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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건강이 좋지는 않지만, 위독하다거나 몸무게가 39㎏까지 빠졌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 7일 <TV조선>에 출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황을 전했던 유영하 변호사의 말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대한애국당과 극우 성향 유튜버 사이에서 제기됐던 '위독설'을 일축한 것이다. 지난 19일 박 전 대통령의 위독설을 '팩트체크'한 YTN의 보도는 이랬다.

"결국 법무부에 박 전 대통령의 건강 확인을 요청했고요,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몸무게나 혈압에 큰 변화가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 진료를 나간 적은 있지만 모두 허리나 무릎 관절 통증 때문이고, 내과나 순환기 질환으로 인한 진료는 없었다는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이 병원을 방문한 사실이 포착된 건 세 차례 정도입니다. 하지만 모두 위독하다고 볼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앞서 지난 2017년 10월, 박 전 대통령 측이 선임했다는 국제법률그룹 MH그룹은 그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의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하며 UN 제소를 공언한 바 있다. 한 달 뒤인 그해 11월 MH그룹은 실제로 스위스 유엔사무국에서 토론회까지 개최했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11월 9일 <채널A> 보도다.

"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정례 인권검토를 앞두고 시민단체를 통해 회의장까지 빌렸지만, 80석 좌석은 몇몇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텅 비었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오늘 밤 열리는 유엔의 인권검토 자리에서도 각 나라 정부 대표만 발언할 수 있어서 박 전 대통령 사안은 다뤄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종합해보면, 박 전 대통령은 건강에 큰 무리 없이 구치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데, 최근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돌연사' 가능성까지 주장하며 병보석을 신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41년생)은 박 전 대통령보다 11살 많다.

 MB의 질환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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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 기관지 확장증, 역류성 식도염, 제2형 당뇨병, 황반변성, 수면 장애 등등… 그가 앓고 있다는 병이 무려 9개다.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의 몸 건강에 대해, 자잘한 지병들까지 국민들이 이리도 자세히 알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 보석에 관한 추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 측은 9개 병명을 거론하며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검찰이 오해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중 변호인이 특히 강조한 것은 수면무호흡증, 즉 코골이와 달리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이 멈추는 증상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 수면무호흡증과 관련해 "의학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수면무호흡증을 가볍게 보는 일반인의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돌연사와의 연관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호소하며 3쪽에 달하는 관련 내용을 의견서에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어느 현직 구치소 의료진의 의견을 아래와 같이 전했다.

"이 정도 사안에서 보석을 허가하면 3분 2 이상의 수용자들이 바로 풀려나야 된다. 보석이 허가돼야 된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언급한 질환들을 평범한 일반인들이 안고 살아가는 병력들과 조목조목 대조한 주 기자는 "특별히 나이 든 분들은 다 이 정도 병은 가지고 있고요. 특이 사항이라면 교도소나 구치소 말고 외부에 있는 일반인들도 이 정도 병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과거 MB의 두 측근이 같지만 조금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재오와 정두언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0.2.12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0.2.1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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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재오 전 의원은 "우리는 병보석 신청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신청하지 말아라"고 했다며 "나(MB)는 감옥에서 끝까지 죽더라도 죽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인터뷰로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나쁜데 체면이 있어서 본인이 아프다는 걸 밖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22일 같은 방송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MB의 건강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면서도 이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거리를 뒀다.

"'MB가 나는 감옥에서 죽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는데 그건 아니고요. MB가 지금 굉장히 개인적인 호소를 여러 군데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들었어요. 본인이 너무 힘드니까. 잠을 못 자니까. 사람이 잠을 못 자면 살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화면에 보면 거의 걸음을 못 걷고 짚어가면서 가고 있잖아요(중략).

그건 이재오 전 대표가 그냥 만든 말이고. 멋있게 하려고 만든 말인 것 같고. 실제로 제가 누가 MB가 누구라 밝히기 어려운데 면회 와달라고 지금 여권 인사한테 해가지고 여권 인사한테 당신이 박근혜 전 대표 석방시켜야 된다고 그렇게 여러 군데 얘기했다는데 나도 좀 얘기해 달라. 그 얘기를 저는 직접 들었어요."


정 의원의 MB 관련 인터뷰를 정리하면 이 정도쯤 될 것 같다. 'MB가 몸이 상당히 안 좋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이재오 전 의원의 주장 정도는 아닌 듯싶다. MB가 병보석을 위해서 여권 인사한테까지 줄을 댔다고 들었다. 그 만큼 구치소에서 나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다만, 이재오 전 의원의 주장은 MB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건강 상태에 대한 MB 측 주장을 좀 더 들어보자. 변호인 측은 "지난 18일 이 전 대통령의 백혈구 수치가 지나치게 높음이 밝혀져 구치소 담당 의사가 긴급하게 원인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꾀병을 부린다'는 오해를 살 것이 염려돼 그동안 병세를 자세히 밝히지 않고 참아왔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MB 측 주장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그 정도 병명으로, 1심에서 15년이란 중형을 선고 받은 전직 대통령에게 형사소송법상 제96조(임의적 보석), 즉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직권 또는 피고인, 변호인 등의 청구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느냐 일 것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제가 직접적으로 전해 듣기로는 상태가 안 좋고 이러다가 무슨 일 나면 정권에 큰 타격이죠"라며 "그래서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진짜 의사들이 판단해서 그렇게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한다. 구치소 담당 의료진을 신뢰할 수 없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외부 진료를 통해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면 된다. 물론 주 기자는 "작년 8월 MB가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나이에 비해 너무 건강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수감 생활로 인해 노령인 MB의 건강이 나빠졌을 수도 있다. '병보석' 주장에 앞서 전문 의료진의 진단을 받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그게 우선이고 상식 아니겠는가.

의도치 않은 '자백'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14일 오전 이재오 의원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 MB자택 나오는 이재오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14일 오전 이재오 의원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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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MB의 병보석 주장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의혹을 세상에 알렸다. 이건 이재오 전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21일 인터뷰에서 '보석여부를 대통령이 결정하느냐, 이명박 정권 때도 그랬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이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보석 여부 결정을 하는 것이) 문재인 정권이잖아요. 권력의 정점에 누가 있습니까? 전직 대통령 보석 여부를 대통령이 결정하지 누가 결정하겠어요? 우리도 정권 잡아봤잖아요. 보석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지만 그것에 대한 양형에는 전직 대통령의 결정 정도는. 국회의원만 결정해도 다 위에 사인 받아야 되는데 지금 그보다 더 약한 것도 지금 정권에 사인 받고 다 민정수석실에서 콘트롤하는 데 그거 천하가 다 아는데."

전 정권에서는 중요 인사의 양형을 MB가 결정했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MB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은 MB 정부시절 특임 장관까지 지낸 인사다. 이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이재오씨가 이제야말로 전 정권의 얘기를 솔직히 처음 얘기했네요"라며 "우리들 사찰하라는 것도 다 대통령까지 보고됐겠죠. 그런 얘기는 안 합디까?"라며 비판조로 응수하기도 했다.

결국, 구구절절한 MB의 병보석 신청은 재판 지연 전략이 일환이라는 중론이 제기된다. 보석 신청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지만, MB 측이 오는 4월 8일로 예정된 구속 기간 만료까지 재판을 지연한 뒤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한 제스처나 의도적인 재판 지연 전략이 안 그래도 흉흉한 MB에 대한 국민들의 민심만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기를. 

태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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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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