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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알리고 저지 운동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국민들의 영리병원 반대 목소리를 몇차례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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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에서 20년 이상 임상 간호사로 일하고, 그 후 10년은 병원에서 행정 일을 하고 있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수도 없이 많다. 병동 간호사로 일하면서 실질적으로 환자를 간호하고 보호자와 접촉하면서 시설적, 인력적 측면에서 영리병원은 절대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료를 시장에 떠맡기는 의료정책인 의료 민영화의 사생아, 영리병원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환자를 보아왔다. 특히 수두 환자, 홍역 환자, 결핵 환자들은 공기매개감염이라 음압병실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결핵 환자가 많은데, 특히 다제내성결핵(결핵약에 내성이 생긴 결핵)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들었다. 결핵으로 아직도 한해 2천여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음압병실, 즉 격리실은 음압을 유지하여 균이 병실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며 환자가 전염력이 없어질 때까지 격리하여 치료와 간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설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전국의 음압병실 상황은 형편없었는데,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아주 적었다.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나서야 의료기관 인증에 300병상당 1개의 음압병상이 필수기준이고 100병상당 1개씩 추가하게 되었다.

현재 국가지정 병상은 198개이고 거점병원 음압병상은 101개이다. 음압병상의 필요성은 상존하고 있었음에도 만들지 않다가 38명이 사망한 메르스 사태를 겪고 이제야 많은 병원에서 음압병상을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도 너무 많이 모자라다. 혹시 흑사병이 유행한다면... 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왜 그럴까. 음압병실을 운영하려면 경비가 많이 든다. 기압차를 이용해 공기가 항상 병실 안쪽으로만 유입되도록 하고, 시설적으로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이 줄어들면서 병상 1개당 5천만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병원이 비영리병원이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보면 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등 아주 큰 병원에도 음압시설 병상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지금은 개선되어 있다).

영리병원 하나가 아주 중요하다

장애인 치아를 치료해 주는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사례도 들어보겠다.

장애인 구강 진료를 받는 분들은 보통 뇌성마비나 장애 등 중증장애인들이 많다. 이분들의 삶에 희망을 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려면 구강치료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운영이 아주 잘되고 있는 센터도 한 해에 5~600명 환자를 진료하는 데 그친다. 이유는 근본적으로 치료비의 문제를 첫째로 꼽을 수 있다.

장애인 구강 진료를 운영하는 데는 일반적인 병원의 인력으로는 안 된다. 장애를 가진 환자의 진정과 치료받는 동안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선 더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라에서 이러한 센터를 복지정책에 제대로 포함시키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어 치과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모든 국민이 건강할 권리를 누리는 건강복지 국가가 될 수 있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앞서서 말한 이유로 적자를 발생시키는 병원의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두 가지일 것이다.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제대로 갖춘다면 추가 발생되는 비용을 보전하려고 의료비가 엄청나게 오를 것이다. 그래야 이익을 낼 수 있으니까.

지금 우리나라 병·의원은 전부 비영리병원(병원에서 나온 수익을 병원 외부로 배당할 수 없고 병원에 다시 사용해야 하는 병원)이다. 비영리병원임에도 위에서 말한 문제점 이외의 문제들도 산재해 있다. 공공의료 확대와 강화로 가야 하는 시작점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20년 전 메디컬소설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은 적이 있다. 작가는 로빈쿡이었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백혈병 걸린 청년이 미국의 의료체계와 보험체계로 인한 보험회사의 횡포로 죽어가는 과정을 파헤친 초임 변호사의 이야기였다. 아주 재미있었다. 미국의 의료체계와 보험회사의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의료 민영화와 영리병원의 결과는 예상 가능하고 대한민국 사회에선 아주 참혹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3번이나 접수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는 합헌이라는 결론이 내려져 왔지만, 영리병원이 도입되고 철저한 이윤 논리로 병원이 운영된다면 국민건강보험법이 위헌이라는 어이없는 결과가 내려지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영리병원 하나가 아주 중요하다. 영리병원 하나가 일단 허용되면, 둑에 구멍이 하나 생기고 조금씩 물이 새다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둑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참담한 결론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비영리이지만 개인, 민간 의료법인이 94%이고 공공병원은 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이 기본적으로 최소 60% 이상이 되도록 의료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의료 민영화, 영리병원 절대 반대인 이유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해선 안 된다.

[영리병원이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누가 문제인가, 제주도민인가 원희룡인가 http://omn.kr/1hfkd
영리병원은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 시한폭탄이다 http://omn.kr/1hg8p
영리병원? 대한민국 사회에선 아주 참혹할 것이다 http://omn.kr/1hgpa
'간호사=돈의 노예' 될 수밖에 없는 병원 http://omn.kr/1hhax
영리병원의 미래, 잘린 두 손가락과 '1+1 공짜'? http://omn.kr/1hi8e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입니다.


태그:#영리병원,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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