 엘렌 페이지는 여기에 출연 배우와 스타일리스트 등 스태프 이름을 태그한 것. 

논란이 인 뒤 <엄브렐라 아카데미> 공식 계정은 저스틴 민의 극 중 모습을 따로 올렸고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은 (저스틴 민이 연기한) 벤 하그리브스 이제야 공개하게 돼 기쁘다'라는 글을 올렸다. 몇 시간 뒤 엘렌 페이지 역시 '스포일러(감상의 재미를 위해 가려진 비밀을 공개하는 행위) - 이제 드디어 공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뭉뚱그려 넘어가지 말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 계정과 엘렌 페이지 계정에 '사과와 확실한 해명이 우선'이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댓글에서는 엘렌 페이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비난하는 양상도 확인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출연 배우 한 명을 사진에서 잘라낸 채 공식 계정에 홍보하는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순 있다. 하지만 정황을 종합해보면 제작진과 엘렌 페이지가 정말 인종차별적 의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애초에 넷플릭스가 공지한 드라마 최초 공개날짜는 2월 15일이었다. 그 전까지 공식 계정을 비롯해 제작진은 총 7명의 주인공 캐릭터 중에 유독 6번째 캐릭터만 숨겨왔다. 이는 해당 지난해 말 공개된 드라마 포스터나 캐릭터 포스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7월 공개한 캐릭터 포스터.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7월 공개한 캐릭터 포스터. ⓒ netflix

  
 넷플릭스가 지난 10월 공개한 또다른 캐릭터 포스터에도 넘버6번 '벤'은 슈퍼 데드라는 설명과 함께 캐릭터 모습은 그림자 처리만 해놓았다.

넷플릭스가 지난 10월 공개한 또다른 캐릭터 포스터에도 넘버6번 '벤'은 슈퍼 데드라는 설명과 함께 캐릭터 모습은 그림자 처리만 해놓았다. ⓒ netflix

 
12일 LA 프리미어 시사 행사 직후 나온 언론 보도를 확인해봐도 어느 정도 저스틴 민과 그가 맡은 배역에 대해 일종의 엠바고(공개 보류 신청)를 건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외신들에서 사진 설명엔 저스틴 민이 등장하지만 기사 본문엔 엘렌 페이지, 로버트 시한, 톰 호퍼, 메리 제이 블라이즈 등만 언급하고 있다.

물론 고의로 누락했을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별로 하나하나 소개하는 기획기사까지 쓴 매체 역시 넘버6에 해당하는 벤 하그리브스를 제외했다는 걸 보면 제작진에서 비공개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넷플릭스 <더 엄브렐라 아카데미>는 유명 밴드 보컬이었던 제라드 웨이의 작가 데뷔작인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억만장자 하그리브스 경이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 몇 명을 입양한 뒤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키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엘렌페이지 엄브렐라아카데미 성소수자 인종차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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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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