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오는 3월부터 제작에 돌입할 예정인 Mnet <프로듀스X101> 로고

오는 3월부터 제작에 돌입할 예정인 Mnet <프로듀스X101> 로고 ⓒ CJ ENM


Mnet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네 번째 시즌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는 <프로듀스> 시리즈는 각각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이라는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을 배출했다.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 및 시상식을 휩쓰는 등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올해 3월 제작될 예정인 <프로듀스X101>를 앞두고 데뷔조 그룹의 활동 기간이 공개됐다. 그런데 앞선 팀의 활동 기간이 8개월(아이오아이), 1년6개월(워너원), 2년6개월(아이즈원)인 것에 비해, 이번 <프로듀스X101>에서 탄생할 그룹은 이보다 훨씬 긴 5년의 활동을 이어간다.

첫 2년 6개월은 완전체 활동을 하고 나머지 2년 6개월은 소속사 개인 활동과 데뷔조 그룹 활동을 병행하는 방식의 절충 형태를 취했다. 그럼에도 5년이라는 기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연예인 표준계약서상 최대 7년 계약에 버금가는 장기 계약이다.

안정적인 활동 기반 마련 및 매출 증대 기대
 
 지난 2017년 방영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참가한 연습생들

지난 2017년 방영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참가한 연습생들 ⓒ 이정민

5년이라는 Mnet의 선택은 앞서 성공을 거둔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이 짧은 기간으로 활동을 종료해야 했던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이오아이 멤버들의 경우 각자 소속사로 돌아가 새로운 그룹으로 데뷔한 이후 대부분 아이오아이 때 만큼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다. 사실무근으로 판명되었지만 '아이오아이 재결합설'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워너원 역시 계약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는 활동 연장에 관한 각종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끝이 예정된 팀이라는 한계 때문에,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달리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웠고 해외 팬들을 확보하는 데에도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오아이의 경우 해외 활동은 전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워너원은 월드 투어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펼치긴 했지만 활동 기간 마지막 즈음에는 시상식과 콘서트 준비 등 여러 여건이 맞물려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프로듀스 데뷔조의 활동 기간이 길어진다면 향후 이들을 응원할 팬으로선 단연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실질적인 소속사에 해당되는 CJ ENM에게도 큰 이득이 될 전망이다. 앞선 프로젝트 그룹의 성공은 CJ에겐 큰 매출로 돌아왔기 때문에 기간이 늘어나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환영할 사안이다.

CJ의 지배력 강화... 소규모 업체는 인력중개소?
 
 지난 2016년 방영된 <프로듀스 101> 시즌1 참가 연습생들.

지난 2016년 방영된 <프로듀스 101> 시즌1 참가 연습생들. ⓒ 이정민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팬층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땀 흘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또래 청소년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세대의 팬층을 흡수하면서 아이돌 시장의 규모도 수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되었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방송을 통해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출발한 신인 그룹은 완전히 시장을 휩쓸었다. 반대로 방송을 통하지 않은, 보통의 신인 그룹들의 경쟁은 더욱 힘겨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SM, YG, JYP 등 대형 기획사에서 내놓은 그룹들은 주목 받을 수 있었지만 그 외에 중소 기획사 출신들은 대부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5년으로 대폭 늘어난 활동 기간은 앞으로 다른 신인 그룹들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앞선 세 시즌을 거치는 동안, 소속사들에 대한 CJ의 지배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져갔다. <프로듀스> 시리즈에 참여하지 않는 대형 기획사들을 제외하면 상당수 업체들은 국내 굴지의 음악 채널 Mnet을 보유한 CJ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프로젝트 그룹에 소속 연습생을 과거보다 오랜 기간 내줘야 하는 점이 논란의 대상이다. 5년 활동이 끝나고 복귀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에서 보장된 최대 7년 계약 중 원 소속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2년 뿐이다. 20대 초반을 넘어선 연습생이라면 5년 뒤 복귀와 동시에 활동 대신 군 입대를 해야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2년 반의 원소속사 겸업이 가능하다곤 하지만 데뷔조 그룹에 참여한 소속사마다 각기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다. CJ의 활동과 소속사의 활동 계획이 톱니바퀴 마냥 완벽하게 맞물리지 않는다면 자칫 이도저도 아닌 2년 6개월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프로듀스> 최종 데뷔 그룹에 들어간다면 원 소속사에서 신인으로 데뷔하는 것보다 훨씬 큰 성공 가능성을 지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과정이 반복되면, 중소 기획사들은 마치 CJ 소속 아이돌 그룹에 인력을 공급하고 일정 부분 수익을 나누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프로듀스> 데뷔 팀만 해도 기존 기획사들이 일정 기간 교육한, 숙련된 인력을 CJ가 손쉽게 활용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성공 보증수표라지만... <슈퍼스타 K>의 참담한 종영 교훈 삼아야
 
 지난해 방영된 <프로듀스48>에 참가한 연습생들

지난해 방영된 <프로듀스48>에 참가한 연습생들 ⓒ CJ ENM

 
일각에서는 '혹시 CJ가 이번 <프로듀스X101>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한다. 5년의 활동 기간을 보장한다면, 지금처럼 매년 프로젝트 그룹을 탄생시킬 때 데뷔 그룹끼리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CJ가 원하는 그림이 아닐 것이다. 차라리 새로운 데뷔조 그룹이 활동하는 동안 프로그램은 휴식기를 갖는 게 오히려 <프로듀스> 시리즈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은 눈여겨 볼 만하다.

<믹스나인>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 <언더나인틴> 등 <프로듀스> 시리즈의 성공 이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짧은 새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연습생이 이미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렸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은 이제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Mnet <슈퍼스타K> 시리즈의 마지막을 되새길 필요도 있다. 서인국, 버스커버스커, 로이킴 등 걸출한 가수들을 배출한 <슈퍼스타K>도 별다른 변화 없이 반복적으로 시즌을 이어가다 결국 폐지 수순을 밟았다. 현재 '아이돌 성공 보증수표'처럼 인식되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프로듀스X101 프로듀스101 엠넷 아이돌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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